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일 고뇌 끝 항명사태급 양심선언
NYT “백악관 분노 살 것 확실시” 전망
전·현직 수뇌부 “정치에 군 이용말라”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 마크 밀리〈사진〉 미국 합참의장은 1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최근 백악관 인근에 있는 교회 앞에서 사진을 찍은 것과 관련, “그 곳에 있지 말았어야 했다”고 사과했다.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에 항의하는 평화 시위대를 강제 해산시키기 위해 경찰은 최루탄·고무탄을 쏘고, 트럼프 대통령은 유유히 세인트존스 교회 앞에서 성경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는 데 지난 1일 동행한 걸 공개반성한 것이다.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이 시위대 진압을 위해 군(軍)을 투입하려던 트럼프 대통령에 반기를 든 데 이은 항명사태급 양심 선언이다. 대선이 5개월도 남지 않았는데 군 통수권자와 수뇌부간 파열음이 겉잡을 수 없이 증폭하는 형국이다.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밀리 합참의장은 이날 국방대학교 졸업식 영상 메시지에서 “그 당시, 그런 환경에서 (사진 촬영에) 내가 참여한 건 군이 국내 정치에 개입했다는 인식을 줬다”고 말했다. 이 영상은 사전에 녹화했다. 작심 발언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제복을 입은 군 당국자로서 실수로부터 배웠다”고도 했다.
밀리 합참의장은 “모든 군 지도자들이 자신의 말과 행동을 사람들이 면밀하게 지켜본다는 걸 인식해야 한다”며 “나 역시 예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플로이드를 잔인하게 살해한 경찰에도 분노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위대 진압을 위해 군을 배치하겠다고 시사한 것에도 반대했다고 거듭 밝혔다.
밀리 합참의장의 한 친구는 뉴욕타임스(NYT)에 “그는 지난 10여일간 (교회로 가기 위해) 라파예트 광장을 가로질러 트럼프 대통령 뒤에 있던 것에 괴로워했다”고 말했다. 상당수 평론가들이 시위대 해산을 위한 강경 진압을 군도 승인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던 장면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밀리 합참의장은 당시 백악관 주변에 배치된 주방위군 병력 등을 시찰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을 수행하는 걸로만 믿었다고 설명했다.
‘사진 촬영 이벤트’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밀리 합참의장은 심한 언쟁을 벌였다고 NYT는 전했다. 이 매체는 아울러 밀리 합참 의장의 이날 발언 관련, “백악관의 분노를 사게 될 게 확실시 된다”고 했다.
WP는 밀리 합참의장의 발언이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을 비롯해 여러 군 고위 관계자 출신이 트럼프 대통령의 시위 대응에 반발한 와중에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티스 전 장관은 지난 4일 한 매체에 낸 성명에서 시위대에 군을 투입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국민을 통합하려 노력하지 않는, 심지어 그렇게 하는 척도 하지 않는 내 생에 첫 대통령”이라고 맹비난했다.
에스퍼 장관도 지난 3일 군을 동원한 시위 진압을 반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정치에 군을 동원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현직 군 수뇌부가 잇따라 발신한 것이다.
현지 언론이 공개 항명 성격의 발언이 터진 걸 크게 다루자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도 불편한 걸로 파악된다. 텍사스주(州) 댈러스로 가기 위해 백악관을 떠날 때 평소와 달리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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