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국내 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올 당시만 해도 코로나19 사태가 이렇게 길어질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그로부터 11개월이 지났으나 코로나19는 도무지 잠잠해질 줄을 모른다. 최근 영국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됐으나 안정화 단계에 이르기까지는 시일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연말모임을 최소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에 일 년 내내 코로나19로 신음해온 외식업계는 돌파구 마련에 더욱 고심하고 있다.

지난달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The Next Food’를 주제로 2021 식품외식전망대회를 했다. 식품기업과 외식업계, IT업계와 학계의 다양한 전문가가 코로나19로 인한 뉴노멀과 5G시대 식품외식산업의 트렌드에 대한 전망을 내놓았다. 특히 이번에는 유튜브 등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실시간 송출하는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되면서 오프라인 때보다 훨씬 많은 시청인원을 수용할 수 있었다.

5시간 동안 현장에서 오간 내년의 전망과 논의를 모두 옮길 수는 없으나 코로나19 이후 더욱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혼밥·혼술 등 ‘나 홀로 식문화’, 면역력에 좋은 건강기능식품, 성분과 생산경로 등을 식품의 투명성을 높여주는 푸드테크기술,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됨에 따라 집에서 이용하는 가정간편식 제품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슬리퍼를 신고 걸어다닐 수 있는 가까운 거리를 뜻하는 ‘슬세권’ 등 식품외식업계의 지역상권화가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전문가들이 2021년을 위기가 아닌 ‘기회’로 강조했다는 점이다. 서울대 김난도 교수는 한쪽 발을 축으로 하고 다른 쪽 발로 회전한다는 뜻의 ‘피보팅(pivoting)’이 식품외식산업의 트렌드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생존을 위해서는 제품·전략·마케팅 등 모든 부분을 되돌아보고 빠른 방향 수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변화의 속도가 점차 빨라지는 최근의 식품외식 환경에서는 오히려 중소기업들에 새로운 기회가 생겨날 수 있다는 시사점을 준다. 세계적인 IT기업 구글의 조용민 매니저 역시 이러한 부분을 강조했다. 식품 분야의 다양한 디지털마케팅과 비즈니스 전략을 예로 들며 인프라가 부족한 중소기업들에도 얼마든지 틈새시장과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식품외식산업 규모는 2018년 기준 260조원을 넘어서는 등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관련 취업자 숫자도 전체 산업의 11%에 이른다. 그러나 외식업이 창업률 못지않게 폐업률이 높은 분야이며, 식품제조업이 매출액 대비 수익성이나 연구·개발(R&D)비 비중이 전체 제조업 평균보다 낮다는 점은 우리 식품외식산업이 극복해나가야 할 과제다. 변화의 속도는 점차 빨라지고 있다. 변화의 큰 흐름을 읽고 그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식품외식산업이 내실을 다지고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2021년이 전망대회에서 나온 논의대로 흘러가리라고는 단언할 수 없다. 1년 전만 해도 지금의 사태를 전혀 예측할 수 없었던 것처럼, 또 1년이 흐른 뒤에 우리가 어떠한 환경을 마주하고 있을지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1년 전이나 1년 후에도,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에게는 먹거리가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먹지 않고는 살 수 없다. 어떻게 하면 더 편리하게, 안전하게, 건강하 게 먹을 수 있는지를 찾고 있을 뿐이다. 편리하고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찾아가는 변화의 길, 그래서 식품외식산업의 내년은 위기가 아니라 기회가 될 것이다.

이병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