컨설팅사, 사외이사 인재풀 관리
현 경영진이 수수료 수준 결정
인물 추천 CEO 의중 반영 불가피
금융회사 경영에 중추적 역할을 하는 사외이사에 대한 추천권을 회사와 이해관계가 클 수 있는 외부컨설팅 회사들이 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작 법규상 보장된 회사 주주들의 추천권은 제대로 행사되지 못하고 있다. 영리기업인 컨설팅 회사들이 금융회사의 ‘그림자 권력’이 될 위험과 함께, 이른바 현직 경영진의 ‘밀실인사’ 명분만 키운다는 우려가 나온다.
신한금융지주의 사외이사 후보군 규모는 지난 3년 동안 반토막 났다. 2016년 말 219명에 달하던 신한금융 사외이사 후보군은 작년 말에 108명으로 줄었다. 신한금융은 대신 여성 비중을 높이는데 힘을 썼다고 설명했다. 2016년 말 21.9%였던 여성 비중은 작년 말 27.8%로 올랐다. 같은 기간 여성후보수는 48명에서 30명으로 급감했다.
금융권에서 최초로 지난 2015년 주주에 사외이사 예비후보 제안권을 부여한 KB금융지주도 사외이사 후보군 규모가 줄어들고 있다. 지난 2018년 말 116명이던 사외이사 후보군이 작년 말에 101명으로 줄었다.
2016년 사외이사 주주추천제를 도입한 하나금융지주도 마찬가지다. 지난 2018년 말 149명이던 사외이사 후보군이 작년 말 137명으로 감소했다.
후보군 감소의 배경에는 컨설팅 회사 추천제도 도입이 있다. 국내 주요 금융그룹은 표면적으로는 사외이사 후보추천을 개방형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사실상 서치펌(Search Firm)으로 불리는 메이저 컨설팅 업체로부터 대부분의 후보군을 제공받고 있다.
KB금융은 2018년 사외이사 후보군 116명 가운데 주주 추천은 단 1명이고 115명 모두 외부 전문기관의 추천을 받았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주요 금융그룹은 사외이사 후보군을 대부분 외부에서 추천을 받고 내부적으로 검증을 하는 시스템을 운영한다”며 “헤드헌터 회사에 소정의 수수료를 지급하고 사외이사 인재 풀을 관리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현재 대부분의 금융그룹 사외이사 선임 절차는 1차적으로 주주와 외부 서치펌으로부터 후보를 추천받아 후보군을 구성한다. 이어 후보군에 대해 외부 인선자문위원의 평가 및 평판조회 등을 통해 숏리스트(Short List)를 압축한 후, 사외이사추천위원회(사추위) 자격검증과 사추위원 투표 등의 절차를 거쳐 최종후보를 추천하는 절차를 밟는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사외이사 후보군을 줄이면서 더욱 밀도 있는 검증을 할 수 있게 됐다”며 “금융 전문가에 대한 기초적인 데이터베이스를 갖춘 컨설팅 회사의 추천을 받으며 후보군 선정에 공정성도 담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해상충이다. 거래할 컨설팅 회사를 정하고 수수료 수준을 결정하는 것은 모두 현 경영진의 판단이다. 컨설팅 회사가 현 경영진에 우호적인 후보군을 추천할 수 밖에 없다. 정작 다른 주주이해와 상충될 수 있는 후보도 추천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사외이사 인사권이 사실상 최고경영자(CEO)에 있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컨설팅 회사가 ‘추천’형식으로 명분을 주고, 실제는 CEO가 ‘낙점’하는 구조여서 사실상 ‘밀실인사’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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