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국제 무역갈등에 업황 ‘예측불허’
中 시안 5세대 V낸드·평택 6세대 V낸드 양산
이 부회장, 지난달에만 3차례 공개 행보·발언
절박함·위기의식 강조불구 사법리스크 ‘발목’
삼성전자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과 미·중, 한·일 갈등의 초유의 위기 상황 속에서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1위 기업으로서의 ‘초격차’ 행보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1일 약 7~9조원 안팎에 달하는 대대적인 투자를 통해 평택캠퍼스의 낸드플래시 생산라인 증설 작업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이날 낸드플래시 증설 투자 발표는 지난달 21일 10조원 규모의 극자외선(EUV) 파운드리 라인 조성 투자를 밝힌 지 열흘 만이다. 또 일본이 지난해부터 단행 중인 반도체 3대 품목 수출 규제에 대한 답변 거부로 한·일 갈등의 장기화가 예상되는 시점에서 발표돼 주목을 받았다. 이날 삼성전자의 투자 계획 발표를 두고 재계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연이은 검찰 수사와 미·중, 한·일 갈등의 격화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상황에서도 공격적인 투자로 미래 성장 기반을 확보해 가는 일환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검찰 수사의 불확실성이 자칫 삼성전자의 미래 성장 의지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언택트 사회에 급증하는 낸드 수요…中 시안과 평택 2라인 낸드 초격차 선봉=삼성전자가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평택캠퍼스 2라인에 9조원 안팎의 대대적인 낸드플래시 투자에 본격 돌입한 데는 코로나19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낸드플래시 메모리의 시장 상황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전략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를 앞당기고 있고, 5G 보급에 따른 중장기 낸드 수요 확대로 메모리 업계에서는 발빠른 투자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이번 투자로 증설된 평택2라인에서는 삼성전자의 최첨단 V낸드 제품이 양산될 예정이다. 2002년 낸드플래시 시장 1위에 올라 현재까지 18년 이상 독보적인 제조, 기술경쟁력으로 글로벌 시장 리더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삼성전자는 지난 해 7월 세계 최초로 6세대(1xx단) V낸드 제품을 양산한 바 있다. 이 제품은 ‘속도·생산성·절전’이라는 메모리반도체의 3가지 핵심 경쟁력이 모두 향상된 획기적 제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전 제품인 5세대 V낸드보다 성능을 10% 이상 높이면서도 동작 전압을 15% 이상 줄였고, 공정 수와 칩 크기를 줄여 생산성도 20% 이상 향상됐다. 삼성전자는 이번 증설 투자로 삼성의 유일한 해외 메모리 반도체 생산기지인 시안 반도체 공장에서 5세대 V낸드를 양산하고, 평택캠퍼스를 6세대 V낸드 양산의 이원 체제로 구축해 운영한다는 복안이다. 이를 통해 플래그십 스마트폰에서 하이엔드 스마트폰 시장까지 다양한 시장의 낸드플래시 메모리 수요에 대응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또 증가된 생산 능력으로 차세대 엔터프라이즈 서버 시장은 물론 높은 신뢰성을 요구하는 자동차 시장까지 3차원 V낸드 사업 영역을 넓혀간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최근 ‘언택트’ 라이프스타일 확산으로 중장기 낸드수요 확대 추세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삼성전자는 한 발 빠른 적극적인 선제 투자로 미래 시장기회를 선점해 나간다는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미·중, 한·일 갈등 와중에 잇따른 검찰 소환, 경영 불확실성 가중=코로나19와 격화되는 미·중 갈등으로 반도체 업계에 불확실성이 한층 짙어지면서 삼성전자의 대응 움직임도 한결 강화되고 있다. 그룹의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이 잇따라 투자 계획과 현장 점검에 나서는 것도 이같은 경영 환경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실제 삼성전자의 대외 경영 환경은 살얼음판이다. 미국과 중국이 화웨이를 가운데 두고 반도체 전쟁에 돌입한 상황에서, 지난해부터 지속되고 있는 반도체 3대 핵심 소재 수출 규제에 대해 일본이 끝내 답변을 거부한 것도 삼성전자에게는 적잖은 부담이다. 이처럼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경영 불확실성으로 미래 투자를 진두지휘할 중차대한 시점이지만, 이 부회장은 지난달 26일과 29일 잇따라 검찰에 소환돼 각각 17시간의 장기간 조사를 받았다. 재계 인사들은 이를 두고 이 부회장이 경영리스크도 모자라 사법리스크 마저 동시에 짊어지고 있다고 우려한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언택트 산업이 각광을 받으며 수요가 급증하는 반도체는 이제 전산업에서 필수적인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라며 “하지만 검찰 수사가 지나치게 장기화하면서 그렇잖아도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 기업에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하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정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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