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1000억원 시장 급성장

5대銀 독식…점유율 75%

사모펀드만 감시의무 예외

위험관리 없이 기계적 업무

[헤럴드경제=서정은·박준규 기자] 사모펀드 시장이 커지면서 반사이익을 본 곳 가운데는 수탁은행도 있다. 사모펀드 수탁사는 법규상 감시의무도 없어 기계적인 업무만 해주면 손쉽게 돈을 벌 수 있었다.

2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5대 시중은행(국민·농협·신한·우리·하나)의 사모펀드 수탁규모는 315조7209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사모펀드 수탁의 75%를 5대 시중은행이 독식하고 있다. 사모펀드 수탁잔고는 2018년 말 250조원에서 2019년말 309조원을 급증한 뒤 올해에도 지속적인 성장세다. 수수료율은 2~7bp(100bp=1%포인트)로 다양하다. 수수료 규모로만 따지면 연간 최소 1000억원 이상 규모의 시장이다.

5대 시중은행 중 5위였던 하나은행의 경우 1년 반동안 사모펀드 수탁고를 13조원 이상 키우는데 성공했다. 적극적인 수탁자산 확장 정책 효과로 전통의 강호인 농협은행, 국민은행에 이어 3번째로 수탁고 증가폭이 컸다.

금융당국은 사모펀드에 한해 운용지시에 대한 감시 업무 또한 특례 조항으로 면제해줬다. 이 때문에 수탁은행들은 라임펀드나 옵티머스펀드에 문제가 발생해도 ‘어쩔 수 없었다’며 화살을 피했다. 그런데 수탁은행들이 리스크 관리를 이유로 비시장성 자산을 주로 취급하는 사모 운용사들에게는 공모 주식·채권형펀드보다 2~3배 높은 수탁수수료를 부과해 온 점은 아이러니다. 수탁자산 규모는 커졌지만 은행들은 관련 인력을 늘리지도 않았다.

사모펀드 운용사 감시에 대한 법적 의무는 없지만, 은행입장에서 달리 보면 굳이 불량 운용사를 걸러내지 않는 게 수탁업무 영업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어차피 책임 질 일이 아니니 눈감아 주고 수탁수수료만 챙기면 되는 셈이다.

실제 복수의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일부 수탁은행들의 경우 리스크 관리를 위해 사모펀드 중에서도 비시장성 자산에 대한 수탁을 꺼리는 등 움직임이 있었다”며 이라더보니 리스크 관리 보다는 실적 경쟁에 집중하는 은행들에 사모운용사들이 대거 몰렸다”고 전했다.

최근 사모펀드 사태로 은행들은 부랴부랴 수탁업무 문턱을 높이는 중이다. 국민은행, 신한은행 등은 신규 수탁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탁 심의 과정도 저마다 강화를 검토하고 있다. 통상 은행은 내부에 수탁심의위원회 등을 두고 운용사의 운용 이력과 역량 등을 확인하는데, 이 과정을 강화하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수탁금액이 1000억원 이상이면 담당 부행장이 전결한다”며 “향후 수탁 이슈가 커지면 수탁 관련 내부통제를 강화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