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결혼식 위약금 두고 분쟁 지속…공정위 중재안 제시

거리두기 3단계는 위약금 0…1단계 땐 예비부부가 80% 부담

위약금 없이 취소할 수 있는 기간 '결혼식 전 3개월→5개월' 변경

강남구청 직원이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 예식장에서 코로나19 관련 방역수칙 점검을 하고 있다. [연합]
강남구청 직원이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 예식장에서 코로나19 관련 방역수칙 점검을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됐을 때는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가 위약금의 60%, 예식장은 40%씩 분담해야 한다는 중재안이 나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0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개정안은 오는 19일까지 행정예고한 뒤 공정위 전원회의 의결을 거쳐 확정된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이란 소비자와 사업자 사이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을 원활히 해결하기 위해 공정위가 제시하는 일종의 중재 기준이다. 현재 62개 업종 670여개 품목에 적용되고 있다. 법적 강제력은 없지만 당사자 간 별다른 의사표시를 하지 않는 경우 분쟁해결을 위한 합의의 기준이 된다.

이번 코로나19로 인한 예식장 위약금 분쟁에서도 실질적인 합의 잣대로 이용될 수 있다. 이미 계약서를 쓴 예비부부-예식장도 새로운 잣대를 적용받는다.

먼저 감염병예방법상 1급 감염병을 적용 대상으로 제한했다. 질병관리청이 정하는 것으로 코로나19 외에 사스, 메르스 등이 해당된다. 치명률이 높거나 집단발생의 우려가 큰 질병들이다.

1급 감염병이라고 해도 확산 정도에 따라 소비자가 부담해야 할 위약금 수준은 달라진다. 먼저 거리두기 3단계로 예식장이 폐쇄됐을 경우 예비부부는 위약금을 전혀 내지 않아도 된다.

현재와 같이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됐을 땐 예비부부가 위약금의 60%, 예식장이 40%를 분담하도록 했다. 지난달 19일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급증하자 방역당국은 거리두기 2단계를 시행, 하객 수를 50명 미만으로 제한했다.

만약 내주부터 거리두기가 1단계로 돌아갔을 때는 예비부부가 위약금의 80%를 내야 한다. 예식장은 20%만 부담하면 된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시행 후 처음 맞는 일요일인 지난달 23일 서울 시내의 한 예식장 앞에 예식 취소 공지문이 붙여져 있다. [연합]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시행 후 처음 맞는 일요일인 지난달 23일 서울 시내의 한 예식장 앞에 예식 취소 공지문이 붙여져 있다. [연합]

물론 예약 취소가 아니라 예식일 연기, 최소 보증인원 조정 등에 대해 서로 간 합의가 있을 때는 위약금을 별도로 낼 필요는 없다.

공정위는 아울러 결혼식을 예약한 후 15일 이내에는 언제든 계약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청약철회권'을 신설했다. 추후에라도 계약내용을 다시 확인해 불리한 조건은 없는지 볼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일종의 숙려기간을 주기 위한 조치다.

이 밖에 감염병과 상관없이 예비부부의 귀책으로 예약을 취소하더라도 이미 지급한 계약금은 돌려주도록 했다. 예비부부는 위약금만 부담하면 되는 셈이다.

다만 예비부부에게 불리한 조항도 새로 생겼다. 위약금 없이 취소할 수 있는 기간이 결혼 3개월 전에서 5개월 전으로 앞당겨졌다. 앞으로는 3개월 전에 취소하더라도 최소 10%의 위약금은 내야 한다. 결혼식 10건 중 8건은 5개월∼1년 전 예약된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공정위가 서둘러 중재안을 내놨지만 예비부부들의 불만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