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팀 = 홍승완 기자] 21세기 들어 산업의 고도화와 집중화가 한층 더 심화되면서 세계적으로도 빈부 격차가 심해지고 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자신이 이룬 막대한 부를 어떤 형태로든 더 나누려는 ‘공존의 부호’들의 숫자 역시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기부 선진국’인 미국에서는 매년 새로운 거부들의 기부 소식이 쏟아진다.

지난 2일에는 미국을 대표하는 새 젊은 부호의 한 사람인 고프로(GoPro)의 창업자 닉 우드만이 자신의 자산 5억 달러를 이용해 ‘질+니콜라스 우드만 재단’(Jill + Nicholas Woodman Foundation)을 설립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웨어러블 액션 카메라 전문회사인 고프로를 설립해 10년만에 세계적으로 키워낸 인물이다. 올 여름 회사가 상장한 후 불과 3개월여 만에 회사 가치가 3배 가까이 늘어나면서 그의 지분가치도 50억 달러 가량으로 급증했다. 그 10분의 1정도를 환원해 재단을 설립하겠다는 것이다.

같은날 미국의 대형 유통업체 듀티 프리 쇼퍼스(Duty Free Shoppers )의 창업자인 척 피니(Chuck Feeney)도 4600만 달러를 기부해 북 아일랜드 지역의 학생들의 교육과 치매 환자들의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피니는 서구 사회에는 알려질대로 알려진 기부왕이다. 그는 한때 75억 달러에 이르던 재산가운데 200만 달러를 제외한 모두를 죽기 전에 기부하겠다고 밝히고 이를 실천하고 있는 ‘기부왕’이다.

하지만 미국 전체로 보면 이들의 기부가 경천동지할 만큼 새로운 뉴스는 아니다. 고도 산업화가 이뤄진 수십년 전부터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기업가들이 자산의 상당을 사회에 환원한 경우가 많았다. 특이 이들의 대부분은 자선 재단을 설립해 미국 사회의 자선과 기부 문화를 주도해왔다.

실제로 미국의 각종 전문 기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업가들이 설립한 수많은 재단들 가운데 상위 15개 재단만 합쳐도 1360억 달러, 우리돈으로 140조원이 넘는 규모를 자랑한다. 1930년대부터 몇년 전인 2007년까지 각 산업시대를 대표했던 부자들이 설립한 이들 재단들은, 지속가능한 지원을 통해 빈부격차, 교육격차, 위생 보건의 개선, 사회 갈등의 해소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자선과 기부의 대국인 미국을 이끄는 이들 재단들을 살펴봤다.

1.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 - 재단규모 400억 달러 - 마이크로소프트의 설립자인 빌 게이츠(Bill Gates)와 그의 아내 멜린다가 설립한 세계 최대 규모의 민간 자선 재단이다. ‘세계 극빈층 지원과 기아 개선 방안’ 등의 전 지구적 과제와 함께 ‘미국 워싱턴 주의 빈곤 가정 학생의 교육 지원’ 등의 지역적 과제까지, 인류의 행복 증진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 한 해에만 미국의 각종 재단들 가운데 가장 많은 3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썼다.

2. 포드 재단 - 재단 규모 120억 달러 - 자동차의 아버지인 헨리 포드(Henry Ford)가 1936년 설립한 재단이다. 헨리의 사망 후 그가 보유하고 있던 포드자동차의 주식중 비의결권 주식의 90%가 재단에 상속되면서 오늘날의 규모를 갖추게 됐다. 재단의 목표는 교육, 인권, 민주화, 예술, 제3세계 개발 지원 등에 맞춰줘 있다.

3. 폴 게티 기금 - 재단 규모 100억 달러 - 1950년대 미국 최고 거부였던 석유왕 장 폴 게티(Jean Paul Getty)가 지원했던 예술ㆍ연구ㆍ장학 재단들이 통합돼 탄생됐다. 폴 게티는 미국 최초의 빌리어네어로 평가 받는 인물이다. 그는 손자의 유괴 사건으로도 유명하다. 유괴범들이 그의 손자를 납치한 후 귀를 잘라 보내며 막대한 몸값을 요구했지만, “악인들에게 돈을 줄 수 없다”며 거부했다.

4. 로버트 우드 존슨 재단 - 재단 규모 95억 달러 - 세계적인 생활소비재 회사인 존슨 앤 존슨의 공동 설립자인 로버트 우드 존슨(Robert Wood Johnson )이 1972년 설립한 재단이다. 존슨이 만든 재단 답게 특히 보건, 위생, 헬스 케어 등의 분야에 막대한 기부를 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최근 들어 소아 비만, 기아 해소, 빈민층 지원을 위한 의사와 간호사의 양성에 중점을 두고 지원하고 있다.

5. 윌리암 앤 플로라 휴렛 재단 - 재단 규모 86억 달러 - 휴렛 펙커드의 공동 창업자 가운데 한명인 윌리암 휴렛(William Hewlett )이 1966년 설립한 재단. 교육과 문화연구 지원을 모토로 하고 있다.

6. 켈로그 재단 - 재단 규모 81억 달러 - 시리얼로 유명한 켈로그의 창업자 윌 키스 켈로그(Will Keith Kellogg )가 1934년 당시 6600만 달러에 달하는 회사 주식을 모두 기부해 설립한 재단.

7. 릴리 재단 - 재단 규모 77억 달러 - 1900년대 초반 미국의 최대 제약사 가운데 하나였던 엘리 릴리 컴퍼니의 설립자의 아들인 조쉬아 릴리(Josiah K. Lilly)가 1937년 설립한 재단. 교육 지원과 질병 예방 지원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8. 데이빗 앤 루실 팩커드 재단 - 재단 규모 63억 다럴 - 휴렛 팩커드의 또다른 설립자인 데이빗 팩커드(David Packard)가 1964년 설립한 재단. 아이들의 삶의 질 개선, 창의적 과학연구의 지원, 지구 환경 시스템의 보호 등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자선활동을 벌이고 있다.

9. 존 앤 캐서린 맥아더 재단 - 재단 규모 60억 달러 - 미국의 거대 보험사 뱅커스 라이프의 설립자인 존 D.맥아더(John D. MacArthur)가 1975년 설립했다.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매년 진행해온 ‘맥아더 펠로우쉽(MacArthur Fellowship)’으로 특히 유명하다. 20세에서 40세 사이의 미국인 가운데 가장 창조적으로 사회에 기여한 인물을 선발해 시상하고 자금을 지원한다.

10. 고든 앤 베티 무어 재단 - 재단 규모 58억 달러 - 반도체 회사인 인텔의 공동설립자인 고든 무어(Gordon Moore)가 2000년 설립한 자선 재단. ‘미래 세대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시행하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