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발표대회 · 수상경력 등 허위작성 대학부정입학…학부모 · 엇나간 교사 적발

지난 2010년 11월 경기도의 한 중학교에서 열린 ‘G20 국가들의 기후변화에 대한 청소년 발표대회’. 이 대회에 참가한 서울 K고 김모 군은 유창한 영어 프레젠테이션을 선보여 시선을 끌었다. 김 군은 심사위원들을 사로잡았지만 엉뚱하게도 입상의 영예는 손모 군에게 돌아갔다

김 군이 손 군 대신 발표 대회에 나선 것이다. 발표 내용도 다른 학교 교사가 만들어 준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손 군의 대학 입학사정관제 전형에 필요한 ‘스펙’을 만들어주기 위해 각종 수상경력 등을 조작한 혐의(업무방해)로 K고 교사 권모(55), 홍모(46)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8일 밝혔다. 또 손 군(20)과 어머니 이모(49) 씨도 불구속 입건했다.

앞서 지난 6월 시험문제를 유출한 혐의로 구속된 전직 J여고 교사 민모(57) 씨 역시 가짜 스펙쌓기에 가담한 사실이 드러나 같은 혐의로 추가 입건했다.

학부모는 경력 관리를 위해 교사에게 돈을 건네고 교사는 이를 대가로 수상경력 등을 허위로 만들어 준 사실이 드러나 입학사정관제가 입시 공정성을 해친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이 씨는 당시 고교 2학년인 아들을 입학사정관제로 대학에 진학시키기 위해 J여고 교사인 민 씨에게 스펙 관리를 요청했다. 이 씨는 대가로 2011년 2월부터 약 1년간 2500만원을 민 씨에게 건넸다. 또 민 씨는 손 군의 누나에게 입시상담을 해준 경험이 있었다.

이에 민 씨는 2010년 10월 한글날 기념 백일장 대회에 참석하는 손 군 대신 시 4편을 써줬다. 어머니 이 씨는 아들 대신 원고지에 시를 적어줬고 손 군은 금상을 거머쥐었다.

민 씨는 2010년 11월 G20 국가 기후변화 대책 발표회 자료도 대신 만들어 준 것으로 알려졌다.

대회 당일 손 군의 1년 선배인 김 군을 무대에 세운 것은 K고 교사 권 씨였다. 김 군은 직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탄 적이 있었다. 권 씨는 이 씨로부터 1000만원을 받았다고 경찰에 진술했으나 현재 돈을 받은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또 권 씨와 또 다른 교사 홍 씨는 이듬해 6월 열린 한 토론대회에도 손 군 대신 다른 학생에게 발표를 시키고 손 군 명의로 상을 받도록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 밖에도 민 씨는 지인인 모 병원 관계자로부터 총 121시간의 가짜 봉사활동확인서를 발급받아 손 군이 2차례 봉사상을 받게 했다. 손 군은 재학 기간 총 6차례 교외 표창을 받았다. 또 교내에서 모범상, 효행상 등 성적 부문을 제외하고 8차례 표창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일부 수상ㆍ표창경력의 경우 정황상 허위로 의심은 되지만 입증할 방법이 없어 범죄사실에 포함되지 않은 경우도 있다”고 했다.

손 군은 어머니와 2010년 1월 북유럽 체험 학습을 다녀왔다는 내용을 생활기록부에 올려 대학입시자료로 활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손 군이 그곳을 다녀온 것은 중학생 때였다.

손 군은 화려한 스펙을 내세워 2012년 S대 생명과학계열에 합격했다. 이후 자퇴한 뒤 K대 한의예과 입학했다. 당시 K대 한의예과 입학사정관제 전형엔 5명 모집에 88명이 지원해 경쟁률은 17.6대 1을 기록했다. 두 대학 모두 손 군의 입시자료를 걸러내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입학사정관 제도와 관련해 비교과활동 제출 서류 및 경력에 대한 객관적 검증 절차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그동안 수사사항과 확인된 문제점을 교육부와 해당 대학교에 통보하고 조치를 요청할 예정”이라고 했다.

김기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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