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체장애 3급 극복 성공 이뤄

제주에 건축사무소 설립

서울 서초동 ‘푸르지오써밋’, 래미안 서초에스티지S, 위례신도시 아이파크,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 터미널, 서울 세운4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대한민국 대표 건축가 고용현(52) 유에이그룹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가 참여한 작품 리스트다. 대한민국 건축업계의 가장 주목 받는 건축 설계 전문가란 타이틀은 과장이 아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수많은 랜드마크 공동주택, 공공 건축물, 상업 시설은 그의 손끝에서 시작됐다. 각종 건축 공모전 수상도 화려하다.

고 대표가 주목 받는 또 다른 이유는 이 타이틀이 불편한 신체를 극복하고 이뤄낸 성취라는 점 때문이다. 그는 지체장애 3급이며 일반인처럼 똑바로 걷거나 뛸 수 없었다.

지난 20일 ‘장애인의날’에 만난 고 대표는 “장애를 안고 살아간다는 것은 외롭고 고난한 일”이라고 했다. “똑같은 꿈을 향해 뛴다 해도 장애인은 보통 사람보다 몇 배의 노력과 열정을 쏟아야만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그에게 유일한 힘은 어머니였다. 아직까지 마음에 보석처럼 간직한 말이 있다. “어머니는 장애를 인생의 실패나 불행으로 여기지 말라고 하셨어요. 진짜 장애는 신체 장애를 극복하지 못하고 절망 속에 빠져 사는 삶이라고 하셨지요.”

그는 ‘절망 속에 빠져 사는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수련에 수련을 거듭했다. 덕분에 유도 유단자가 됐고, 두발로 제주도 한라산 정상을 밟기도 했다. “여러 차례 넘어지고 무릎이 깨졌지만 결국 정상에 올랐죠. 등산을 만류한 어머니께서 ‘이제 맘이 편하다. 네가 뭐든 혼자 힘으로 해낼 수 있겠다 싶어 기쁘다’고 하신 말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제주 출신인 고 대표는 1986년 성균관대학교 건축공학과에 입학하면서 건축가로서 꿈을 꾸기 시작했다. 뭐든 끝까지 밀어 붙이는 성격처럼, 공부도 박사학위(연세대학교 도시공학)까지 따냈다. 1994년 메이저 건축설계회사인 건원건축 입사는 건축가로서 출발이었다. 이후 2000년 무영건축, 2006년 정림건축 주거설계 본부장, 개발본부장, 2019년 정림건축 부사장 등을 맡으면서 수많은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고 대표는 지난해 고향인 제주도와 서울에 사무소를 둔 유에이그룹종합건축사사무소를 건립했다. 일단 출발이 좋다. 서울, 부산, 제주 등지에서 벌써 50억원 이상 설계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제주도는 특색에 맞게 소규모 정비와 재생 등을 통해 계획성 있게 개발한다면 세계적인 예술 문화 도시로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 30년간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해 제주도 발전에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박일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