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위기 진화의 소방수이자 경제정책의 총사령탑인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핵심 경제정책에서 청와대와 여당에 밀려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던 모습에서 벗어나, 기본소득이나 2차 재난지원금, 대학등록금 반환을 위한 정부 지원 등 주요 현안에 잇달아 소신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홍 부총리의 달라진 모습은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에서 유감없이 드러났다. 그동안 활발히 거론돼 온 주요 현안에 대한 질의에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자신의 소신과 정책의 원칙을 거침없이 토해냈다.
추석 무렵에 2차 지원금 지급이 필요하다는 질의에 대해선 “1차 지원금을 전국민에게 드릴 때 일회성·한시적 개념으로 드렸다”며 “적극적으로 찬성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정당국 생각으로는 유사재원이 있다면 더 어려운 계층에 선택적·집중적으로 지원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기본소득에 대해선 더 강경했다. 반대 입장을 수차례 밝혔던 데에서 나아가 이의 공론화나 연구 계획이 있는냐는 질의에 대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검토할 상황이 아니라고 본다”고 못을 박았다. 앞서 최근 열린 한 조찬모임에서는 “지구상에 기본소득을 도입한 나라가 없다”, “예산 200조원을 우리 아이들이 부담하도록 하는 게 맞는가”라며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그는 “소득이 많은 사람에게 빵값 10만원을 주는 것보다 인공지능에 밀려 소득이 없는 사람에게 지원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역설했다.
등록금 반환 문제에 대해선 여당은 물론 교육부와도 각을 세웠다. 그는 국회 답변에서 “등록금 반환 문제는 등록금을 수납받은 대학이 자체적으로 결정할 문제”라며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그는 특히 “교육부가 정부 10만원, 대학 10만원 매칭 방식으로 195만 대학생에게 20만원씩 지원하자고 요청했는데 왜 안된다고 결정했나”라는 질의에 “대학생 절반인 100만명이 소득분위 8·9·10 등급으로 가장 상위계층”이라며 “과연 10만원을 그렇게 나눠주는 게 합리적인지 지적이 있었다”고 맞받아쳤다.
한때 ‘홍남기 패싱’ 또는 ‘예스맨’이라는 말을 들었던 때와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나라곳간’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로서 재정을 더 이상 악화시켜선 안된다는 책임의식이 작용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홍 부총리에게는 상반된 두 가지 과제가 동시에 부여돼 있다. 전대미문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재정정책 등을 지휘하는 동시에, 재정건전성도 관리해야 하는 것이다. 특히 재정확대를 요구하는 정치권의 요구는 물론, 이에 편승한 포퓰리즘이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많다. 지금까지는 무서운 집중력을 보이며 급한 불을 꺼왔지만, 복합위기 상황에서 어떻게 중심을 잡아나갈지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이해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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