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4년만에 최고

韓 10년만에 최대증가

최근 ‘나홀로 절상’ 완화돼 안도

최근 전세계 통화 중 가장 빠르게 몸값이 올라간 화폐를 꼽으라면 단연 중국의 위안화와 우리나라의 원화를 들 수 있다. 통화 가치는 곧 그 나라의 경제력을 보여주는 것이기에 코로나19가 재확산되는 가운데서도 그만큼 세계 무대에서 중국과 우리나라의 경기 회복 속도가 돋보이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통화 절상이 지나치게 빠르게 진행될 경우 미처 대비를 하기도 전에 자국 제품이 앉은 자리에서 가격경쟁력을 잃게 되고, 이는 고스란히 수출 타격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통화 가치 상승을 마냥 기분 좋아할 수 많은 없는 노릇이다. 이것이 바로 각 정부가 환율 조작국이란 비판 가능성을 무릅쓰고 보이지 않는 개입을 하게 되는 이유다.

한 나라의 외환당국이 환율 속도조절 차원에서 대표적으로 사용하는 게 외환보유고다. 수중에 있는 달러를 풀거나 반대로 더 사들이면서 자국 통화 가치의 높낮이를 조정하는 것이다. 만일 자국 통화 절상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 이상으로 가파르게 진행될 경우 시중의 외화를 빨아들여 상대적으로 달러의 희소성이 높아지게 만드는 결과를 유도한다.

이런 차원에서 지난달 중국과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이 크게 늘어난 것을 두고 한·중 두 나라가 지나치게 빠른 위안화와 원화의 절상 속도를 둔화시키기 위해 달러를 사들인 것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물론 두 나라는 공식적으로 달러 약세와 외화자산 운용수익 증가에 기인한 것이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외환보유액은 3조1780억달러로 전달보다 500억달러 가량 증가했다. 이는 2016년 8월 이후 4년여 만에 가장 높은 기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역시 11월에 10월보다 약 99억달러 증가한 4364억달러로 6개월 연속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으며 증가폭은 10여년 만에 최대였다.

이런 가운데서도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이달 들어 2년 반 만에 1100원선이 깨지면서 어느새 1080원선까지 내려와 있고, 다음 범위를 1050원선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우리 당국도 원화의 방향 자체를 바꿔야 한단 것은 아니고,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 조치는 취하겠단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자본 유출입이 자유로운 나라에서 인위적으로 환율을 조절하기엔 정책 수단이 제한적이고, 과도한 개입은 부작용을 낳게 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난 5월만 해도 달러당 위안화 환율은 7위안을 넘었었는데, 현재는 2년여 만에 6.5위안선 하향을 코 앞에 두고 있다. 일각에선 중국 정부가 금융시장의 자율성이 떨어진단 평가를 의식, 국유은행들로 대신 시중 달러를 매수하게 한단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는데, 다시 정부의 외환보유고가 증가한 것을 두고 그만큼 위안화 방어가 절박했던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환율이란게 국가간 상호적인 것이기 때문에 자국의 통화 가치가 올라가더라도 ‘나홀로 절상’을 보이는 경우 수출에 치명적일 수 있다. 그러나 다른 교역국들도 통화가 함께 절상 흐름을 보일 경우 환 충격이 제한적인데, 최근 백신 소식과 미국의 부양책 추진으로 경기 회복 기대감이 고조되면서 중국과 우리나라 뿐 아니라 다른 신흥국 통화들도 대체로 절상 기조로 돌아선 것이 정부 입장에선 일정 부분 안심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중간재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는 이른바 ‘채찍효과(Bullwhip Effect)’에 따라 글로벌 경기 변동에 커다란 영향을 받는다. 채찍효과란 채찍을 흔들 경우 손잡이부터 채찍의 끝으로 갈수록 파동이 커지는 것처럼 경기 위축시에도 소매, 도매, 생산 등의 순으로 공급망을 거슬러 올라갈수록 타격이 확대되는 것을 가리킨다. 반대로 경기가 회복되면 채찍의 끝에 있는 나라들부터 기대의 대상이 되는데, 최근의 원화강세와 외국인 자금의 국내증시 유입 요인이 여기에 있단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