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안 재추진 두고 논란

법 개정으로 사익편취 규제 대상 기업 210→591개로 확대

경제계 “계열사 간 거래 막히거나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문제 발생”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사익편취 규제 강화 논란과 관련해 정부가 이례적으로 반박하는 입장문을 냈다. 계열사 간 부당한 내부거래를 줄이기 위해 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으로 정부가 총수일가에 기업 지분을 팔라고 요구하는 게 아니라는 주장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6일 배포한 참고자료를 통해 "사익편취 규제가 강화되더라도 해당 기업이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0일 공정위는 20대 국회에서 성과 없이 폐기된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 입법을 재추진하기로 했다. 대기업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 등 부당 내부거래를 통한 재벌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규제를 강화하는 게 핵심 내용이다.

대표적으로 총수일가 지분이 20% 이상(비상장사)과 30% 이상(상장사)인 계열사만 해당됐던 사익편취 규제 대상을 상장·비상장사 모두 20% 이상인 곳으로 확대한다. 해당 상장·비상장사가 지분을 절반 넘게 보유한 자회사도 규제를 받는다. 이를 적용하면 올해 5월 기준 210개인 규제 대상 회사가 591개로 늘어난다. 현대차그룹의 현대글로비스와 SK그룹의 SK, 삼성그룹의 삼성웰스토리 등이 새로 포함된다.

이를 두고 경제계에선 "규제 대상 기업이 계열사 간의 거래를 못하게 되거나, 지분을 일거에 매각해야 하는 문제가 초래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계열사 간 거래가 금지될 경우 수직 계열화를 통한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없고, 지분을 매각할 경우 경영권 공격을 받아 펀드들의 먹잇감이 될 위험이 있다"고 강조한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조 위원장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한 유통-납품업계 상생협약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조 위원장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한 유통-납품업계 상생협약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공정위는 법 개정을 통해 지분 매각에 관한 의무를 부과하거나 내부거래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정상적인 내부거래는 얼마든지 해도 되지만 총수일가에게 부당한 이익을 귀속시키는 부당한 내부거래만을 규제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부당한 내부거래의 대표적인 사례는 계열사 간 수의계약이다. 공정거래법은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 '합리적인 고려나 비교를 생략한 거래'로 규정한다. 지난해 6월 태광그룹 계열사는 총수일가의 개인 회사로부터 김치, 와인을 아무런 합리적인 고려 없이 사들였다가 공정위로부터 제재를 받기도 했다. 정상적인 내부거래를 위해선 경쟁입찰을 해야 한다. 혹은 효율성과 보안성, 긴급성 등 예외 요건을 갖추면 가능하다.

아울러 공정위는 사익편취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재차 피력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사익편취 규제가 2014년 2월 도입됐으나 규제 사각지대에서 많은 내부거래가 지속되고 있다"며 "실효성 제고를 위해 규제 대상을 늘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2018년 기준 사익편치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 있는 사각지대 회사의 내부거래 금액은 27조5000억원으로 규제 대상 회사(9조2000억원)보다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