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정세희 기자] “코로나19로 가동률도 떨어졌고 공장 내 확진자가 나올까 노심초사 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초 슬로바키아에 있는 한 삼성전자 협력업체 직원이 말했다. 삼성전자 TV공장이 셧다운 (가동 중지)된 이후 재가동된 지 일주일정도 흘렀을 때였다. 유럽내 코로나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공장이 가동되더라도 정상적인 생산이 불가능하진 않을까, 수요가 급감해 매출 타격이 클 텐데 대책은 있는지…. 우려 섞인 질문에 그가 답했다. “유럽의 상황만 보면 기업들이 다 망하겠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한국기업은 의지가 강해 극복할 수 있을 겁니다.”

코로나19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글로벌 경제가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한국 기업들은 외교력과 기술력 그리고 특유의 끈기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있다. 해외에 생산법인을 둔 기업들은 코로나19로 국경이 폐쇄되자 정상적인 공장 운영을 위해 각국 정부와 협상해 전세기를 띄워 기술진을 급파했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SK이노베이션, 삼성SDI가 대표적이다. 지난달 23일 전세기를 타고 LG디스플레이 중국 광저우 OLED 공장에 파견된 한 기술진은 “단 하루, 한 시간이라도 아껴 양산 시점을 맞추기 위한 조치였다”면서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전했다.

한국인의 강한 의지는 위기 상황에서 더욱 빛났다. 이탈리아에서 코로나 19가 급증하면서 하루 수천 명이 목숨을 잃을 때 한국 기업 주재원들은 홀로 텅 빈 사무실을 지켰다. 현지 직원들은 모두 재택근무를 하고 있을 때였다. 주재원들은 출퇴근 자체가 공포스러웠지만 최대한 평소와 다름없이 일하려고 애썼다고 전했다.

코로나19로 인한 한국 기업 상황을 취재하면서 전세계에 한국 기업이 이렇게도 많이 나가있나 새삼 놀랐다. 한국의 기업들은 미국, 유럽, 아시아 등 구석구석 없는 곳이 없을 정도로 생산법인·판매법인을 갖추고 있었다. 이들이 코로나와 싸우는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드는 생각이 있었다. ‘이들이 타국이 아닌 우리나라에 있으면 좋겠다.’

그러나 동시에 한국은 기업들이 경영하기 좋은 국가가 아니라는 점도 다시 확인했다. 폴란드에 있는 한 기업 관계자는 “한국 대기업은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해 두팔 벌려 환영하는 분위기인데다 각종 세제혜택도 다양한데 왜 한국으로 돌아가겠느냐”고 반문했다. 실제 재작년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한 조사에 따르면 96%에 해당하는 대다수 기업들은 국내 유턴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유턴을 고려하고 있는 기업비중은 1.3%로 2개사에 불과했다.

한창 세계화가 팽창될 때에는 해외 시장 확대를 위해 한국기업이 해외에 진출하는 것이 필요했다. 그러나 코로나19는 자유무역주의의 퇴조를 불러오고 있다. 제조업의 해외 공급망 변화가 불가피하다. 당장 미국, 유럽, 일본 등 세계 경제 강국들은 중국 제조업 의존도를 낮출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일본 은 자국 기업이 중국에서 나와 자국이나 동남아시아 등으로 이전하는 것을 지원하기 위해 22억 달러 규모의 기금 운용 계획을 발표했다. 래리 커들로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미국 정부가 자국 기업의 국내 복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필 호건 EU 무역 담당 집행위원은 EU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무역 의존도를 낮추는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략적 차원에서 해외 생산 거점이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더라도 한국의 고임금 부담, 노동시장 경직성으로 해외로 떠나는 기업들이 여전히 많다. 이들을 국내에 돌아오게 하는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기업은 단순히 세제혜택만으로 한국으로 리쇼어링(해외기업 유턴) 하지 않는다. 단순히 세제혜택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기업이 생산품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반기업 정서부터 고쳤으면 한다.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아쉬워 기업을 불러 일자리를 늘려 달라고 할 게 아니라, 평소에도 기업의 애로사항을 듣고 지원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코로나로 생긴 유례없는 불확실성과 싸우려면 정부와 기업 모두 뭉쳐야 산다. 코로나19를 이겨내듯 코로나 이후 뉴노멀 시대, 우리나라가 세계 경제에서도 주도권을 잡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