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이 핑크빛으로 물 들고 있다. 한 달 이용자 수가 1000만 명이 넘는 데다 오프라인 직거래 방식이다보니, ‘거래’가 ‘만남’으로 이어지는 일이 발생하는 것. 연애와 결혼까지 ‘골인’하지는 못하더라도 가벼운 대화, 데이트 신청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잦다.
A씨(28세·여)는 2주 전 필름 카메라를 판매한 상대방으로부터 메신저를 통해 “시간 되면 같이 우동 먹으러 가실래요?”라는 제안을 받은 것. A씨는 “정중하게 거절했지만 거래 매너가 좋았고, 망설이다 메시지를 보낸 것이 느껴져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용자 B(32·여)씨 또한 “한 달 전 가구를 거래했던 ‘그 남자’가 잊혀지지 않는다”며 “메신저를 통해 연락해볼까 고민이 되지만 용기가 안 나 망설이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상에서도 “가방 팔러 나갔다가 미인이라고 메시지가 왔다. 요새는 이렇게 추파를 던지나보다”라는 후기는 물론 “친구를 보니 잘 생기면 당근마켓으로도 연애한다” 등 질투 어린 제보까지 심심치 않게 이어진다.
이용자들은 다른 중고 플랫폼과 달리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이어지는 당근마켓의 특성 상 발생하는 해프닝이라고 입을 모았다. ‘당신 근처의 마켓’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당근마켓은 GPS 반경 4~6㎞ 이내 ‘동네’ 주민이 연결된다. 채팅으로 구매 의사를 확인한 후 오프라인에서 직접 거래가 이루어진다. 대부분 중고 거래 플랫폼이 비대면, 택배 배송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것과 다르다. 최근 앱 카테고리를 ‘쇼핑’에서 ‘소셜’로 변경할 정도로 ‘동네 플랫폼’의 정체성을 확고히 가지고 있다.
앱(애플리케이션) 내 ‘메신저’도 오프라인 거래가 만남으로 이어지는 고리다. A씨는 “거래를 마친 후 메신저로 ‘거래 후기’를 부탁하며 대화가 이어졌다. 상대방이 오프라인에서 잠깐 이야기했던 ‘점심’을 소재로 대화를 이어가니 ‘온라인 대화’에 대한 막연한 편견도 덜어져 거부감이 없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접근으로 번질 수 있어 이용자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근마켓은 최근 ▷성희롱 ▷음란성 메시지 ▷불법 거래 유도 ▷욕설, 혐오발언 등 메시지를 받았을 때 개별 메시지를 신고하는 메시지 신고 기능을 도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