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F는 경영참여, 헤지펀드는 모든 전략 활용해 수익
이원화된 비효율 규제, '라임·옵티머스' 사태에 방치
업계 “기관 PEF 한정해서라도 규제 완화해야”
“경영권 위협 우려하는 스몰·미드캡 기회 박탈”
“금리상승기 파산 우려, '대출' 허용해 준비해야”
라임, 옵티머스 등 헤지펀드의 연이은 사건·사고로 사모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면서,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관련 규제완화 움직임도 함께 '올스톱' 됐다. PEF는 주로 기관 투자금을 토대로 운용되는 펀드로, 금융당국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PEF에 적용되는 불합리한 규제를 철폐하고자 했다. 하지만 서로 다른 성격의 헤지펀드와 PEF가 '사모펀드'라는 이름으로 함께 묶이면서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는 탓에 PEF 업계의 답답함은 커지는 모습이다.
▶라임·옵티머스 사태 이후 '사모펀드 규제 완화' 추진 부담감=업계는 헤지펀드와 PEF에 대한 이원화된 규제의 비효율성을 지적하면서 수년 전부터 규제 개선을 요구해 왔다. 돈에 '꼬리표'를 달아 그 용처를 제한한 탓에, 실제 자금 조달이 필요한 기업들이 자본시장 내 유동성을 반밖에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미국이나 유럽연합(EU)의 자본시장도 PEF와 헤지펀드, VC 등으로 사모펀드의 성격을 구분하고는 있지만, 투자 성격에 따라 당국의 규제가 구분돼 적용되지는 않는다.
금융당국은 지난 2018년 10월 '사모펀드 규제 일원화'를 골자로 하는 제도 개선안을 내놨지만, 20대 국회 임기 종료로 자동 폐기됐다. 지난 9월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련 법안을 다시 발의했지만, 라임·옵티머스자산운용의 환매중단 사태로 '사모펀드'에 대한 여론이 급격히 악화한 탓에 정무위원회 심사 문턱도 넘지 못하는 등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PEF 한정해서라도 규제 완화해야"…외국계와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도=이에 PEF 업계는 헤지펀드와는 별개로 기관투자자로부터 출자를 받는 PEF에 한해서라도 규제 완화에 다시 힘을 실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투자하는 포트폴리오에 따라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메자닌 상품 투자가 가능해져야 다양한 회사 및 업종에 투자가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가장 먼저, '개별 투자건마다 의결권 있는 주식 10% 이상을 취득해야 한다'는 내용의 10%룰이 폐지돼야 한다는 데에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사업을 분할해 매각할 때에는 지분율이 큰 제약이 되지 않지만, 대기업이 신사업 추진 등을 위해 직접 자금 유치에 나설 경우 10% 이상 지분율에 맞춰 수천억원 규모 투자에 나설 수 있는 PEF가 몇 안 되기 때문이다. 올 들어 언택트(비대면) 등 4차산업혁명이 가속화되면서 신성장동력에 박차를 가하는 대기업들은 규제로 인해 PEF와의 협업이 쉽지만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PEF 운용사들이 해외 PEF와 비교해 역차별을 받는 점도 있다. 엘리엇 등 해외 사모펀드는 일부 소수 지분만으로 삼성전자, 현대차 등 국내 대기업의 경영에 간섭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런 행동주의 펀드들로부터 국내 PEF 운용사가 우군이 돼줄 수 있지만, 규제로 투자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경영권 위협 우려하는 중소중견 업체 투자 기회도 박탈"=PEF 운용사들은 중소중견기업 투자에서도 지분율 제약이 걸림돌이 된다고 호소했다. 중소중견기업은 오너의 지분율이 높지 않은 곳도 있어 10%이상의 지분 투자를 받는데 부담스러운 경우가 상당수다. 자칫 오너의 경영권 위협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 PEF 운용사 관계자는 "전도유망한 중소중견기업을 어렵게 발굴해 투자 협상을 진행하다보면 투자 규모에 대한 눈높이가 차이가 상당한 경우가 많다"며 "PEF 투자로 회사 성장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음에도 경영권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 투자를 고사하는 중소중견기업이 꽤 많다"고 전했다.
이밖에 취득한 주식을 6개월 이상 보유해야한다는 규제도 투자금 회수(엑시트)의 발목을 잡는 규제로 꼽혔다. 또 다른 PEF 운용사 관계자는 "PEF는 통상 투자 후 기업가치 향상(밸류업)을 통해 엑시트에 나선다"며 "하지만 글로벌 업황, 주식시장 변동성 등으로 자금을 일부 회수해야할 때가 오는데, 이때 규제로 인해 시기를 놓치기도 한다"고 말했다.
▶"금리상승기 오면 파산 기업 급증…'PEF 대출' 허용해 대안 준비해야"=업계는 '10%룰' 뿐만 아니라 대출 허용도 시급하다는 진단을 내놓는다. PEF의 채권 투자는 '비올 때 우산 뺏기' 식으로 기업이 어려울 때 상환을 요구하는 은행권 대출과는 성격이 다르다. 오히려 부실화된 채권을 은행권으로부터 인수해 기업에 회생 기회를 제공하는 성격이 짙다.
대형 은행에서 기업금융을 담당했던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에서 아무리 기업 여신에 대한 책임을 분담하라고 요구해도, 과거 IMF위기 당시 기업대출 위주의 은행이 잇따라 무너졌던 전례를 학습해 온 은행은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며 "지금이야 넘치는 유동성에 기대어 은행권 대출 만기가 쉽게 연장되지만, 코로나19 회복 이후 시중 금리가 높아지면 부담을 견디기 힘든 회사들부터 회수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때 펀드가 대안이 될 수 있어야 하는데, PEF의 대출을 금지한 현행법 아래서는 제한이 많다는 설명이다.
물론 애초부터 '기업재무안정 PEF'를 설립하면 대출이나 메자닌 투자, 소수지분 인수 모두 허용된다. 하지만 투자 대상이 재무구조개선기업으로만 한정되기 때문에, 대형 펀드가 조성되는 등 자금 공급이 늘어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M&A에 자문하는 한 대형 로펌 관계자는 "명백히 재무구조가 악화된 기업이 아니더라도 대출이나 메자닌 성격의 투자를 기다리는 기업들이 있다"며 "이들 기업까지 포함해 '광의의 구조조정' 투자를 하고 싶은 PEF운용사들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성미·최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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