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 상장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시장이 활성화 초기부터 신뢰를 잃을 위기에 빠졌다. 리츠는 부동산을 주식처럼 만들어, 그 부동산에서 나오는 임대수익을 주주들에게 배당하는 회사다. 실제 건물주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건물을 운영하거나 매각할 때 얻을 수 있는 수익률은 똑같이 누릴 수 있다. 지난해까지는 유통 대기업의 리테일 자산이 주를 이뤘지만 올해는 국내 프라임급 오피스는 물론 해외 오피스, 물류센터, 임대주택, 주유소 등을 담은 리츠들이 상장을 준비 중이다.
문제는 해외 오피스를 중심으로 공모리츠라는 투자 수단을 악용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증권사들은 매력 있는 대체투자 자산을 국내 기관투자가들에 소개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해외 부동산 인수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기관투자가들로는 그 물량을 다 소화할 수 없었다. 물량이 많았던 탓도 있지만 수년간 다른 글로벌 투자자들은 쳐다도 보지 않던 자산을 건져왔다는 비아냥을 듣는 자산도 상당수다. 이처럼 기관이 거절한 ‘재고’물량을 털어내는 수단으로 공모리츠가 활용되고 있다는 자성이 업계에서 나온다.
실제 모(某) 증권사는 기관투자가들의 ‘러브콜’을 받았던 우량 자산을 기존에 보유한 미매각 자산과 묶어 공모리츠로 출시하려고 했다. 하지만 “미매각과 엮으면 그나마 소화할 수 있던 것도 못 한다”는 판단에 별개의 창구로 재매각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렇게 ‘닳고 닳은’ 자산은 결국 모(某) 상장 리츠가 유상증자 이후 인수하기로 했다. 또 다른 운용사는 미매각된 자산만 3~4개를 묶어 리츠로 상장하려 했으나 금융감독원이 저지했다는 후문이다.
공모리츠를 보는 이 같은 인식은 업계 내부의 갑을관계를 바꿔놓을 정도라고 한다. 해외 부동산투자시장에서 최종소비자인 기관투자가를 제외하고 가장 영향력이 있는 것은 대형 증권사였다. 당장 자기자본을 통해 인수대금을 치를 수 있고, 그래서 딜의 전면에 나서 협상을 주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투자는 증권사가 하고, 운용사는 ‘펀드’라는 비히클(투자 수단)만 빌려주는 ‘OEM’ 펀드를 감독 당국이 지적해온 것도 이 같은 구조 때문이다.
하지만 증권사의 미매각물량이 누적되면서 리츠운용사가 이 시장의 갑으로 떠오른다는 게 관계자들의 진단이다. “미매각 자산 가져와 봐, 괜찮으면 공모리츠에 담아줄게”라며 증권사들을 줄 세울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물론 좋은 자산을 제일 먼저 공모리츠로 소개하기엔 어려움이 없지 않다. 기관 고객만으로 충분히 소화가 가능한데, 굳이 당국의 강도 높은 감독을 거쳐 주주들 눈치까지 봐야 하는 공모리츠를 선택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당장의 번거로움을 피하는 것과 고객 저변을 넓혀놓는 것 중 무엇이 중요한지는 자명하다. 리츠시장이 본격화됐다고 하지만 아직은 걸음마 단계다. 이익과 함께 브랜드 평판을 챙기는 증권사, 운용사가 빛을 발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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