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 심사 돌입

적용규제 세분화하면 100개 넘어

대응비용 급증·사기저하 우려

건설·자동차 등 주요 매출처 부진

업계 3분기 누적실적 작년대비 ‘-’

페인트업계가 올해 실적 부진에 이어지는 규제까지 이중고를 겪고 있다. 사진은 분체도장 중인 모습. [헤럴드DB]
페인트업계가 올해 실적 부진에 이어지는 규제까지 이중고를 겪고 있다. 사진은 분체도장 중인 모습. [헤럴드DB]

“쏟아지는 입법 규제로 사업을 못하겠다는 말이 절대 빈말이 아니다. 환경, 노동 규제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까지 입법되면 사고 한 번에 회사가 망하는 상황이 곳곳에서 터져나올 수 있다.”

페인트업계가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규제에 초긴장 상태다. 페인트 원료는 대부분이 고위험 화학물질. 이런 특성상 법률 규제 대응에 인력·재원 등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밖에 없는 탓이다.

페인트 수요처인 건설, 자동차 산업의 부진으로 인한 실적 악화가 엎친데 이어 규제폭탄이 덮친 격이다.

실제로 KCC, 삼화페인트, 노루페인트, 강남제비스코, 조광페인트 등 상위 5대 페인트 제조업체의 3/4분기 누적 실적은 삼화페인트 한 곳을 제외하고 모두 전년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원재료 가격 하락으로 영업이익 면에서는 그나마 선방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 변수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페인트업계의 긴장감은 최고조다. 페인트 제품의 주 구성요소인 안료, 수지, 첨가제에는 벤젠, 톨루엔, 자일렌 등 석유화학 물질들이 다수 포함돼 사고 위험이 상존한다. 필연적으로 사고가 발생할 경우 대형 화재나 유독물질 유출로 인명피해가 발생하게 된다. 업체들이 한 해 수 십억원의 비용을 들여 환경·안전 관련 시설투자와 유지에 공을 들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하지만 화학제품의 특성상 아무리 치밀하게 설비와 공정 관리를 해도 작업자의 부주의, 운반 과정에서의 사고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환경부 화학물질안전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4년부터 최근까지 발생한 화학물질 사고 563건 가운데 업체의 ‘시설관리 미흡’으로 일어난 사고는 228건으로 40.5%였다. ‘작업자 부주의’ 208건, ‘운반차량 사고’가 119건으로 뒤를 이었는데, 이를 합치면 58.1%(327건)에 이른다.

중대사고의 경우 업체와 최고경영자에게 사고의 책임을 지우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입법취지와 달리 과잉처벌 논란을 낳는 이유다.

페인트업체들의 생존도 우려되는 상황. 페인트업체에 적용되는 규제는 일일이 세기도 힘들다.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률(화평법),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산업안전보건법 등이 10여개에 달한다. 각 법률의 행정규칙, 세부 고시사항까지 세분화하면 적용되는 규제는 100여개가 넘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특히나 200곳에 달하는 중소 페인트업체들이 이런 규정들을 빠짐 없이 준수해가며 영업을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공통된 목소리다.

한 페인트업계 고위 관계자는 “야외에 적재해둔 제품이 자연적으로 폭발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게 페인트 제품의 특성이다. 이런 것까지 회사가 책임을 져야한다는 것은 과잉금지 원칙을 한참을 벗어나나는 법 적용”이라며 “기업이 회생할 수 없을 정도로 이중, 삼중 규제가 이어져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조성기 한국페인트·잉크공업협동조합 전무는 “페인트업계 나름대로 정부 규제에 맞춰 사력을 다해 각종 환경·안전 대책을 이행하고 있다. 그런데 어느 정도 대응할 기반을 마련하면 또 다른 규제가 생기는 꼴”이라며 “새로운 규제는 비용 급증은 차치하고 기업의욕마저 꺾는 것”이라고 밝혔다. 유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