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2017년 행정장관 선거안으로 촉발된 홍콩의 민주화 시위가 15일(현지시간)로 18일째 접어든 가운데, 학생들이 주축이 된 이번 시위 현장에선 재치와 위트가 넘치는 새 집회 문화가 등장해 화제가 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이번 시위를 주도한 이들 중 상당수는 1997년 홍콩의 주권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넘어가던 시기를 전후에 태어난 이른바 ‘반환둥이’들이다.
이들은 지난 13일 홍콩 정부청사가 있는 애드미럴티(金鐘) 도로 한가운데 렁춘잉(梁振英) 행정장관의 흑백사진을 세웠다.
사진 속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는 렁 장관의 머리 위에는 ‘1954~2014’라는 숫자가 적혀 영정사진을 연상케했다. 시위대는 그의 사진 앞에 시뻘겋게 칠한 ‘지옥돈’(헬 머니)과 바나나를 쌓아, 렁 장관이 ‘악마’와 같으며 그의 정치생활도 조만간 끝날 것이라는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같은 날 까우룽(九龍)반도 몽콕(旺角)에서는 생일을 축하하는 영어 노래인 ‘해피 버스데이’가 울려퍼졌다. 경찰과 대치한 시위대가 무력 충돌할 뜻이 없으며 평화롭게 시위를 하겠다는 의지를 노래로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지난주 내내 홍콩 도심 거리를 채운 생일 축하노래는 14일 애드미럴티에서 바리케이드 철거 작업에 나선 경찰 앞을 막고 선 시위대 사이에서도 어김없이 흘러나왔다. 다음날 새벽 투입된 경찰 수백명이 후추 스프레이를 동원하며 강경한 진압 작전을 펼쳤기 때문에 이 같은 시위대의 모습은 무력을 앞세운 경찰과 더욱 대조를 이뤘다.
그밖에 일부 시위 참여자들은 거리에서 탁구를 치거나 기도를 하는 등 평화로운 시위 현장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WSJ은 홍콩의 시위 문화가 공개적으로 상대를 창피를 줄 때 조롱 섞인 노래를 이용했던 중세시대의 비판문화와 유사하게 진화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시위에 나선 학생들이 과격한 폭력 행위 없이 재치 있는 조롱으로 현장을 채워 일반 대중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 효과를 발휘했다고 평가하고 “경찰이 시위대에 대한 무력 진압에 나서더라도 이 같은 전략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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