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에너지, 온라인 강연 문화생활 지원

현대重, 자사주 사면 현금지원 애사심은 덤

LG디스플레이, ‘슬기로운 방콕생활’ 이벤트

SK이노베이션, 자아실현 ‘부가캐릭터’ 권장

보고픈 동료·힘든 이웃과 나누는 ‘찐~ 공감’

삼성SDI가 지난 10월 임직원을 대상으로 개최한 비대면 백일장에서 수상한 직원들의 모습. [삼성SDI 제공]
삼성SDI가 지난 10월 임직원을 대상으로 개최한 비대면 백일장에서 수상한 직원들의 모습. [삼성SDI 제공]

‘신나게 뛰어놀던 너의 모습이 바로 어제처럼 눈에 선한데 맑은 공기마저 마음껏 마시지 못하는 지금 너의 모습이 나는 아프다. 해가 뜨면 밖에 나가고 싶은 너의 마스크가 되어줄게. 나는 너의 아버지니까.’ 이는 삼성SDI가 지난 10월 사내 소통 채널에서 열린 비대면 백일장에서 당선된 최우수작의 일부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지친 직원들을 위해 ‘희망은 우리 안에 있어요’라는 캐치프라이즈를 걸고 개최한 백일장에 200여명의 임직원들이 참여해 큰 화제가 됐다. 이 프로젝트는 코로나19 시대 지치고 고단한 직원들의 우울감을 달래고자 회사 차원에서 기획된 ‘마음 방역’ 프로젝트였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시대가 성큼 다가오자 ‘부캐’ 마케팅을 통해 외부 소비자와의 대화 방식에 변화를 가한 기업들이 내부 직원들과의 소통 체계에서도 대수술에 돌입했다. ‘산토끼’와 ‘집토끼’ 모두를 잡겠다는 포석이다. 한 사무실에서 얼굴을 보며 회의와 회식으로 다져졌던 팀워크 방식은 구시대의 산물로 저물고 있다. MZ 세대의 부상이라는 시대적 변화에 맞춰 언택트 소통이 전면으로 부상하고 있다. 복지 제도 또한 코로나19 시대에 맞게 변화하고 있으며,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기조에 맞춰 금기시되던 직원들의 부캐를 회사가 직접 격려하는 모습 마저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효용 사라진 오프라인 복지… 언택트 복지 도입 급물살= 기업들이 코로나19 이후 가장 먼저 주목한 것은 복지제도다. 과거 학원, 헬스장 등 오프라인 위주의 자기계발에 초점이 맞춰졌던 복지제도의 개편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복지제도의 개편에서도 화두는 단연 ‘언택트’다.

‘동학개미운동’ 현상까지 낳으며 개인들의 주식 투자가 보편화하자 주식 구입 자금을 캐시백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기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플랫폼기업 네이버가 선제적으로 이 제도를 도입하자, 제조업에서는 현대중공업그룹이 첫 테이프를 끊었다. 이른바 ‘성장과실 공유 프로그램’이다. 현대중공업지주 주식을 취득한 뒤 최소 6개월 이상 보유하면 매입 금액의 10%를 현금으로 돌려받는다. 최대 3000만원의 취득 자금에 대해 300만원이 캐시백된다. 기업들은 주식 보유를 통해 자사 기업에 대한 애사심을 높이는 효과도 누릴 수 있다. 박준수 한국조선해양 상무는 “이번 프로그램은 혜택 위주의 기존 복지를 투자 성격으로 업그레이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집콕’이 보편화하자 가족들의 심리를 아우르는 복지 제도도 등장했다. 삼성전기는 임직원들이 가족과 함께 맛있는 한끼 식사를 할 수 있는 밀키트(식사세트)를 수시로 가정에 배달하고 있다. 또 손편지를 접수하면 집으로 꽃다발을 보내주는 ‘랜선 패밀리 꽃집 SEM’ 제도를 통해 이른바 ‘점수따기’ 효과로 직원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사내 음악방송 ‘YOU’, 닮은꼴 ‘붕어빵’ 사진전 등을 열어 언택트 소통 또한 강화하고 있다. 이같은 복지제도의 변화는 수평적인 조직문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하지만, 평생 직장이 사라져 이직이 당연시된 젊은 직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방편으로도 풀이된다.

▶코로나블루 생산성 직결…사보·온라인 플랫폼 점령한 ‘힐링’과 ‘공감’의 화두= 코로나19 시대 이후 코로나블루(코로나로 인한 우울감)가 크게 확산되자 이를 적절히 관리하는 소통 전략도 주목받고 있다. 이에 사보나 회사의 온라인 플랫폼 콘텐츠의 주요 화두로 힐링과 공감이 핵심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포스코에너지는 코로나 장기화로 지친 임직원들을 위로하기 위해 ‘랜선 인문학 발전소’를 운영 중이다. 이 프로그램은 ‘코로나19 시대에도 여행의 감성을 느끼고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라는 직원들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클래식·역사·와인·사진 등 직원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강연이 온라인으로 펼쳐져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나서 직원들의 행복을 위한 강연을 펼치는 곳도 있다. 박상규 SK네트웍스 사장은 올해 들어 ‘행복, 철학을 만나다’라는 주제로 매월 사내 구성원들을 만나고 있다. 20~30명이 참석하는 소규모 강의 형식으로 진행되는 자리에선 공자와 장자, 아리스토텔레스, 스피노자 등을 비롯한 대표적인 동·서양 철학자들의 사상을 공유한다. 임현우 SK네트웍스 매니저는 “직원들이 행복에 대해 생각할 수 있어 뜻깊었다는 반응이 많다”면서 “강의 1편 당 수천 명이 수강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강조했다. 온라인 사보에서는 재택근무로 인해 만날 수 없는 직원들을 응원하는 콘텐츠가 부쩍 늘었다. LG디스플레이는 ‘슬기로운 방콕 생활’이라는 코너에서 재택근무 생활 사진을 찍어 올리면 상품권을 주는 이벤트를 하고 있다. 에쓰오일 은 코로나 시대 휴가 사용팁을 함께 공유했다.

▶작가, 봉사활동…임직원 부캐 독려 나선 기업들=직원들의 개성을 회사가 나서 캐릭터로 살려주는 움직임도 두드러진다. 직원들의 취미나 특기를 적극적으로 독려해 일에 쌓인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에너지를 불어 넣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회사의 생산성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경영 판단이 기저에 깔려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석유사업 자회사인 SK에너지의 한 사원이 작가로 책을 출판했다는 소식을 홍보 채널에 적극 소개했다. 과거에는 직원이 일에만 몰두하는 것만 강조했다면 이제 기업이 나서서 직원들의 취미와 특기를 독려하는 현상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실제 주인공인 우은형 SK에너지사원은 작가라는 부캐가 탄생할 수 있는 이유로 ‘SK이노베이션의 유연한 기업문화’를 배경으로 꼽기도 했다. 임수길 SK이노베이션 홍보실장은 “구성원 개인의 삶의 만족도가 높아질수록 일에 대한 몰입도,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 높아진다는 것을 회사가 잘 알고 있다”면서 “그래서 회사는 ‘잘 노는 것이 일 잘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고 구성원들의 워라밸을 지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는 최근 사내 웹진에 소아암 환자를 위한 모발 기부에 동참한 직원의 이야기를 실었다. 직원이 2년간 긴 머리를 미용실에서 자르고 이를 기부하는 과정을 인터뷰와 사진을 통해 생생하게 전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나눔의 기쁨이 주는 큰 행복을 동료들에게 알리고 싶다’는 직원의 가치관을 알리면서 내부 화합은 물론 따뜻한 기업 이미지까지 챙겼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기업들의 사내 소통 강화가 기업 경쟁력 강화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코로나19로 언택트로 일하는 것이 단기적으로는 가능하다고 보여지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기업 입장에서는 직원들의 충성심을 높이고 조직원간의 융화 등을 이끌어내야 하는 과제가 있다”면서 “최근 기업들의 복지제도와 기업문화 개선 움직임은 코로나19 이후 언택트 시대에 직원들의 사기와 생산성을 높여야한다는 회사의 고민이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정세희·김현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