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정책이 만든 웃픈현실 신조어
주식 빚투·비트코인 투자로 이어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불안감을 의미하는 ‘코로나블루’에 이어, 속절없이 폭등하는 부동산 가격에 편승하지 못한 이들의 우울감이 짙어지면서 ‘부동산블루’가 번지고 있다. “올해의 신조어는 ‘벼락거지(집값이 오르는 바람에 갑자기 거지 신세가 된 무주택자라는 뜻)’”라며 조소(嘲笑)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으며, 이같은 박탈감은 ‘주식빚투’와 비트코인 투자로 이어지고 있다.
8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양천구의 한 아파트에서는 30대 남성 A씨가 아내를 흉기로 찌른 뒤 본인도 투신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들은 좋은 학군을 찾아 목동아파트 전세로 이사했으나, 부동산 가격이 치솟아 매입시기를 놓치자 잦은 부부싸움 끝에 최악의 결과로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전셋집에 살던 두 사람이 최근 아파트 매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금문제로 자주 다퉜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초등학교와 유치원 아이들 사이에서는 ‘월거(월세거지)’, ‘엘사(LH 임대주택에 사는 사람)라며 따돌리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마포구의 학부모 이모(42) 씨는 “아이들 사이에서도 본인이 사는 아파트브랜드가 지위가 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청와대 청원에도 부동산블루를 호소하는 경우는 흔하다. 한 청원인은 “고시 합격을 하는 순간, 존경은 아니더라도 누구에게나 인정받는 사람이 될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생전 처음 ’집값 떨어지지 않을까‘라는 말 한마디에 조롱을 당했다. 집을 소유했다는 이유만으로, 일평생 노력해온 나를 한 순간에 바보로 만들더라”고 썼다. 청와대 토론방에는 ’대통령님 집값 폭등 사태에 대해 아무말도 없나요‘라는 글도 올라왔다.
이처럼 집을 사지 않았다는 이유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무리한 투자로 자위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신용거래융자는 10거래일 연속 증가하며 18조5100억원을 기록했다. 최근의 신용융자잔고는 주가급등 이벤트 직후에 특히 집중되는 경향이 있어, 개인의 건전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투자도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국내 암호화폐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이날 오전 비트코인 시세는 2080만원을 넘어서면서 9월초(1100만원대) 대비 두배 가까이 뛰었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장모(36) 씨는 “지금 정부는 집을 사지도 못하게 하고 팔지도 못하게 하고, 심지어 갖고 있기도 힘들게 만들었다. 초저금리 시대에 사실상 주식과 비트코인에 자금이 몰릴 수밖에 없지 않나”라고 푸념했다.
이에 대해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기하학적인 숫자로 뛰고 있는 부동산가격은 인간의 투기욕구를 자극할 수밖에 없다”며 “불안정도가 낮을 때에는 확실한 데 투자하지만, ’어차피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는 심리가 퍼지면 불확실한 데 투자하는 성향이 짙어진다”고 했다. 이어 “특히 비트코인에 대한 부정적 견해는 무시하는 등,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수집하는 확증편향도 강해진다”고 설명했다. 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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