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운 전 서울대 로스쿨 교수 인터뷰

신청 저조하면 참여재판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

검찰 조서 증거 범위 축소로 참여재판 더 중요해져

신동운 전 서울대로스쿨 교수. 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신동운 전 서울대로스쿨 교수. 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요즘 N번방 사건도 그렇고, 성범죄 양형이 너무 낮다고 말이 많잖아요. 만약에 거기에 시민들이 참여했으면 ‘양형이 그 정도론 안 된다’고 판사에게 의견을 주입할 수 있을텐데 지금 그걸 잘 못하고 있습니다.”

국민사법참여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국민참여재판의 도입과 정착을 이끈 신동운(68) 전 서울대 로스쿨 교수는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신 교수는 국민참여재판을 확대해야 하는데,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고 우려했다. “피해자들을 중심으로 성범죄 재판은 참여재판에서 제외해달라고 하는데, 성범죄 피해자를 보호하는 장치가 형사소송법에 많이 있습니다. 피해자 개인만 갖고 얘기하기엔 시민들은 계속 분노하고 있거든요.” 법원도 업무 과부화를 이유로 내심 참여재판을 반기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가해자들이 배심원 앞에서 범죄사실을 공개하겠다는 식으로 참여재판을 악용하는 시도는 경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시민 목소리가 사법부에 전달이 돼야 하는데, 이렇게 신청이 저조하면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해집니다. 민주적 통제를 받지 않는 사법부의 직업법관들의 재판이 시민들의 정의감하고 떨어진다는게 원래 도입 취지였지 않나요.” 국민참여재판법 1조는 ‘사법의 민주적 정당성과 신뢰를 높이기 위해 국민이 형사재판에 참여한다’고 돼 있다.

참여재판의 범위를 제한하려는 시도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선거법위반 사건과 같이 정치적 시비 가능성이 높은 사안은 참여재판에서 배제할 수 있게 하자는 의견도 있다. 2013년 전주지법에서 열렸던 안도현 시인 재판이 계기가 됐다. 당시 안 시인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안중근 의사 유묵을 훔쳐 소장하고 있다’고 소셜미디어에 올렸다가 공직선거법위반으로 기소됐다. 배심원단은 전원일치로 무죄 평결을 했지만, 재판부는 유죄를 선고했다. 보수 진영에서는 야당세가 강한 지역에서 배심원들이 감성 평결을 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신 교수는 “형사소송법에 지방의 민심 등으로 재판의 공평을 유지하기 어려운 염려가 있는 때에는 검사가 관할 이전을 의무적으로 신청하라고 돼 있다. 그걸 하면 되는데 애꿎은 제도탓을 한다”며 “참여재판은 자기 직역의 이해관계에 따라 운영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안도현 시인 사건은 2심에서 무죄가 선고됐고, 대법원에서 확정돼 결국은 배심원 판단이 옳은 것으로 확인됐다.

신 교수는 앞으로 검찰 조서 증거능력 인정 범위가 줄어들 것이기 때문에 참여재판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4년 이내에 검찰 조서의 우월적 능력이 사라집니다. 그럼 변호인 입장에선 다 부인하겠죠. 결국 법정에 증인이 오고, 조사한 사람들 불러서 직접 얘기를 듣는 구두변론 방향으로 모든 재판이 갈 수밖에 없어요. 참여재판을 하는 것과 다를게 없죠. 이젠 시민의 시야에서 재판을 해야합니다.”

그는 국민참여재판이 헌법상 주어진 권리를 국민에게 돌려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국민으로부터 모든 권력이 나오니까, 국민이 ‘사법부’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헌법적로 자기 의견을 낼 수 있다는 걸 알고 스스로 권리를 찾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