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세입기반 확충 노력”에도
매년 형식적 조정만…지출은 증가
“앞으로 저성과 예산사업, 집행부진 사업, 위기시 한시적인 반영 사업 등에 대한 강력한 지출구조조정을 하고, 탈루소득에는 과세 강화 등 세입기반 확충 노력을 전개할 것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5일 재정준칙 도입 방안을 발표하면서 향후 구체적인 국가채무 관리 방안을 묻는 질문에 이처럼 답했다.
이미 국가채무가 위험 수준을 넘어섰다는 점을 고려하면 원론적인 수준의 답변이었다. 올해 말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43.9%)과 통합재정수지 비율(-4.4%)을 기재부가 만든 재정준칙 한도 계산식에 대입하면 1.07로 나온다. 재정건전성 한도인 1을 벌써 초과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채무를 줄일지에 대한 얘기는 없었다. 홍 부총리가 말한 지출구조조정은 매년 이불용 규모가 크거나 성과 평가가 미흡한 사업을 줄이는 식으로 이뤄진다. 15일 기재부가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실에 낸 자료를 보면 내년도 예산을 짜면서 저순위 사업을 감축하고, 공무원 업무추진비 5% 감액 등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형식적인 조정일 뿐이다. 지난해 중앙재정 10조5000억원, 지방재정 49조5000억원이 이·불용됐다. 내년 지출 총량은 올해 대비 8.5% 늘었고, 일몰 예정이던 비과세·감면제도 중 81.5%를 2년 더 연장시켰다. 국세감면액은 전년보다 4조3000억원 늘어 3년 연속 법정한도를 초과하게 됐다.
기재부 관계자는“위기 상황이라 지금 지출을 대폭 줄이긴 어렵다”며 “증세는 당장 어렵고 저성과 사업을 줄이고, 보험료 인상 등을 통해 세외수입을 늘릴 방안을 찾아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총량을 관리하지 않는 지출구조조정은 무의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안으로 페이고(Pay-go)와 국세감면 법정한도 준수 의무화가 제시된다. 정부가 만든 재정준칙은 건전성을 평가할 잣대일 뿐이고 구체적으로 지출을 관리할 수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먼저 페이고는 법안을 발의할 때 세입 증가나 지출 감소와 같은 재원조달 방안을 의무적으로 내도록 하는 제도다. 미국은 2010년부터 운영 중이다.
각종 비과세 혜택을 의무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장치도 필요하다. 국가재정법은 ‘국세감면율이 국세 감면 한도(직전 3개 연도 평균 국세감면율+0.5%포인트) 이하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단지 권고 사항에 불과해 조세지출의 무분별한 확대를 막기 어렵다. 이에 따라 법정 감면한도를 반드시 지키도록 조항을 고쳐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두 조항은 모두 지난 20대 국회 때부터 발의돼 있지만 제대로 논의되고 있지 않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금성 복지와 같이 효과 낮은 사업은 폐지하고 산업을 키울 수 있는 생산성 있는 사업에 돈을 써야 한다”며 “재정 총액은 두고 사업 구조조정을 고민하는 페이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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