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 불황에 본업투자 소극적

초저금리로 자금운용 절실

국고채 등 채권수요 늘어

절세 노린 개인법인도 많아

“회사 자금도 좀 불려주세요”

주로 돈 많은 개인 고객들을 상대하는 강남의 프라이빗뱅커(PB)들이 회사들에 불려가고 있다. 초저금리에 투자열풍까지 번지며 여유자금을 가진 기업들도 자산관리 수요가 커지고 있어서다. 시중은행 기업담당 채널은 경영에 필요한 자금관리 서비스에 특화돼 있서 금융상품 등을 통한 자산관리는 오히려 PB들이 낫다는 평가다. 게다가 이들 기업의 소유자나 경영진은 잠재적 PB 고객이기도 하다.

12일 헤럴드경제와 만난 손남숙 KB국민은행 압구정스타PB센터장은 “최근 법인들도 여유 자금에 대한 자산관리가 필요하다는 의식이 커졌다”며 “전체적으로 안정적으로 자금을 관리할 수 있는 단기상품 수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시장에서 법인의 유동성은 풍부한 상태다. 여윳돈을 굴려야 하는 유인이 크지만, 법인은 개인과 달리 공격적인 투자엔 소극적이다. 자체적인 자산운용 역량을 갖추지 못한 중소형 법인들은 은행 PB의 조언이 절실하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10일 기준 법인의 머니마켓펀드(MMF) 설정 규모는 127조1000여억원 수준이다. 1년 전과 비교해 41.5% 증가했다. 중소형 규모 법인이더라도 굴릴 수 있는 자금 규모가 수백억이다. 그런데 MMF 수익률은 1%를 밑돈다. 수익률 0.5~1%포인트(%)만 올라도 성공적인 자산관리가 가능해진다. 국공채 펀드를 매입하거나 직접 채권을 사들이는 법인이 늘어나고 있다.

강남권에 근무하는 시중은행 PB는 “중소형 외감법인은 최대한 적극적으로 자금을 굴릴 수 있는 게 채권을 매입하는 것”이라며 “정기예금에 뒀던 100억~200억원 정도의 여유자금으로 3~6개월짜리 채권을 매입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KB국민·우리·NH농협 등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법인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1년 전보다 21% 이상 늘었다. 법인의 자금은 한 군데 머무리기 보다, 끊임없이 움직인다는 특징을 감안하면 최근의 현상은 이례적이다.

시중은행 자금담당 부행장은 “구매, 투자 등에 투입되는 기업 자금이 확실히 줄었다”면서 “은행들이 기업 여유자금을 단기로라도 불려줘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자산가들이 부동산 법인 등 개인회사를 세워서 자산관리에 활용하는 사례도 여전하다. 법인 명의로 아파트 등을 매입하는 건 절세 효과가 크다. 법인에 적용되는 양도소득세(10~25%)는 다주택자의 절반 이하 수준이다.

강남권 PB들에게 부동산 법인의 절세 컨설팅이 주요 업무된 지는 오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법인 설립의 인센티브는 결국 투자에 따른 세금 부담을 덜어내는 것”이라며 “강남권 PB 채널에서 개인고객과 법인의 세금 상담 수요는 꾸준하다”고 말했다.

박준규·문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