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역의 많은 사람들은 8일 어버이날 가슴이 시리다 못해 아팠다. 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가 하면 스스로에게 마음을 잡고 또 다잡았다. 코로나19로 고향에 있는 노부모는 혹시나 싶어 객지의 자식들에게 찾지 못하도록 하고 전화로 서로를 그리워하며 위로했다.
초등학생을 둔 학부모들은 감염 전파 우려로 고령의 부모와 만남을 애써 외면하며 ‘왜 올해는 할머니 할아버지 집을 찾지 않느냐’는 어린 아이들을 달래야 했다. 여기에 요양병원에 있는 대부분의 노부모들은 면회 금지로 손주는 물론 자식들 얼굴조차 볼 수가 없었다.
올해 어버이날은 한마디로 불효의 시간들로 점철됐다. 좌불안석 그 자체였다는 전언이다. 보통 어버이날은 직접 찾아가 부모에게 꽃을 달아주고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는 등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데 코로나 바이러스가 이 같은 풍속을 완전히 바꿔 놨다.
봉화가 고향인 직장인 이모(56·대구 수성구)씨는 가족을 대동하지 않고 혼자 본가에 가 잠깐의 시간 동안 노모 얼굴만 뵙고 돌아섰다. 자식 된 도리로 카네이션이라도 전해 주려고 갔지만 행여나 하는 생각에 일정 거리를 두고 대면, 식사도 함께 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며 아쉬워했다.
대구에 사는 자신은 어쩌면 코로나 바이러스 환경에 단련이 됐지만 혹시나 병균이 어머니에게 옮길까봐 노심초사했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또 3형제 모두가 올해는 노모를 찾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는데 이로 인해 형제간 우애가 상하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전했다.
초등생 자녀 1명을 둔 주부 박모(45·대구 달서구)씨는 시골에 거주하는 시부모 댁을 찾지 않았다. 수 일째 확진자가 나오지 않아 방문을 계획하고 꽃바구니를 구입하는 등 준비를 했으나 이날 대구에서 덜컹 3명의 확진 환자가 나와 포기했다.
여기에 용인 확진자에 이어 서울 이태원 등 수도권 클럽을 중심으로 젊은이들이 무더기로 감염되는 등 신규 확진 환자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를 보고 마음을 접었다. 대신 어버이날 고마움을 표하는 전화와 함께 용돈을 통장으로 송금했다.
올해 어버이날은 한마디로 부모·자식 모두 마음이 편치 않은 날이 됐다. 이 서글픈 아픔이 다시는 반복 되선 안 된다. ‘코로나가 낳은 어버이날 불효’가 모든 사람들에게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서는 외출과 모임을 자제하는 등 더 고삐를 다 잡아야 한다. 코로나 종식만이 불효를 멈출 수 있기 때문이다.
[헤럴드경제 / 대구·경북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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