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별로 다르겠지만 글로벌 시장 규모가 1분기에만 25% 감소했다. 올해 자동차 시장의 감축 규모는 20%로 예상되지만 더 악화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지난달 24일 있었던 기아차 1분기 실적발표 Q&A에서 주우정 기아차 재경본부장(전무)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불확실성이 끝이 아닌 진행형이라고 밝혔다. 시장 환경을 섣불리 예측하기 힘든 상황에서 과거의 기준으로 대응하는 것 자체가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10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확보해 장기 전략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시장의 예상대로 4월 글로벌 판매는 급감했다. 기아차 글로벌 도매 판매가 전년 대비 41% 감소한 것을 포함해 국내 완성차 5개사의 해외판매가 62.6%나 줄었다. 수출 부문에선 르노삼성 72.5%, 쌍용차 60.3%, 한국지엠 32.8% 순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일각에선 ‘수출 절벽’을 언급했다.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효과로 내수 판매가 늘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전체 시장의 위축으로 협력 부품사들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현대·기아차 공장의 연쇄 셧다운과 쌍용차의 순환 휴업 등도 지역별 소규모 업체들의 불안감을 고조하게 했다. 이런 상황에서 유동성 애로를 겪는 기업이 전체의 93.8%에 달하며, 수요 위축에 따른 매출 손실이 69.5%에 달한다는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의 설문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표한 ‘코로나19 사태 관련 기업 인식 및 현황’도 마찬가지다. 300인 미만 기업의 10곳 중 7곳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0% 이상 줄어들 것이라고 답변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으로 경영 여건이 회복되기까지 1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 기업도 45.6%에 달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글로벌 시장이 요동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곳간을 채우고 재고 조절에 나서도 판매를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을 제외한 해외 주요 시장의 회복도 아득하다. 특히 유럽과 인도 시장의 감소가 전체 자동차 시장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4월 절반(46.6%) 규모의 수요가 감소한 미국에서는 출혈경쟁이 고조되고 있다. GM이 84개월 무이자 할부를 시작한 데 이어 현대차도 주요모델에 대해 60~84개월 무이자 할부를 도입했다. 수요 회복 기대감에 기댄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판매 전략이 폭발적으로 충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산업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분석한 올해 자동차 생산량은 394만대, 수출은 242만다. 업계는 코로나19로 최대 40%까지 생산과 수출이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오는 12일 ‘자동차의 날’이 무색하다.

한국 자동차산업은 수직계열화된 구조다. 아래가 무너지면 전체가 흔들린다. 실속에 우선한 대기업의 완급조절과 정부의 정교한 지원책이 절실하다는 지적에 귀 기울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