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시장 규모 7년만에 3600배

삼성SDI 33.8%·LG화학 24.6%

한국, 글로벌 배터리 시장 60% 점유

10년 뒤 6~7배 시장에 드리운 먹구름

삼성SDI가 구축한 ESS 사이트 모습. [헤럴드]
삼성SDI가 구축한 ESS 사이트 모습. [헤럴드]

국내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이 단단히 고장이 났다. 지난해 잇단 화재사고로 고사상태가 이어지던 ESS시장은 올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 여파에 아예 주저앉게 된 모양새다. 신규발주가 실종된데다 그나마 추진되던 사업도 코로나19로 인한 경기하강으로 사업을 이어갈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게 업계의 목소리다.

최근 업계에선 LG화학이 지난해 실적부진에까지 영향을 미쳤던 ESS사업 강화를 위해 추진해오던 배터리 사업 분사를 잠정 보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영환경 불확실이 주된 이유로 보인다.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에서의 성장도 장담할 수 없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로 인한 ESS산업 마비는 비단 배터리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전력변환장치(PCS)·배터리관리시스템(BMS)·에너지관리시스템(EMS)으로 이어지는 ESS생태계가 전반이 타격의 영향권이다. 특히 자금력에서 대기업에 비해 취약한 중소 ESS업체들은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하는 상황이 됐다.

국내 ESS시장 붕괴의 직격탄이 된 것은 2018년부터 국내 곳곳에서 잇달아 발생한 30여건에 가까운 화재사고다. 배터리가 사실상 사고의 주범으로 지목된 가운데 안전성 논란은 극에 달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국내 ESS시장은 마이너스 성장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들 수 밖에 없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 분석에 따르면 국내 ESS시장 규모는 지난해 3.7GWh에 달했다. 전년도인 2018년의 5.6GWh와 비교해 33% 감소한 수치다. 업계에선 코로나19로 인해 올해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반면 글로벌 ESS시장은 같은 기간 11.6GWh에서 16GWh로 37% 성장하며 대조를 이뤘다. 이전까지 국내 ESS시장이 초고속 성장세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시장 위축은 확연히 드러난다. 블룸버그 신에너지 파이낸스(BNEF)의 통계를 보면 국내 ESS 에너지 저장설비 규모는 지난 2012년 1MWh에서 2018년 3632MWh로 7년만에 3600배 넘게 몸집이 커졌다.

2013년 30개에 불과하던 ESS 사업장 수는 같은 기간 947개로 급증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고 이후 절반에 가까운 사업장이 정부로부터 가동중단 명령을 받았고, ESS시장은 싸늘히 식어갔다.

이에 반해 ESS시장의 폭발적 성장은 세계적 추세다. 북미와 유럽 각국이 신재생에너지 정책 확대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ESS 수요도 동반증가하고 있다.

글로벌 ESS시장은 2017년 19.5GWh에서 오는 2025년에는 121GWh까지 연평균 25.6%의 고성장을 이룰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ESS설비의 핵심인 ESS용 리튬이온배터리 수요 역시 시장 확대에 발맞춰 폭발적 성장이 예상된다. 글로벌 ESS용 배터리 수요는 오는 2020년 23.7GWh에서 10년 뒤인 2030년에는 179.7GWh로 658%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글로벌 ESS시장에서 국내 업체들의 기술력이 빛을 발할 기회가 충분하는 의미다. 실제로 국내업체들의 ESS시장 점유율은 압도적이다. 지난해 시장조사업체 B3 집계에 따르면 글로벌 배터리 점유율은 삼성SDI가 33.8%, LG화학 24.6%로 전체 시장의 60%에 육박한다. 글로벌 톱3 중 하나인 일본 파나소닉의 점유율이 9.7%인 것과 비교하면 격차의 폭은 상당하다. 상위권에 중국업체들이 다수 포진돼 있지만, 점유율 5%를 넘는 업체들은 없다.

기업 경쟁력 평가에서도 여타 해외 경쟁업체들에 크게 앞서있다. LG화학과 삼성SDI는 미국 시장조사업체 네비건트리서치의 세계 ESS배터리 업체 경쟁력 평가에서 리더-컨텐더-챌린저-팔로워의 4개 그룹 중 최상위에 포진했다. 사업전략과 실행력 부문에서도 경쟁업체들에 앞선 ‘리더’로 평가를 받았다. 중국, 일본, 프랑스, 캐나다 등 글로벌 업체와 비교해 기술, 제품 품질 등에서 한 수위라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한편, 이같은 국내 ESS 배터리 업체들의 글로벌 시장과 석권과 발맞춰 핵심소재 업체들의 사업 강화도 속도를 내고 있다.

ESS 배터리에 주로 쓰이는 리튬이온배터리를 구성하는 양극재, 음극재, 전해액, 분리막 등 4대 핵심 소재 시장에서 한국 업체들의 점유율은 아직 한자릿수에 불과할 정도로 미미하다. 글로벌 소재 시장에서 양극재 점유율 8.6%, 음극재 6.0%, 전해액 7.7%, 분리막은 8.5% 수준이다. 유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