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최근 유가와 정제 마진 급락을 맞닥뜨린 정유사들의 신용등급 전망이 무더기로 하향조정됐다. 하반기 이후 유가가 다소 회복된다 해도 올 한해 전체로 보면 손익분기점을 가까스로 넘기는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실시한 정유사 회사채 정기평가 결과, SK이노베이션, SK에너지, S-Oil, SK인천석유화학의 무보증사채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현대오일뱅크는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변경했다. GS칼텍스는 기존 신용등급을 유지했다.

등급 전망을 변경한 가장 큰 이유는 지난 1분기 유가 및 정제 마진 급락으로 대규모 영업 적자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1.8조원), GS칼텍스(-1.0조원), S-OIL(-1.0조원), 현대오일뱅크 (-0.6조원) 등 정유 4개사의 합산 영업적자는 4.4조원에 달했다. 두바이 유가가 배럴당 30달러 이상 하락하면서 재고자산 평가 등으로 3조원이 넘는 손실이 반영됐다. 정제 마진 또한 운송수요 감소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휘발유와 항공유 제품의 마진이 하락하면서 적정 이익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다.

하반기 이후 유가가 다소 회복되면 재무안정성이 개선될 수 있지만, 연간 기준 영업이익은 대부분 손익분기점 수준을 크게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최악은 정유 부문에서 저조한 정제 마진과 저유가 기조가 지속되고, 화학·윤활유 부문에서도 신규 설비 진입과 수요가 부진한 상황이다. 이 경우 SK이노베이션(-0.3조원), GS칼텍스(-0.3조원), S-Oil(-0.7조원), 현대오일뱅크(-0.3조원) 등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한신평은 전망했다.

한신평은 "주요 제품의 구조적인 수요 부진, 공급과잉이 지속되고 회복이 상당 기간 지연될 것으로 판단될 경우 추가적인 싱요도 부담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유가 급락과 경기 회복 기조가 함께 나타난 2015~2016년과 유사한 흐름이 나타난다면 신용도는 다시 회복될 수도 있다. 다만 2018~2019년 이후 글로벌 석유제품 수요가 둔화되고 신규 설비 증설도 더뎌지는 등 정유산업의 경기 하강이 꾸준히 진행돼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시와 같은 속도로 재무 실적이 개선될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