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칸씩 띄어앉아도 1~2m 거리확보는 역부족

발열체크는 등원시에만…이후엔 ‘무방비’

[르포] ‘확진자 발생’ 노량진 학원가 가보니…발열체크·띄어앉기는 ‘언감생심’
서울 동작구 노량진의 대형 공무원 시험 학원인 공단기 학원 9관 건물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것으로 확인돼 8일 학원이 폐쇄됐다. 홍승희 수습기자/hss@heraldcorp.com

[헤럴드경제=윤호 기자·홍승희 수습기자] 서울 동작구 노량진의 한 대형학원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학원이 폐쇄되고 방역당국이 지침을 내렸지만, 학원가의 방역 실태는 여전히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발열체크는 대부분 등원시 1회만 실시해 이후에는 ‘무방비’ 상태인 곳이 많았으며, 학생간 간격을 1~2m 띄워 앉는 것은 언감생심이었다.

10일 학원가에 따르면 방역당국은 ▷강사와 학생 전원 마스크 착용 ▷강의 수강 시 학생 간 간격 최소 1~2m 이상 유지 ▷최소 하루 2회 이상 소독 및 환기 실시 ▷감염관리자 책임자 지정 및 출입자 명단 작성·관리 ▷발열체크 등의 지침을 내렸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됨에 따라 대형학원이 폐쇄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노량진 대형학원 대부분은 발열체크 없이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을 통해 자유롭게 외부인이 드나들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등원시에만 명단관리와 발열체크가 이뤄지며, 이후에는 무방비인 것으로 파악된다. 강의실 책상과 의자는 여전히 다닥다닥 붙어 있었으며, 한 칸씩 띄워 ‘착석금지’ 표시를 붙이지 않은 학원도 있었다.

한 20대 수강생은 “사람이 워낙 많은 데 비해 교실공간은 한정돼 있어 1~2m 거리확보는 언감생심인 게 현실”이라며 “학원에서 강제하기보다는 수강생들이 최대한 거리를 두려고 노력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재수하면서 올해 수능을 준비하고 있는 오모(21) 씨는 “아침에 등원할 때는 열을 재지만, 하원할 때는 지금까지 딱 한 번 쟀다. 하루에 한 번만 발열체크를 하는 셈”이라며 “대형 강의실은 책상과 의자가 워낙 많아서 다 떼어놓는 게 힘들 것이다. ‘착석금지’를 붙여놔도 1m 이상 거리확보는 어렵다”고 했다.

학원 내부에는 ‘마스크 필수’ 안내판이 곳곳에 붙어 있지만, 공부하는 중이나 쉬는 시간 삼삼오오 모여 얘기하면서 자연스럽게 마스크를 내리는 경우까지 제지하는 것은 역부족이었다. 한 학원 엘리베이터 입구에는 발열체크를 하는 직원이 있었지만, 점심시간에는 자리를 비웠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정모(22) 씨는 “이미 공무원 시험이 한번 연기돼 정신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학원가에 확진자가 나왔단 소식을 듣고 충격이 컸다”며 “감염되면 미뤄진 시험마저 볼 수 없다는 생각에 하루하루가 불안하다”고 했다.

확진자 발생 이후 학원의 방역 정도가 확실히 강화됐다는 의견도 있었다. 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엄모(24) 씨는 “확진자 나온 곳과 다니는 학원이 붙어 있어서인지 수업 하나 끝날 때마다 방역하고, 아침에 아예 앉을 자리를 기재하기도 한다. 학원 측이 많이 긴장하고 있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다만 학원 관리가 강화되고 휴원이나 자습실 폐쇄 등이 잇따르면서 주변 독서실과 카페로 사람들이 몰리는 ‘풍선효과’ 우려도 커졌다. 확진자가 나와 폐쇄된 학원에 다녔다는 이모(22) 씨는 “혼자 독서실에 다니고 있다”면서 “독서실도 발열체크와 자리 띄어앉기에는 신경쓰는 분위기”라고 했다. 주변 카페에서 공부하던 이모(24) 씨는 “코로나19 때문에 학원이 자습실을 운영하지 않아 공강시간에 카페에서 공부하고 있다”며 “불안한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어쩔 수 없지 않나”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