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사심 넘치는 신입?…“회사=고정 수입처 아닌가요”
부업해도 현실은 ‘시급 5000원’ 눈물 머금고 일해
열악한 일자리에 코로나19 영향까지 받는 청년들
“꿈은 희미해지고, 돈버는 게 꿈이 됐다”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글쎄요. 저는 왜 퇴근하고 이 일을 할까요…돈이죠, 돈. 돈인 거 같아요. 진짜 돈 때문에 하는 거네요.”
길고도 길었던 취업 준비 시기를 지나 올해 초 첫 직장을 가지게 된 박진환(31·가명)씨. 그는 친구에게도 쉽게 말하지 못하는 비밀이 하나 있다. 퇴근 후 시간을 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부업을 시작한 지도 벌써 반 년이나 됐다. 입사 후 직장 근처로 자취를 시작하면서 생활비가 늘었기 때문이다. 박씨는 “회사 근처 집값도 너무 비싸서 월세에 보탤 겸 일을 시작했다”고 했다.
일주일에 7~8시간 정도 단순 아르바이트를 하고 그가 손에 쥐는 돈은 대략 15만원. 그는 “내가 좋아서 선택한 직업이지만 이 돈(15만원)이 아쉬울 정도로 급여가 적다”며 “지출을 줄일까 고민도 했지만 결국 돈이 아쉬워서 일한다”고 말했다.
철저히 ‘돈에 의한, 돈을 위한’ 부업을 택하는 사람이 늘었다. 전례 없는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발 불황으로 손해를 입거나 불안감에 떠는 직장인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당장 수입을 위해 부업에 따른 위험 부담도 기꺼이 감수한다. 열악한 근로 환경에 처해도, 사업을 하다 손해를 봐도 어쩔 수 없다. “너무 돈만 좇는 건 아닐까”, 생각하면서도 하루를 버티기 위해 일터로 떠나는 청춘들을 헤븐팀이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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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사심 넘치는 신입?…“회사=고정 수입처 아닌가요”
[헤븐]팀은 먼저 현 직장에서의 불이익을 걱정하는 청년들을 위해 닉네임으로 대화를 요청했다. [헤븐]팀이 만난 사회 초년생 10명은 다양한 부업을 하고 있었다. 인기순으로 나열하자면 배달 아르바이트, 서비스직 아르바이트,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순이었다. 부업이라고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주식에 몰두하는 신입사원도 있었다. 이 중 5명이 심층 인터뷰에 동의했다.
이들 중 신입사원은 알바 그만하고 싶다(31)와 삼전은 오른다(28)였다. 주말 출근과 야근에 시달리면서도 부업까지 하는 알바 그만하고 싶다, 매일 출근과 동시에 주식차트보기 바쁜 삼전은 오른다 둘 다 현업과 부업으로 지친 상태였다. 삼전은 오른다는 “사실 공백기 때문에 급하게 직장에 들어갔다”며 “이직을 하고 싶으나 코로나19때문에 취업시장이 막혔고, 잘 버티기 위해 돈이라도 많이 벌자는 심정으로 부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업을 할 때 현 직장이 신경쓰이진 않았을까. 삼전은 오른다는 “솔직히 회사는 고정수입처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고 솔직한 감정을 드러났다. 2년차 직장인 코로나가 싫어요(26)는 “딱히 좋은 곳도 아니고 싫은 곳도 아니다”며 “자아실현은 잘 모르겠고 회사가 월급을 더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업해도 현실은 ‘시급 5000원’…눈물 머금고 일해
이들이 부업에 뛰어든 계기는 단순했다. 바로 ‘적은 수입’이었다. 판매사원인 뚜벅이라이더(30)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수입이 크게 줄었다. 그는 “하반기부터 수입이 줄어서 3달 전부터 도보 배달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택 기간을 활용해 부업으로 주식투자를 하는 코로나가 싫어요는 “월급이 적은 편이고 적어도 50만원 이상은 더 받아야 생활이 유지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부업이 많은 수입을 가져다주는 건 아니었다. 원래 일하던 카페 아르바이트 자리가 사라져 배달 알바를 시작한 프로투잡러(28)은 일한 지 2달이 지나서야 최저시급 수준으로 돈을 벌기 시작했다. 뚜벅이라이더도 도보 배달로 버는 돈을 시급으로 계산해보니 그 금액은 ‘5000원 이하’였다. 그는 “말하기 민망할 정도로 적다”며 “하지만 근무 시간을 알아서 조정할 수 있으니 그걸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설문조사에서도 이런 내용이 드러난다. 지난 11월 리멤버가 자사 앱 이용자1268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부업을 하는 사람 중 50%는 월 수입이 50만원 이하였다. 심지어 12%는 돈을 아예 벌지 못하고 있었다. 월 300만원 이상 버는 사람은 11%, 부업으로 1000만원 이상 버는 사람은 전체의 2.5%였다.
열악한 일자리에 코로나19 영향까지 받는 청년들
이들을 더 힘들게 만드는 것들도 있다. 바로 부업으로 인한 위험 부담이다. 코로나19로 대면 근무를 하는 서비스직 아르바이트가 대폭 줄었다. 접근성이 높은 물류나 배달과 같은 플랫폼 노동을 하는 게 쉬운 대안인데, 보험 가입이 쉽지 않다. 이 세상 웬만한 부업은 다 해봤다는 프로투잡러는 “요즘 부업으로 뜨고 있는 것들을 보면 다 일정 수준으로 제가 돈을 투입해야 하는 일들”이라며 “배달하려면 전동 퀵보드랑 라이더 전용 가방은 기본으로 사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업을 그만둘 순 없다. 부업을 멈추는 순간, 포기해야 할 것들이 많아져서다. 알바 그만하고 싶다는 “혼자 서울로 올라와서 집세부터 먹는 거, 입는 거, 다 혼자 해결해야 하는 나는 내일 당장 쓸 돈을 걱정한다”며 “눈앞이 캄캄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점점 다가오는 코로나19의 그림자도 이들을 불안하게 만든다. 청년층은 고용 여부와 상관없이 가장 취약한 일자리 계층으로 꼽힌다. 지난 11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2분기 임금근로 일자리동향’에 따르면 다른 연령대에 비해 20대 일자리는 가장 많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0대는 2.5%(8만2000개), 30대는 1.9%(8만2000개)씩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
“꿈은 희미해지고, 돈버는 게 꿈이 됐다”
“취업해도 돈이 없을 줄 몰랐요. 이렇게 죽을 때까지 쪼들리면서 돈에 매여 살 생각하면 답답해요.”
뚜벅이라이더는 두렵다. 삶을 이어가기 위해 돈이 필요하지만, 어느 순간 자신이 돈 벌기 위해 사는 건 아닌지 말이다. 삼전은 오른다는 점점 자신의 미래를 그리는 일이 두렵다. 그는 “대학 다닐 때는 꿈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걸 이루고 싶은지도 모르겠어요. 이제는 돈 버는 게 꿈이 됐어요”라고 말했다.
올 한 해가 일만 하다 지나갔다는 알바 그만하고 싶다는 “누군가가 나에게 ‘요즘 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일하니까 감사해라’고 말했다”며 “제가 보기엔 모두가 힘들게, 버티고 있는 거 같은데 말이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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