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이 많이 뛰는 시기면 거품 논란과 함께 늘 등장하는 지표가 있다. 집값이 연소득대비 얼마나 비싼지 따지는 ‘PIR(Price to Income Ratio)’이다. 주택가격을 연간 소득으로 나눈 수치로, 소득 대비 집값이 몇 배인지 알 수 있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8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서울의 적정 집값은 어느 정도로 보느냐’는 질문에 연소득과 집값을 비교한 이 PIR 기준으로 답변해 눈길을 끌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 적정 주택가격으로 연소득의 5배를 넘지 않는 것으로 본다. 현재 서울 주택 가격은 그 부담을 훨씬 뛰어넘기 때문에 무주택 서민의 주택 구입 부담이 크다.”
‘서울 집값이 PIR 기준 5를 넘으니 지나치게 높다’는 생각이다. 말하자면 2020년 기준 우리나라 연평균 가구소득인 4652만원의 5배인 2억3260만원만 넘어도 적정하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 서울 중위 아파트값이 9억3510만원(KB국민은행 기준)인 지금 시장 상황과 너무나 동떨어진 인식이다.현 집값의 4분의1 수준이 적당하다고 판단하는 셈이다.
KB국민은행이 조사한 9월 기준 서울 주택 PIR은 15.6이다. 중산층(3분위 소득) 가구가 3분위 주택(중간 가격대 주택)을 살 때 기준이다.
이게 정말 심각한 수준일까. 집계 방식 등에서 공신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지만 ‘넘베오’라는 국가별 지수 비교 사이트에 따르면 시리아 다마스커스의 PIR이 67.64로 공개된 도시 중 가장 높다. 그런데 홍콩(45.52), 중국 상하이(36.61), 프랑스 파리(21.18), 싱가포르(19.38), 영국 런던(15.63), 일본 도쿄(15.40) 등도 꽤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저개발 국가부터 선진국으로 통하는 나라까지 전반적으로 PIR이 꽤 높게 나타난다. 이들 도시가 모두 집값 거품으로 위기라고 평가하기엔 무리가 있다.
사실 OECD 등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국가별 도시별 PIR을 비교하는 자료를 발표하진 않는다. 소득수준과, 저축률, 인구, 주택보급률, 물가, 유동성 등이 서로 다른 나라의 PIR을 단순 비교하는 건 무의미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가난한 나라는 부자 나라에 비해 PIR이 평균적으로 많이 높다. 집값에 거품이 끼어서가 아니라 집값에 비해 소득이 지나치게 낮기 때문이다. 파푸아뉴기니, 콩고, 베네수엘라 등 아프리카나 중남미 지역 국가 중엔 PIR이 100을 넘는 국가가 많다.
한 국가 내에서도 지역별로 PIR 차이가 크다. ‘뱅킹스트레티지’라는 미국 인터넷 금융 정보 사이트에 따르면 올 3분기 기준 미국 샌프란시스코 PIR은 9.7인데, 시카고나 클리블랜드 PIR은 각각 3.5, 2.3 수준밖에 안된다.
OECD 자료 중 2015년을 100으로 보고 올해 3분기까지 국가별 PIR 변화를 비교한 게 있다. 100 이상으로 높아졌다면 최근 5년간 소득 증가분 보다 부동산 상승폭이 컸다는 이야기다. 이 지수는 높을 수록 집을 살 때 부담이 커졌다는 의미다.
이 지수를 보면 2020년 3분기 기준 우리나라는 93.32로 OECD 국가 중 끝에서 2위다. 우리나라보다 수치가 낮은 곳은 루마니아(83.70) 한 곳 뿐이다. 2015년보다 지수가 떨어졌다는 건 우리나라가 전체적으론 소득 수준 상승폭이 전국 집값 오름폭 보다 컸다는 뜻이다. 서울 등 특정 지역이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를 대상으로 한 지수이기 때문에 평균의 착시가 있을 수 있지만, 어쨌든 우리나라는 전체적으로 최근 5년간 집값 상승폭보다 가구의 소득 증가폭이 더 컸다는 게 OECD가 내놓은 자료의 결과다.
이와 달리 미국(108.94), 캐나다(117.36) 등 북미나, 독일(121.82), 영국(111.47), 프랑스(106.24) 등 유럽, 일본(107.26) 등 이웃 국가들은 모두 집값이 소득에 비해 더 많이 올랐다. OECD 가입국 평균이 107.52다. 100에서 높아진 만큼 5년 사이 서민들이 집 사기 더 어려워졌다. 소득에 비에 집값이 많이 올라 내 집 마련하기 어려워지는 건 글로벌한 현상이란 이야기다. 건설부동산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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