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거리두기 장기화
외부와의 소통 어려운 장애인
신체·심리적 건강 크게 흔들려
복지관 운영중단에 ‘집은 지옥’
스트레스·울분 쌓여 자해행동도
의미있는 낮 활동지원 필요성 커
“그런 행동을 하던 애가 아니었는데 밤에 자다가 주먹으로 자기 얼굴을 때리고…침대 맡에서 아들을 진정시키는데 살해 후 극단적 선택을 한 보호자들 생각이 났어요. 저절로 눈물이 나더군요.”
10일 자폐증을 앓는 아들을 둔 허혜영(51)씨는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생한지 1년째. 사회적 거리두기로 학교나 복지관, 일터 등의 운영이 중단될 때마다 비장애인보다 외부와 소통이 어려워진 발달장애인들의 신체적, 심리적 건강은 흔들렸다.
허 씨의 아들 강모(18)군은 혼자 대중교통을 이용해 사설 발달장애아동센터에 다니는 걸 좋아할 정도로 자립심이 강한 성격이었다. 그러나 강 군이 다니던 발달장애아동센터에 지난 6월 확진자가 나와 운영이 중단된 데다가 허 씨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 치료를 받게 됐다. 몇 달간 집 안에만 머물러야 했던 강 군은 자폐 증세가 심해졌고 자해 행동까지 하기 시작했다.
허 씨는 “(아들이) 울부짖으면서 벽에 머리를 쿵쿵 찧는데 이웃집이 항의할까봐 필사적으로 말렸다”며 “코로나19로 (평소 습관적으로 하던 일들을) 할 수 없으니 화를 폭발시키더라”고 말했다. 지난 11월부터 허 씨는 강 군이 폭력 행동을 조절하는 약물 치료를 받기로 결정했다.
고립으로 몸과 마음이 멍드는 건 성인 발달장애인도 마찬가지다. 김신애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은 딸 A(24)씨가 다니던 장애인복지관 운영이 중단됐던 두 달을 떠올리면 “집이 지옥같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뇌파 이상으로 딸이 경련 발작을 일으켜 일주일마다 응급실 갔을 정도였다”며 “집에만 누워 있었고 규칙적 운동 못하니 근손실이 와서 안타까웠다”고 설명했다.
이들만의 일이 아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가 지난 9월 28일부터 10월 5일까지 발달장애인 학부모 130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중복 응답)에서 응답자 중 절반(614명)이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으로 ‘외출이 어려워 집에만 있음’을 꼽았다. ‘경기를 일으키거나 틱 등의 횟수가 증가’했다고 답한응답자도 네 명 중 한 명꼴(329명)로 나타났다.
장애인활동지원사나 보호자들은 장애인복지관이나 장애인직업재활시설 등에 외출하지 못하는 등 ‘코로나19 이전과 달라진 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상당하다고 입을 모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원사는 “온라인 상으로 친구들과 소통하기도 어렵고 평소 습관적으로 다니던 데에 외출하기도 어려우니 아무리 지원을 잘해드려도 심리적으로도, 건강도 눈에 띄게 가라앉아버리더라”고 말했다. 허씨도 “자폐아동은 시간 개념이 매우 확고해서 시간에 딱딱 맞춰 세 끼, 간식까지 챙겨먹어야 한다”며 “그게 무너지니 석 달간 체중이 18㎏나 쪘다”고 말했다.
일할 여건이 마련된 발달장애인들의 상황은 낫다. 서울 서초구가 관내 시설 13곳에 발달장애인 등이 일할 수 있도록 마련한 카페인 ‘늘봄’서 일하는 박찬홍(25)씨는 헤럴드경제와 만나 “근무하는 게 즐겁다”고 말했다. 가수 트와이스와 홍진영을 좋아한다는 박 씨는 “코로나 이전에는 한 달에 한 두 번 바리스타 재교육을 받으면서 볼링장을 간다거나 가수 팬미팅, 공연 등을 갔었는데 올해는 전혀 못하고 있다”고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발달장애인 부모나 지원사, 나아가 서초구청 관계자도 “발달장애인들에게 의미 있는 낮 활동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서초구청 관계자는 “이 친구들이 집에만 있을 수 없다”며 “이 친구들한테 분출할 데가 필요한 거 같아 5인 미만으로 복지관이나 직업재활시설 등을 조심스럽게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도 “장애인이라도 목적 있는 활동에 참여하면서 다수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고 싶어하는 것 당연하다”며 “이와 함께 노동할 권리, 자립, 소득 보장을 위한 일자리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주소현·신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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