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사회 통념상 경멸적 표현 혐의 없어”
검찰 “코로나 신조어로 피해자 모욕 판단”
법조계 “성희롱은 분명”…모욕죄 여부 분분
부하 직원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에서 변형된 신조어인 ‘확찐자’로 조롱한 상사에게 모욕 혐의가 적용되는지에 대해 경찰과 검찰의 의견이 갈려 주목 받고 있다.
29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3월 청주시청 시장 비서실에서 시청 직원 A(6급)씨는 계약직 직원인 B씨에게 ‘확찐자가 여기 있네, 여기 있어’라며 외모를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 B씨는 A씨를 모욕 혐의로 고소했다. 확찐자는 코로나19에 따른 공포 등으로 외부 활동을 하지 않아 살이 급격하게 찐 사람을 이르는 신조어다.
하지만 지난달 충북 청주상당경찰서는 A씨에 대한 사건을 수사한 결과 무혐의로 판단,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확찐자라는 표현이 사회 통념상 경멸적 표현이라고 보기 어려워 모욕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검찰의 판단은 180도 달랐다. 지난주 청주지검은 A씨에 대해 모욕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특히 청주지검은 해당 사건에 대해 엄정 처리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까지 배포했다. 검찰 관계자는 “코로나19 관련 신조어를 사용해 피해자를 모욕한 것으로 판단해 불구속 기소했다”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청주시 성희롱고충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는 A씨의 언사를 성희롱으로 판단, 재발 방지 대책 등을 시에 요구했다. 심의위는 피해 직원 B씨에 대한 전문기관 상담과 심리 치료 지원을 요청했으며, B씨가 안정적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보호 조치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시는 심의위의 이런 결정에 따라 A씨에 대한 징계 여부 등을 검토할 방침이다.
법조 전문가들은 확찐자가 성희롱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으면서도, 모욕죄 해당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소 갈리고 있다.
성폭력 범죄 전문가인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 변호사와 이은의 이은의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는 “A씨의 언사는 외모 품평이므로 성희롱에 해당하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고 했다. 특히 이 변호사는 “확찐자는 사람들이 이미 보편적으로 ‘자기 관리가 안 된 사람’이라는 뜻을 담아 부정적으로 쓰고 있는 단어이므로 모욕죄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며 “경찰은 판례에 따라 판단하면서 기존에 없던 단어인 확찐자에 대해서는 불기소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김 변호사는 “확찐자를 모욕죄로 처벌하면 범위가 너무 넓어진다. 말 그대로 살이 ‘확 찐’ 자를그대로 묘사한 말 아닌가. 개인에 대한 가치 평가라고 보기 애매한 측면이 있다”며 “예를 들어 ‘낯짝도 두껍다’라는 말에 대해 모욕죄를 적용한 게 판례인데, 이는 얼굴을 그대로 묘사한 게 아니라 가치 평가가 들어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인 김영미 법무법인 숭인 변호사는 “향후 판결이 어떻게 나든 확찐자 자체가 모욕죄 해당 단어인지 판단하기는 어렵다. ‘돼지야’가 모욕죄에 해당하는 판례가 있다고 해도 ‘돼지’라고 부른 사람 모두 모욕죄는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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