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장 美기업인들, 부작용 경험 등 공유
소비자 편익증대보다 소송남발로 비용 ↑
기업 이미지 추락·영업활동 ‘치명상’ 초래
17일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미국상공회의소(US Chamber) 주최로 진행된 한미재계회의에서 미국 측 기업인들이 최근 한국 정부 주도로 추진 중인 집단소송제에 대해 미국의 부작용의 경험 등을 통해 우려를 표명해 주목된다.
미국 측의 이같은 입장은 이미 미국에서 집단소송제 운영 과정에서 막대한 소송 비용 발생 등의 부작용을 경험한 상황에서, 한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이 집단소송제의 도입에 따른 리스크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집단소송제의 본고장으로 불리지만, 집단소송제 도입 이후 빚어진 소송의 남발과 기업 이미지 추락 등의 부작용으로 지속적으로 법률이 개정됐다.
이날 회의에서 양국 기업인들은 제2세션인 ‘기업 투자·경영환경과 법률 세션’을 통해 집단소송제 이슈를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정진영 김앤장 변호사가 국내 집단소송제의 국내 도입 추진 현황을 소개한 뒤, 해롤드킴 미국상공회의소 법률개혁원 대표가 미국의 집단소송제 운영 상황과 도입 이후 빚어진 부작용의 경험 등을 양국 기업인들과 공유했다. 집단소송제의 도입 이후 빚어진 소송 비용 급증과 이로 인한 기업 신인도 하락의 사례 등이 집중적으로 소개됐다.
실제 미국에서는 집단소송제 도입 이후 변호사들이 인센티브를 노리고 소송을 부추겨 기업들의 법률 비용이 크게 상승해 온 경험이 있다고 해롤드킴 대표는 강조했다.
2001년 비디오 대여점인 블록버스터 사건이 집단소송제의 폐해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당시 블록버스터 대여점을 상대로 비디오 반납기일을 지키지 않을 경우 연체요금을 부과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내용으로 집단소송이 제기됐다. 이 소송에서 연체요금을 낸 피해자들 중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피해자가 1인당 20달러 상당의 무료 비디오 대여 쿠폰 또는 1달러 할인 쿠폰을 받은 반면, 변호사들은 925만달러를 챙긴 것으로 전해진다.
집단소송제가 소비자의 편익 증대 보다 기업들의 이미지 추락과 영업활동에 회복 불능한 손해를 입히고 있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됐다.
실제 1999년~2004년 미국 의약업계는 집단소송에 대응하기 위해 250억달러를 지출한 반면 연구개발비로는 오직 190억달러를 지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은 이같은 부작용 때문에 2005년 소송지 쇼핑(변호사들이 소비자의 피해구제보다 가장 큰돈을 벌 수 있는 주 법원을 찾아다니는 현상)을 제한하는 ‘집단공정소송법’을 미국 상원, 하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제정하기에 이르렀다. 해롤드킴 대표는 “한국에 진출한 미국의 소비재 기업들이 집단소송제 도입에 크게 우려를 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도 집단소송제 도입 이후 발생할 막대한 소송 비용과 한국 정부의 기업 규제 법안의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는 데 양국 기업인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연이어 쏟아졌다. 실제 한국 진출 미국 기업들이 대거 회원사로 가입해 있는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에는 최근 집단소송제와 징벌적손해배상제의 도입, 감사위원분리 선출에 따른 지배구조 이슈의 해소를 바라는 건의가 밀려들어 오고 있는 상태다. 또 해고자와 실직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노조법 개정에 대한 미국 기업인들의 우려 또한 상당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제도실장은 “지금 가장 시급한 정책 우선순위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하는 것”이라면서, “기업 경영에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제도를 성급히 도입할 때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정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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