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 않던 자해행동에 약물치료까지 시작해
비대면수업·특수학급 폐쇄 공백 메우기 어려워
체중 증가·무기력증 등 건강에도 적신호
학교·복지관·일터 등은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
[헤럴드경제=신주희·주소현 기자] “그런 행동을 하던 애가 아니었어요. 밤에 자다가 주먹으로 자기 얼굴을 때리고…. 침대 머리맡에서 아들을 진정시키는데 그 순간, 발달장애아이를 데리고 동반 자살하신 어머니들이 생각나더라고요. 그냥 저절로 눈물이 나고 통곡이 나왔어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생한 지 꼭 1년이 지났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발달장애인들은 학교, 일터, 주간활동을 하던 공간을 잃어 고립되는 상황 역시 지속됐다. 그렇게 10개월, 정부는 뒤늦게 취약계층 돌봄 체계를 점검한다고 나섰지만 이들의 고립된 시간을 메우기는 역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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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코로나 언제 끝나요”…아들의 무한반복 질문에 대답할 수 없었다
고3 자폐증을 앓는 아들을 둔 학부모 허혜영(51) 씨는 코로나19 때문에 자녀에게 십수년간 들인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돌아갔다고 했다. 허씨가 건강상 이유로 지난 4월 병원에 3개월간 입원할 당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들 강모(18) 군이 다니던 사설 발달장애아동센터에 확진자가 발생해 폐쇄됐다. 허씨 없이 몇 달간 집 안에만 머물러야 했던 강군은 자폐증세가 심해져 자해행동까지 하기 시작했다.
허씨는 “(아들이) 울부짖으면서 벽에 머리를 쿵쿵 찧는데 이웃집이 항의할까 봐 필사적으로 말렸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면서 “혼자서도 버스를 타고 다니던 아들이었는데 코로나19로 그러지 못하니 화를 폭발시키더라”며 “‘아이한테 진 빚을 두고두고 갚게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강군은 지난 11월 폭력행동을 조절하는 약물 복용까지 시작했다.
문제는 폭력행동에서만 나타난 것이 아니었다. 강군의 체중은 8개월 사이 15㎏ 가까이 늘어 90㎏에 육박했다. 자폐아동의 경우 쉽게 비만해져 허씨는 지난 3년간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강군의 체중을 조절해왔다. 그러나 코로나19 때문에 외출이 어려워지자 몸무게는 순식간에 체중조절 이전으로 되돌아갔다.
발달장애아동 4명 중 1명…코로나 이후 ‘경기, 틱’ 증세 악화됐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가 지난 9월 28일부터 10월 5일까지 발달장애아 학부모 총 13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중복 응답)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장애아동 일상의 어려움을 묻는 설문에 ‘신체활동 감소로 무기력증·체중 증가’(763명)라고 응답한 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영상매체 시청 증가(664명) ▷외출이 어려워 집에만 있음(614명) ▷경기나 틱 등의 횟수 증가(329명) ▷자폐성이 강해짐(131명) 등이 뒤를 이었다.
학부모들은 “발달장애아동을 고려하지 않은 비대면수업과 특수학급 폐쇄로 인한 교육의 빈자리가 이 같은 결과를 낳았다”며 지난 수개월간 문제제기를 해왔다.
교육부는 지난달 27일 ‘일반학교의 특수학급 등교수업 원칙’을 발표하는 등 뒤늦게 대책을 내놨지만 공백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다.
조경미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국장은 “교육부가 지방자치단체로, 지자체가 학교로 관련 내용을 내려보내는 과정에서 학교장과 지자체의 재량에 따라 여전히 특수학급을 운영하지 않는 곳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교육부가 장애아동 정책을 특수학교 중심으로 고려하다가 일반학교의 장애 학급을 고려해달라는 학부모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것은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교육부가 4월에 발표한 ‘특수교육 통계’에 따르면 전체 특수교육 대상 학생 9만5420명 중 일반학교 특수학급 학생은 5만2744명, 일반학급 학생 수는 1만61명으로 특수학교에 다니는 장애아동학생(2만6299명)보다 2.3배 많다. 그런데도 대부분 일반학교의 특수학급은 특수학교와 달리 교실 운영을 중단했다.
고립으로 몸과 마음이 멍드는 건 성인 발달장애인도 마찬가지다. 성인 발달장애인 딸을 둔 김신애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은 4월께를 떠올리면 “집이 지옥 같았다”고 말한다. 김 위원의 딸 A(24)씨는 주 2회 지역복지관을 다녔으나 코로나19로 운영이 중단되자 두 달 가까이 꼼짝없이 집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규칙적인 운동을 할 수가 없고 누워만 있다 보니 A씨의 건강은 나빠져만 갔다. 김 위원은 “딸이 중증장애라 소통이 매우 어렵다”며 “지금은 복지관에 다시 갈 수 있어 나아졌지만 당시에는 뇌파 이상으로 경련 발작 때문에 일주일마다 응급실에 갔을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은 “발달장애인들에게 의미 있는 낮활동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장애인이라도 목적 있는 활동에 참여하면서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고 노동할 권리, 자립, 소득 보장을 위해 일자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지난 2014년 제정된 발달장애인법에는 장애인들의 요구에 부합하는 주간활동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복지관이나 작업장 등이 폐쇄돼 주간활동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발달장애인들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발달장애인 보호자나 장애인활동지원사들은 입을 모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장애인활동지원사는 “외출이 어렵다 보니 아무리 지원을 잘해드려도 근력이 떨어지는 등 건강도 눈에 띄게 가라앉아 버린다”며 “사람들 만나기를 좋아하는데 (그러지를 못하니) 화를 많이 낸다”고 했다. 그러면서 “분노 조절이 어려워 지원사들에게 휴대전화를 던지고 소리 지르거나 대소변도 못 가리는 상황이 오더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에도 발달장애인에게 사회활동은 절실
주기적으로 외출하거나 일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발달장애인들의 상황은 낫다. 지난 7일 ‘카페 늘봄’ 서초구청점에서 만난 박찬홍(25) 씨는 “코로나19로 일상 패턴도 싹 다 바뀌었다”며 “카페 운영이 중단됐던 동안 하루하루가 정말 지루했다”고 했다. 박씨는 “(카페가) 다시 문 열게 돼 지루함이 즐거움이 됐다. 정말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2016년부터 발달장애인들이 근무할 수 있는 카페들을 운영 중인 서울 서초구는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을 비롯해 복지관 등에서도 5인 미만의 인원으로 방역 수칙을 준수하며 소규모로 훈련을 지속하고 있다. 서초구 관계자는 “장애인들이 집에만 있을 수가 없는데 답답해서 돌아다니다가 되레 코로나19라도 걸리면 어떡하냐”며 “함께 일한 시간이 꽤 되다 보니 서로 친하기도 해 방역 수칙을 준수하며 (시설들을)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되면서 이들의 시름도 커졌다. 이 관계자는 “2.5단계가 되면서 근무하는 장애인들에게도 열이 있으면 절대 출근하지 말고 퇴근하면 집에 곧장 가라고 잔소리하게 된다”고 말했다.
박씨에게 ‘늘봄 카페’는 외출하고 친구들을 만날, 유일한 통로다. 2016년 9월께부터 근무 중이라는 박씨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카페에서 일하는 시간 외에도 친구들이나 가족과 축구나 볼링 등 운동을 즐길 수 있었다고 한다. 좋아하는 가수 ‘트와이스’나 홍진영 등의 팬미팅, 공연도 보러 다녔다. 그러나 모든 게 불가능해진 요즘 박씨는 “10월 카페가 재개될 때까지 집에서 게임만 했다”며 “함께 일하는 동료와도 연락하긴 하는데, 요즘 시국이 시국이니만큼 따로 만나는 건 저희끼리도 자제하고, 가족끼리도 외식보다는 배달시켜 먹는 등 조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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