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소유출의혹’ 수사 무혐의 가닥
포렌식 결과 靑·警 흘러가지 않아
朴 前시장, 고소 모른채 극단적 선택
여성계 “피해자 향한 2차가해 억울”
검찰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자신에 대한 고소 여부를 알지 못한 채 극단적 선택을 택했고, 경찰 등 수사기관에서 공무상 기밀을 누출한 정황은 없는 것으로 결론냈다. 다만 박 전 시장은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에 이미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게 있는데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주위에 언급하고, 독극물 종류를 검색하는 등 사전에 성추행 논란을 의식한 듯한 행동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이 사건을 수사한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부장 임종필)는 시민단체들이 지난 7월 당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김욱준 4차장 검사, 유현정 여성아동범죄조사부장 및 경찰과 청와대 관계자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무혐의 처분하기로 결론냈다.
검찰은 혐의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 통화 내역을 분석하는 한편, 주요 참고인 진술을 들었다. 검찰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박 전 시장은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날인 지난 7월 8일 이미 인터넷으로 독극물 관련 검색을 하고, 자신에 대한 관련 기사가 있는지 지속적으로 검색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박 전 시장은 자신에 대한 실제 고소 여부를 알지 못한 채 ‘고소될지 모른다’는 사실만 전해 듣고서 혼자 고민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측근에게 ‘피해자와 4월 사건 이전에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게 있는데, 문제를 삼으면 문제될 소지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4월 사건은 서울시장 비서실 직원이 박 전 시장 성추행 피해자를 성폭행 한 것으로 알려진 사건이다.
검찰이 무혐의로 결론을 낸 것은 수사 결과 박 전 시장에 대한 고소사실이 청와대나 경찰로 흘러간 정황이 없기 때문이다. 검찰은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 포렌식 및 사건에 연루된 관련자들의 통화 내역 등을 확인했고, ‘여성단체→남인순 국회의원실→임순영 서울시장 젠더특보→박원순 전 시장’으로 내용이 전달된 것을 파악했다.
검찰은 한국여성연합 측을 통해 사건을 들은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7월 8일 임 전 특보에게 관련 내용을 언급한 것으로 파악했다. 임 전 젠더특보는 ‘한국여성연합’ 측에서 박 전 시장에 대해 문제삼을 것이라는 내용을 전해들었고, 정확한 내용을 모른 채 박 전 시장에게 ‘실수한 것이 있는지’ 등을 물으며 여성단체가 사건을 공론화할 것 같다고 전했다. 피해자 A씨가 박 전 시장에 대한 고소장을 서울지방경찰청에 제출하기 직전이다.
전날 경찰은 박 전 시장의 강제추행,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 고소 사건에 대해 공소권 없음 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피해자 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는 “어제 경찰 발표 내용을 보면 도대체 왜 그 분이 사망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가 그 문제로 돌아간다”며 “그래서 사망의 동기 부분을 얘기해주는 것은 경찰이 해야 하는 의무인데 사망 동기를 밝히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한편 경찰이 5개월여 동안의 수사에도 박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제대로 풀지 못하고 수사를 종결하자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박 전 시장의 일부 지지자는 경찰의 관련 수사 결과가 발표된 다음날인 30일에도 온라인 커뮤니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성추행 피해자와 그를 변호하는 시민단체를 향해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이들은 ‘무고로 살인을 한 살인자’ , ‘살인에 대해서는 반드시 처벌을 받아야 한다’ , ‘언론플레이로 사람을 죽였으니 본인도 당해야 한다’ , ‘아직 2차 가해 운운하는 사람들은 사자명예훼손으로 고발해야 한다’며 비난의 화살을 겨눴다.
일반 시민뿐 아니라 박 전 시장 측근들까지 피해자를 향한 비난을 퍼부었다. 오성규 전 서울시 비서실장은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온 지난 29일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을 통해 “묵인·방조가 사실이 아니었음이 드러난 만큼 4년에 걸친 성폭력이라는 주장 또한 그 진실성을 강하게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피해자를 공격하고 나섰다. 이어 “고소인과 일부 여성단체들의 억지 고소와 고발, 거짓 주장이 경찰 조사로 확인됐다며, 방조죄를 주장한 사람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물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성계는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에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다.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공동행동 구성 단체 중 한 곳인 한국성폭력상담소의 이미경 소장은 “무죄가 밝혀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마치 무죄를 받은 것처럼 호도하고 이를 통해 피해자를 향해 비난의 화살을 쏟아내는 것이 상식적인 일인지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도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앞에서 경찰 수사결과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수사내용 공개를 요구했다.
안대용·박상현·채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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