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문자부호의 조합…또 하나의 언어가 되다

남자가 여자에게 말을 건다“. 주말에 저랑 영화보러 갈래요?” 모니터 사이로 여자가 답한다“. ^^” 덩달아 남자도“ *^^*”라며 화답한다. 1994년 PC통신 시절 채팅이 우리 사회로 급속도로 퍼져나갈때‘ ^^‘’, ㅠ’ 하나에 웃고, 설레고, 슬퍼하던 때가 있었다. 말도 단어도 아닌 기호에 가까운 형태만으로 의사소통이 되는‘ 커뮤니케이션 혁명’의 주인공은 이모티콘이다. 감정을 뜻하는‘ emotion’과‘ 유사기호’를 의미하는‘ icon’의 합성어다‘. 그림말’로 도 불린다. 이모티콘이 대중화된지 어느덧 20년이다. 이젠 움직이는 애니콘, 소리나는 사운드콘이 나올 정도로 종류와 형태가 다양해졌다. 이모티콘이 언어환경을 해친다는 우려도 많지만 한글 사용 덕택에 이모티콘이 산업으로까지 발전했다는 평가도 있다‘. 스무살 성년’이 되면서 우리 사회 이모티콘은 어떻게 진화해왔는지 그 속살을 함께 들여다보자.

웃음과 행복, 즐거움 또는 만족을 단 3바이트(byte)로 표현하는 방법은? 바로 쌍점(colon) 더하기 줄표(hyphen) 더하기 괄호(bracket), 즉 :-) 이다. 셀 수 없이 많은 감정을 표현하는 간단한 방법 바로 이모티콘이다. 어원(감정:Emotion+아이콘Icon)대로 인간 이성의 집합체인 문자에 감정을 불어넣었다.

1982년 9월 19일 미국 카네기멜론 대학의 스콧 팰만 교수는 온라인 게시판에 :-) 를 웃음으로, :-( 는 엄숙하거나 불만을 나타내는 뜻으로 사용하자고 제안했다. 최초의 이모티콘 탄생이다. 물론 팰만 교수 이전에도 이모티콘이 사용됐다는 주장이 있다. 고대 이집트에서 사용한 상형문자에는 심장을 지금의 하트 모양으로 표현했다. 그런가하면 문학 비평가 레비 스탈은 1648년 영국시인 로버트 헤릭이 이모티콘을 시에 활용했다고 주장했다. 1862년 뉴욕타임스에 실린 미국 링컨 대통령의 연설문 속 ;) 문양도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이모티콘으로 봐야 한단 주장도 있다. 그러나 이들은 불특정 다수가 직관적으로 뜻을 이해하고 공유한다는 현재의 이모티콘의 개념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이집트의 하트 성형문자가 이모티콘보단 하나의 상징(symbol)으로 읽히는 이유다. 1963년 미국의 예술가 하비 볼이 디자인한 노란 얼굴의 웃는 얼굴도 상징에 가깝다.

이모티콘의 등장으로 문자가 가진 감정 전달의 한계를 상당 부분 극복할 수 있게 됐다. “알았어”라고 쓰는 것보다 “알았어^^”라고 하면 훨씬 부드럽고 다정하게 느껴진다. 반면 “알겠어ㅠㅠ”라고 하면 ‘울며 겨자먹기’라는 속담이 떠오른다. 팰만 교수가 이모티콘을 제안한 것도 비대면 소통으로 인한 오해와 다툼 때문이다.

단순한 문자 부호의 조합으로 시작한 이모티콘은 점차 그래픽 형태로 발전한 뒤 그 완성도를 높여 갔다. 직접 문자를 새겨넣어 좀더 의미를 구체화시킨 이모티콘이 등장하더니 최근엔 움직임이 있는 gif 형식의 이모티콘도 나와 온라인상에서 의미 및 감정 전달을 돕고 있다.

이모티콘의 이러한 발전은 곧 인터넷 정보 통신 기술의 발전과 궤를 같이 한다. 1996년 이스라엘의 미라빌리스가 최초의 인스턴트 메신저 ICQ를 내놓고 이듬해 AOL, 1998년 MA, 야후 등이 메신저를 내놓았다. 이들 메신저에는 이모티콘이 기본적으로 내장이 돼 이모티콘 확산을 이끌었다.

이후 2007년 6월 애플이 아이폰을 선보인 뒤 스마트폰을 통한 모바일 메신저가 일상으로 파고들면서 페이스북, 왓츠앱, 네이버, 카카오톡 등이 이모티콘을 통한 소통을 담당하고 있다.

김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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