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통상임금 판결 이후도 ‘경영상 어려움’ 기준 들쭉날쭉
1심은 근로자, 항소심은 사측 사실상 승소…대법원 최종결론
[헤럴드경제=김진원·좌영길 기자] 대법원이 통상임금 기준을 제시한 지 7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노·사간 임금 분쟁은 지속되고 일선 재판부 판결도 엇갈리고 있다. 2013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통상임금 범위를 폭넓게 인정하면서도 기업 재정에 지나친 부담을 주는 임금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원칙을 세웠다. 이미 근로자들이 임금협상을 한 이상, 회사 사정이 너무 어려울 경우에는 통상임금 재산정을 이유로 돌려받을 임금 차액 일부를 제한할 수 있다는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 이론이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 ‘경영상 어려움’을 인정할 것인지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7500억대 임금이 걸린 현대중공업 사건에서 이 기준을 구체화하기로 하고 심리를 이어가고 있다.
근로자 측은 법무법인 바른, 사측은 김앤장법률사무소와 태평양이 사건을 대리하고 있다. 바른은 박일환(69·사법연수원 5기) 변호사를 상고심 전면에 내세웠다.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을 지내 법리에 해박하고, 대법관 재직시 법원행정처장을 역임해 한 때 대법원장 후보로 거론됐다.
김앤장이 내세운 이재홍 변호사는 서울행정법원장을 역임했고, 주완 변호사는 노동법이론실무학회 회장을 역임하며 실무와 이론 양쪽에 정통하다. 법무법인 태평양도 사측을 대리하고 있다. 태평양 장상균 변호사도 판사 출신으로, 대법원 재판연구관 재식 시절 상사팀 총괄부장을 맡아 기업법 분야에 해박한 전문가다.
근로자 측에서는 바른 외에 법무법인 오라클도 선임했다. 김앤장에서 노동법 전문가로 인정받은 오라클의 김치중 변호사가 친정을 상대한다. 김 변호사는 20년간 법원에 근무하며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 등을 지냈고 노동과 특허 분야 전문가로 인정받았다.
양 당사자 전적은 1승 1패다. 2015년 2월 1심은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회사 경영 사정이 악화됐지만 이를 이유로 근로자들에게 불이익을 돌리는 것은 부당하다”며 신의칙을 적용하지 않았고, 상여금 800%(명절상여금 100% 포함)를 통상임금으로 인정했다. 하지만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부산고법은 이듬해 1월 명절상여금 100%를 제외한 700%가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보면서도, ‘신의성실의 원칙’을 적용해 추가 발생하는 임금 소급분은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2015년 2분기 동안 현대중공업의 영업손실이 1분기 대비 약 1.4배, 당기순손실은 약 3.5배에 달해 적자폭이 크게 증가했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쟁점은 신의칙 인정 시점이다. 예를 들어 단체협약 체결시에는 ‘경영상 어려움’이 없었지만, 통상임금 소송 진행 도중 경영이 악화된 경우도 신의칙을 적용해 사측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가를 따지는 것이다. 노동사건 전문가인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쉽게 말해 임금협상을 체결할 시점에는 회사의 경영상황이 좋았다면, 항소심의 변론이 끝나는 시점에 회사 경영상황이 나빠졌다고 하더라도 신의칙에 위배하지 않는다고 볼지 여부가 쟁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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