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자 가입’ 노조법 개정안 국무회의 통과
사회적 대화 추진 노사화합 분위기에 ‘찬물’
재계 “개정안 국회 통과 시 노사관계 파국”
정부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비준안의 재추진을 위한 노조법 개정을 21대 국회 출범과 동시에 강행하자 노사 관계가 파국으로 치달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정부가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사회적 대화를 진행하고 있는 와중에 해고자·실업자 노조가입 허용 등을 담은 개정안 작업이 강행되면서 자칫 노사정 사회적 대타협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재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초유의 경영난에 처한 기업들에 노조 리스크마저 덧씌우며 막대한 경영상 부담을 안길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 노·사·정 대화에 찬물 끼얹은 노조법 개정 강행= 정부의 노조법 개정 강행은 노사 화합 분위기를 빠르게 냉각시키고 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해고자 노조가입 등 민감한 사안은 뒤로 물리고 그 어느 때 보다 노사가 화합하고 정부가 이를 뒷받침해 노사정 의기투합으로 국난극복에 매진해야 하는 상황에 돌발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지적이다. 더구나 정부의 노조법 개정안은 노사 양측 모두 반대하고 있어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경영계는 노사관계 현실을 고려할 때 ILO 핵심협약 비준 자체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고, 노동계는 법안 내용이 ILO 핵심협약 기준에 크게 못 미친다고 비판하고 있다. 실제 결사의 자유 협약 비준을 위한 ‘노조법·공무원노조법·교원노조법 등 3개 법률의 개정’과 관련, 지난해 사회적 협의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노사관계 제도관행개선위원회’에서 논의했지만 노사 합의에 이르지 못해 최종 공익위원안을 토대로 정부 입법안 초안을 마련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그 결과, 20대 국회 환노위 법안심사 소위 상정이 불발되는 등 법안 심의를 위한 첫 단추도 꿰지 못한 채 회기 종료로 자동폐기된 바 있다. 그런데도 정부가 재차 노조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은 ILO 핵심협약 비준 노력을 유럽연합(EU)에 알려야 하는 상황에서 선택한 궁여지책으로 보인다. EU는 한국이 한-EU FTA ‘무역과 지속가능발전 장(章)’에 규정된 ILO 핵심협약 비준 노력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분쟁 해결 절차에 들어간 상태다.
▶ 재계 노조법 개정안 극렬한 노사 대립 부를 것= 재계는 개정안이 노사관계의 기본 틀을 송두리째 뒤흔들며 결국 극렬한 노사 대립을 초래할 것이라며 극도로 긴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당장 해고자·실업자의 노조가입 허용은 노사 관계의 악화에 결정적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해고자와 실업자는 회사 인사권에 영향을 받지 않는 만큼, 더 과격한 활동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또 비조합원의 노조임원 선임을 허용할 경우, 해당 비조합원이 정치적 위상 강화 목적 사업 등에 집중해 사회적 혼란이 야기될 수도 있다고 경영계는 우려하고 있다. 김영완 한국경영자총협회 기획실장은 “재직자가 아닌 사람도 노조 가입이 가능토록 하게 되면 우리 노사관계의 기본틀이 흔들리게 된다”며 “정당하게 해고된 자, 퇴직자, 실업자, 사회적 활동가 등 기업과 무관한 자들이 노조 내에서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해당 기업과 무관한 이슈들로 갈등만 커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경총 등 경제단체들은 이에 “선진형 노사관계를 도모하기 위해 부당노동행위 제도 개선, 파업시 사업장 점거 금지 등 사용자 측 대항권도 개선돼야 한다”며 “주요 선진국은 파업에 대항할 수단으로 대체근로를 전면 또는 부분적으로 허용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계는 아울러 정부의 노조법 개정의 강행 시기에 대해서도 강한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올해 마이너스 성장이 예고되는 등 기업들의 실적이 곤두박질치고, 곳곳에서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노동자의 권리를 일방적으로 강화하는 법안이 강행될 경우 기업들을 사지로 내모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는 항변이 곳곳에서 터져나고 있다.
홍기용 인천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노사 환경이 국제적인 비교에서도 상당히 기업에 부담을 주는 구조로 돼 있는데,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노조법 개정을 강행하는 건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김대우·정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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