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은 물론 집 밖에 나서는 것조차 쉽지 않다. 마스크 없는 일상이 이제는 기억나지 않는다. 연말 모임은 사라졌고, 번화가의 불빛은 꺼졌다. 날로 심각해지는 실업 문제에 청년들의 우울감도 깊어지고 있다. ‘언택트’가 일상화된 올해의 모습이다. ▶관련기사 3면

사회적 거리두기가 ‘심리적 거리두기’로 연결되지 않으려는 노력도 두드러졌다. 코로나19에 맞선 의료진의 헌신적인 봉사와 수어통역사, 요양보호사들의 소통 노력 속에 ‘콘택트’의 중요성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경제계 역시 수출, 항공, 여행 산업의 폭락 속에서도 4차산업 분야는 눈부신 성장을 기록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하나의 키워드로 정리되는 2020년 한국 사회의 모습이다. 코로나19는 10개월 만에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뒤집어 놓았고, 코로나가 바꿔 놓은 대한민국은 ‘콘택트’와 ‘언택트’로 양극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변화의 시작은 ‘비대면’이었다. 정부가 지난 5월 ‘사회적 거리두기’를 처음 시행하면서 비대면이 본격화됐다.

인간관계 단절이 시작됐다. 재택근무가 활성화되면서 동료 간의 대화가 사라졌다. 학교에 입학한 학생들은 새로운 친구들의 얼굴도 알지 못한 채 학기를 끝마쳐야 했다. 추석 명절 부모님을 찾는 발길도 끊겼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올해 추석 귀성길 정체는 전년 대비 5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이웃들이 함께 모여 김장을 하던 모습도 올해는 찾기 어려워졌다.

비대면 돌파구를 찾기 어려운 당구장, 노래방, PC방 등 일부 업종은 직격탄을 맞았다. KB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이들 업종은 지난 7개월간 5000곳 이상이 폐업했다.

기업들은 채용의 문을 닫았다. 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에 따르면 지난 2월 코로나19 발생 이후 실업을 경험한 서울시 거주 19~34세 청년은 전체의 30%에 달했다. 이런 상황은 청년들의 우울증으로 이어졌다. 조사 대상 청년들의 평균 우울증 점수는 60점 만점에 20.46점이다. 17점 이상이면 ‘경도 우울’, 25점 이상이면 ‘중증 우울’로 분류된다. 지난 2월 이후 한 번이라도 자살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청년이 26.8%에 달했다.

이에 반해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 배달 플랫폼, 온라인 쇼핑, 게임 등 비대면을 기반으로 한 4차산업 업종은 호황을 맞았다.

세계 최대 OTT 서비스 넷플릭스의 국내 유료 가입자 수는 지난 10월 기준 360만명을 넘어섰다. 월간 결제 금액은 514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이 같은 양극화는 내년까지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코로나19의 충격은 산업의 구조적인 변화를 가져오기 때문에 기존 위기와는 다르다”며 “비대면·디지털로 전환이 이뤄지면서 고용 상황이 제자리로 돌아오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채상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