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고가 단지보다 집값 상승 가팔라…

1~3분위 아파트값 4억·7억·9억원 넘어

전세난에 중저가단지 쏠림현상도 뚜렷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 서울 노원구 중계동 주공7단지 44㎡(이하 전용면적)는 지난 10월 중순 최고 4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올해 1월 거래된 가격 2억9900만원과 비교하면, 1억2100만원 뛴 가격이다. 강북구 미아동 SK북한산시티 59㎡는 올해 초 4억1500만~8900만원에 거래됐었는데, 지난달 16일 실거래가에는 6억5700만원이 찍혔다.

서울에서 중저가 아파트값의 상승세가 매섭다. 저가 아파트의 평균가격마저 5억원을 향해 달려가면서 서민과 사회초년생의 ‘내 집 마련’이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일 KB국민은행의 월간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11월 서울 아파트 평균가격의 ‘5분위 배율’은 4.0을 기록했다. 이는 2015년 12월(4.0)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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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의 모습 [헤럴드경제DB]

5분위 배율은 아파트 가격 상위 20% 평균(5분위 가격)을 하위 20% 평균(1분위 가격)으로 나눠 나타낸 값이다. 이 배율의 축소는 고가·저가 아파트의 가격 차이가 줄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이번에는 저가 아파트값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나온 결과여서 긍정적으로 보긴 어렵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달 서울 아파트 하위 20% 평균 가격은 4억6720만원으로 전달보다 1082만원 올랐다. 이 기간 상위 20% 평균가격은 18억8619만원으로 3409만원 떨어졌다.

올 들어 1분위 아파트값 상승에는 가속도가 붙고 있다. 평균 아파트값은 1년 전(3억6524만원)과 비교해 27.9% 올랐다.

앞서 1분위 아파트값은 2008년12월부터 2015년 11월까지 2억5000만원 아래서 움직이다가 2015년 12월 2억5000만원, 2017년 12월 3억원을 넘어섰다. 이후 2년 6개월간 3억원대에 머물다 올해 6월 4억원을 넘겼다. 7월부터는 매달 1000만원대 안팎으로 뛰며 5억원을 향해 가고 있다.

지난달 서울의 2분위(하위 40%) 아파트값은 7억344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9월 처음 7억원을 넘어선 후 꾸준히 상승 중이다. 1년 전과 비교하면 28.8%(1억6415만원) 올랐는데, 단순 가격만 보면 이 기간 5분위 아파트값이 오른 것(1억6875만원·9.8%)과 맞먹는다.

3분위 아파트값 역시 지난달 처음 9억원을 넘은 뒤 이달 9억2167만원을 기록했다. 1년 전(7억4063만원)과 비교하면 24.4% 올랐다.

시장에선 중저가 아파트의 가격상승 속도가 고가 아파트보다 가팔라지면서, 서민과 사회초년생의 주택 마련이 더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올해 초 6억원대 안팎에서 집을 사려고 마음먹었던 이들이 체감하는 집값은 30% 가까이 오른 셈이기 때문이다.

새 임대차법 도입 이후 전세매물 품귀가 심화하면서 전세난에 시달린 세입자가 매매수요로 돌아서는 가운데, 중저가 단지로의 쏠림도 뚜렷해지고 있다. KB국민은행 기준으로 지난 8월부터 지난달까지 아파트값이 가장 많이 오른 자치구는 노원구(6.84%), 은평구(6.46%), 도봉구(5.79%), 강북구(5.72%), 구로구(5.25%) 등 상대적으로 중저가단지가 몰린 지역들이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 6월(1만643건)으로 정점을 찍은 뒤 9월까지 쪼그라들었다가, 10월부터 다시 늘기 시작했다. 10월 기준으로 전달 대비 거래가 많이 늘어난 곳은 종로구(120.6%), 강북구(53.8%), 중랑구(43.7%), 도봉구(43.6%) 등의 순이었다.

고준석 동국대학교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전셋값 급등으로 전세 수요가 매매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면서 “전세가격을 잡지 못하면 매매가격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y2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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