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결합심사 대상 49건 분석 결과

4차산업혁명 대변혁기 새 먹거리 발굴 적극

총수그룹 초대형투자 잇단 결정 신사업 도전

SK·삼성 등 총수 부재시에는 투자 위축 뚜렷

전문경영인·총수 시너지, 본질적 경쟁력 입증

대규모 투자에서의 이른바 ‘총수 역할론’이 통계적으로 입증된 것은 지리한 ‘총수논쟁’에 일대 종지부를 찍는다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그룹 총수의 부재에 따른 투자 위축 여부를 두고 정칙권과 재계는 갑론을박을 벌여 왔다. 진보 정치 진영에서는 그룹 총수 효과를 부정해 왔다. 반면 재계에서는 대규모 투자 결정에서 총수의 역할이 절대적이라 평가해 왔다.

▶산업 대변혁기…총수 그룹 신사업 대규모 투자 뚜렷= 지난 5년간 공정거래위원회의 결합심사 대상에 오른 49건의 분석 결과는 대규모 투자 결정에서 총수의 존재가 절대적이었음을 증명한다. 총수가 없는 기업들은 5년 간 기업 결합 심사 건수가 불과 5건에 불과했다. 이 마저도 그룹 내부의 사업 조정을 위한 결합심사였다.

올해 5월 공정위가 발표한 공시대상 기준 총수가 없는 9개 집단이었다. 이 중 포스코와 농협을 제외하면 KT, 에쓰-오일, 대우조선해양, KT&G, 대우건설, HMM(옛 현대상선), 한국GM 등은 5년 간 주요 사례에 어떤 형태로든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 마저도 지난해 포스코켐텍과 포스코ESM의 합병, 2016년의 농협경제지주의 농협협동조합과의 영업양수 결합은 사실상 계열사간 거래에 속한다.

또 2017년 서울메트로와 서울특별시도시철공사의 합병에 따른 서울교통공사 출범은 결합금액으로 최고인 19조원에 달했다. 하지만 이 또한 정책적 목적에 따른 것으로 신사업을 위한 인수합병으로 보기 어렵다. 2018년의 한국해양진흥공사의 통합도 정부 시책에 따른 조치였다.

이에 반해 반면 총수 그룹은 계열사간 사례를 제외하고도 20건의 대형 인수합병에 나서며 새로운 사업에 활발히 도전했다. 4차산업혁명으로 불리는 산업의 대변혁기 속에서 미래 성장 기반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가 두드러졌다. 삼성전자의 2017년 하만카돈 인수는 미래 자동차 전장 사업 강화를 위한 조치였다. 금액만 9조 3000억원으로 지난 5년 간 서울메트로를 제외하고 가장 큰 규모였다. 현대자동차는 자율주행 사업 강화를 위해 2조 3822억원을 투자해 미국 앱티브사와 합작법인 ‘모셔널’을 설립했다. 이는 2019년 가장 큰 규모의 결합심사 대상이었다.

▶ 총수 그룹도 공백기에는 M&A ‘주춤’= ‘총수 역할론’은 역으로 총수 부재기에 투자가 위축되는 사례로도 간접적으로 증명됐다. 총수가 사법 리스크 등으로 부재 상황에 처하면 공통적으로 대규모 인수합병에 소극적인 양상이 나타났다.

실제 지난 5년 간 공정위 대형 결합심사 주요 사례에 가장 많이 이름을 올린 SK그룹은 사실상 총수 부재기였던 2012년~2015년은 비계열사간 결합심사 사례가 한 건도 없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주위의 반대에도 강하게 인수를 추진했던 2011년 SK하이닉스건이 마지막이었다. 최 회장이 부재 중이던 2014년 인수에 실패했던 ADT캡스는 결국 최 회장 복귀 후인 2018년에야 인수를 마무리했다.

2017년 하만카돈의 초대형 인수합병을 성사시킨 삼성그룹은 이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법리스크가 지속되자 대형 인수합병 투자가 멈춰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삼성전기로부터 반도체패키징(PLP) 사업을 양도받았지만, 이는 계열사간 사업 조정일 뿐이었다. 여기에 최근 검찰이 끝내 이 부회장에 대해 기소를 강행하며 삼성은 추가적인 경영 부담을 안게 됐다. 재계 관계자는 “일상적인 경영은 전문경영인들이 이어가겠지만, 대규모 시설투자나 인수합병등에서는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롯데그룹은 2012년 하이마트, 2015년 케이티렌탈, 2016년 SDI케미칼 등 꾸준히 굵직한 인수합병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이후 경영권 분쟁과 구속 등으로 인한 총수 부재로 2019년 롯데카드 매각 외에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상태다. 이 밖에도 CJ그룹은 이재현 회장이 부재한 2013년부터 매출 정체, 투자 감소 등으로 성장 돌파구를 찾지 못하며, 최근 계열사 매각에 나서고 있다.

▶ 총수-CEO, 상호 보완적 관계…비생산적 총수 논쟁 끝내야= 재계 전반에서는 총수의 존재를 부정하는 비생산적인 ‘총수논쟁’이 종결돼야 한다 지적한다. 그룹 총수와 전문경영인은 상호 보완적인 관계라는 조언이다. 실제 전문경영인의 강점인 도덕성 또한 한계를 노출해 오고 있다. 전문경영인이 다수를 차지하는 미국 월가에서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장기 성장보다는 주가 부양에 따른 시세 차익과 자신들의 ‘몸값 높이기’에 치중하며 큰 위기를 초래하고 말았다.

이에 전문경영인을 도대로 한 시스템 경영과 총수의 과감한 의사결정이 시너지를 발휘할 때 기업이 본질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의사 결정의 본질은 합의가 아니며, 결국 최종 결정은 독자적으로 하게 되는 것” 이라며 “총수가 있는 그룹들에서 대규모 인수합병 등의 투자에서 주도권을 쥐게 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수순”이라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이어 “총수가 견제 없이 전횡을 일삼고 있다는 등의 부정적 시선을 이제는 버려야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정순식 기자

대규모 투자에서의 이른바 ‘총수 역할론’이 통계적으로 입증된 것은 지리한 ‘총수논쟁’에 일대 종지부를 찍는다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그룹 총수의 부재에 따른 투자 위축 여부를 두고 정칙권과 재계는 갑론을박을 벌여 왔다. 진보 정치 진영에서는 그룹 총수 효과를 부정해 왔다. 반면 재계에서는 대규모 투자 결정에서 총수의 역할이 절대적이라 평가해 왔다.

▶산업 대변혁기…총수 그룹 신사업 대규모 투자 뚜렷= 지난 5년간 공정거래위원회의 결합심사 대상에 오른 49건의 분석 결과는 대규모 투자 결정에서 총수의 존재가 절대적이었음을 증명한다. 총수가 없는 기업들은 5년 간 기업 결합 심사 건수가 불과 5건에 불과했다. 이 마저도 그룹 내부의 사업 조정을 위한 결합심사였다.

올해 5월 공정위가 발표한 공시대상 기준 총수가 없는 9개 집단이었다. 이 중 포스코와 농협을 제외하면 KT, 에쓰-오일, 대우조선해양, KT&G, 대우건설, HMM(옛 현대상선), 한국GM 등은 5년 간 주요 사례에 어떤 형태로든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 마저도 지난해 포스코켐텍과 포스코ESM의 합병, 2016년의 농협경제지주의 농협협동조합과의 영업양수 결합은 사실상 계열사간 거래에 속한다.

또 2017년 서울메트로와 서울특별시도시철공사의 합병에 따른 서울교통공사 출범은 결합금액으로 최고인 19조원에 달했다. 하지만 이 또한 정책적 목적에 따른 것으로 신사업을 위한 인수합병으로 보기 어렵다. 2018년의 한국해양진흥공사의 통합도 정부 시책에 따른 조치였다.

이에 반해 반면 총수 그룹은 계열사간 사례를 제외하고도 20건의 대형 인수합병에 나서며 새로운 사업에 활발히 도전했다. 4차산업혁명으로 불리는 산업의 대변혁기 속에서 미래 성장 기반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가 두드러졌다. 삼성전자의 2017년 하만카돈 인수는 미래 자동차 전장 사업 강화를 위한 조치였다. 금액만 9조 3000억원으로 지난 5년 간 서울메트로를 제외하고 가장 큰 규모였다. 현대자동차는 자율주행 사업 강화를 위해 2조 3822억원을 투자해 미국 앱티브사와 합작법인 ‘모셔널’을 설립했다. 이는 2019년 가장 큰 규모의 결합심사 대상이었다.

▶ 총수 그룹도 공백기에는 M&A ‘주춤’= ‘총수 역할론’은 역으로 총수 부재기에 투자가 위축되는 사례로도 간접적으로 증명됐다. 총수가 사법 리스크 등으로 부재 상황에 처하면 공통적으로 대규모 인수합병에 소극적인 양상이 나타났다.

실제 지난 5년 간 공정위 대형 결합심사 주요 사례에 가장 많이 이름을 올린 SK그룹은 사실상 총수 부재기였던 2012년~2015년은 비계열사간 결합심사 사례가 한 건도 없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주위의 반대에도 강하게 인수를 추진했던 2011년 SK하이닉스건이 마지막이었다. 최 회장이 부재 중이던 2014년 인수에 실패했던 ADT캡스는 결국 최 회장 복귀 후인 2018년에야 인수를 마무리했다.

2017년 하만카돈의 초대형 인수합병을 성사시킨 삼성그룹은 이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법리스크가 지속되자 대형 인수합병 투자가 멈춰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삼성전기로부터 반도체패키징(PLP) 사업을 양도받았지만, 이는 계열사간 사업 조정일 뿐이었다. 여기에 최근 검찰이 끝내 이 부회장에 대해 기소를 강행하며 삼성은 추가적인 경영 부담을 안게 됐다. 재계 관계자는 “일상적인 경영은 전문경영인들이 이어가겠지만, 대규모 시설투자나 인수합병등에서는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롯데그룹은 2012년 하이마트, 2015년 케이티렌탈, 2016년 SDI케미칼 등 꾸준히 굵직한 인수합병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이후 경영권 분쟁과 구속 등으로 인한 총수 부재로 2019년 롯데카드 매각 외에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상태다. 이 밖에도 CJ그룹은 이재현 회장이 부재한 2013년부터 매출 정체, 투자 감소 등으로 성장 돌파구를 찾지 못하며, 최근 계열사 매각에 나서고 있다.

▶ 총수-CEO, 상호 보완적 관계…비생산적 총수 논쟁 끝내야= 재계 전반에서는 총수의 존재를 부정하는 비생산적인 ‘총수논쟁’이 종결돼야 한다 지적한다. 그룹 총수와 전문경영인은 상호 보완적인 관계라는 조언이다. 실제 전문경영인의 강점인 도덕성 또한 한계를 노출해 오고 있다. 전문경영인이 다수를 차지하는 미국 월가에서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장기 성장보다는 주가 부양에 따른 시세 차익과 자신들의 ‘몸값 높이기’에 치중하며 큰 위기를 초래하고 말았다.

이에 전문경영인을 도대로 한 시스템 경영과 총수의 과감한 의사결정이 시너지를 발휘할 때 기업이 본질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의사 결정의 본질은 합의가 아니며, 결국 최종 결정은 독자적으로 하게 되는 것” 이라며 “총수가 있는 그룹들에서 대규모 인수합병 등의 투자에서 주도권을 쥐게 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수순”이라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이어 “총수가 견제 없이 전횡을 일삼고 있다는 등의 부정적 시선을 이제는 버려야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정순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