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소현 ‘바이오믹스테크’ 대표
채식주의 딸에게 어떤 음식 먹일지 공부
해초·버섯·곤약 등 활용 대체육 개발
고기 씹는 맛·지방의 고소함까지 재현
영양위해 고기찾는 소비자에 안성맞춤
시리즈A투자 통해 자체 생산라인 구축
국내서도 안전하고 건강한 비건식 생산
콩고기가 유치원 급식 메뉴에도 나오고, 내년 2월부터는 군인에게도 채식 식단이 제공된다. 누군가에게는 일상이자 신념인 채식은 가치소비 내지는 건강식으로 인식되며 시장 확대의 길을 걷고 있다.
채식주의자도 먹을 수 있는 대체육을 만들어 알토스벤처스, 에이티넘파트너스, 오티엄캐피탈 등 글로벌 VC(벤처투자자)로부터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이 있다. 딸에게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이고 싶다는 엄마의 마음이 시장에서 주목하는 푸드테크 기업을 탄생시켰다.
윤소현 바이오믹스테크 대표는 푸드테크 창업자로는 프로(professional), 내지는 연쇄 창업자다. ‘프로 창업자’라는 말이 무색하게 출발은 파이프 오르간 연주자였다. 어린 시절 명동성당의 파이프 오르간 반주자였던 피아노 선생님을 보고 음악을 하겠다는 꿈을 키웠고, 이화여대에서 파이프 오르간을 전공한 후 1995년 미국 유학을 갔다. 15년간 미국 캘리포니아의 대형교회인 라구나 장로교회에서 파이프 오르가니스트로 일을 하기도 했다.
안정적인 삶에 갑자기 변화를 불러온 것은 아이스크림이었다. “연주자 생활에 무료함을 느껴 새로운 일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던 차에, 제가 먹고 있던 아이스크림이 눈에 들어왔어요. 하루에 한 번은 아이스크림을 꼭 먹을 정도로 좋아했는데, 칼로리와 당 때문에 늘 걱정이었거든요. 어떻게 하면 아이스크림을 건강하게 먹을 수 있을까 고민하다 설탕을 넣지 않은 무지방 아이스크림을 만들어보자고 생각했어요.”
2006년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에 가게를 내고 만든 아이스크림은 설탕 대신 과일로부터 얻은 당분인 과당을 썼고, 무지방우유를 넣었다. 정통 아이스크림을 공부하러 이탈리아 유학도 다녀왔다. 직접 연구개발한 300여가지 메뉴를 바탕으로 2007년 ‘투티프루티 프로즌 요거트’라는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했다. 미국 전역에 300여개, 외국까지 하면 900여개 매장을 열 정도로 급성장했다. 2015년 480억원의 연매출을 일굴 정도로 성장한 아이스크림 사업은 윤 대표가 집안 사정으로 한국에 돌아오면서 말레이시아의 한 기업에 엑시트(투자 회수)했다.
첫 푸드테크 스타트업을 매각하고 나서 접하게 된 아이템은 대체육이었다. 채식주의자를 위해 식물성 재료로 만든 고기 형태의 음식을 대체육, 혹은 비건육(vegan+고기)이라 한다. 아이스크림은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제품이지만, 대체육은 창업시기인 2014년 일반 소비자들에게 낯선 품목이었다. 윤 대표도 “비건 분야는 낯설었다”며 “비건 푸드테크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채식주의자 딸 때문”이라 설명했다.
“채식주의자가 된 딸한테 어떤 음식을 먹일지 공부하면서 비건을 알게 됐어요. 공부를 할수록 비건이 사람과 지구 모두에 이롭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대체육은 채식주의자는 물론, 균형 잡힌 영양소 섭취를 위해 고기를 찾는 소비자들에게 안성맞춤의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채식 인구가 늘어나면서 대체육에 대한 수요도 증가했다. 유로모니터는 글로벌 식물성 대체육류 시장 규모가 2010년 12억달러에서 오는 2023년엔 23억달러까지 급성장할 것이라 전망했다. 그러나 대체육은 범용 식품으로 자리잡기에 맛, 영양, 가격 등 여러 장벽이 있었다. 대체육 개발 초기에 나온 콩고기는 콩 중심으로 반죽만 하는 수준에서 만들다보니 고기의 씹는 맛이나 탄력, 지방 특유의 고소한 맛을 재현하지 못했다. 바이오믹스테크는 2년의 개발을 거쳐 이 같은 단점을 보완했다.
“자체 개발을 통해 밀과 해초, 곤약, 버섯을 통해서도 식물성 대체육을 만들어냈어요. 여러 원료로 제품을 만들기 때문에 맛과 영양도 더 다양하게 담을 수 있습니다. 육류별 특유의 지방색, 맛과 향, 수분을 그대로 재현하는 배합기술을 개발했어요. 여기에 식물성 조직 단백질 제조기술인 LMHT(Low-moisture, High-temperature) 기법을 연구 개발해 씹는 질감까지 구현해냈어요.”
영양도 기존 대체육보다 완성도 있게 보완했다. “기존 대체육이 고기의 식감을 표현하는데 집중하다보니 영양 문제는 소홀하게 다뤘던게 사실입니다. 바이오믹스테크는 식물성 단백질과 지방, 멀티비타민, 아르간 오일 등을 배합해 대체육이 완전식품이 되도록 개발했어요.”
비건식은 미국에서 가장 활발하게 연구, 개발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콩이나 녹두를 이용한 ‘대체 계란’까지 나올 정도. 아시아에서는 대만에서 비건식 연구가 활발하다. 국내에서는 마땅한 기술이 없어 미국이나 대만에서 만든 제품을 수입하는 경우가 많았다. 자연히 가격대도 높을 수 밖에 없었다.
최근에는 국산화가 많이 진행되면서 비건식의 가격이 점차 합리적인 선으로 내려오는 추세다. 윤 대표는 “가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랫동안 비건식 연구와 개발을 진행해, 비건 선진국 못잖은 제품을 개발했다”며 “시리즈A 투자를 바탕으로 남양주에 자체 생산 라인을 구축해 국내에서도 안전하고 건강한 비건식을 생산하게 됐다”고 전했다.
바이오믹스테크는 ‘고기대신’이라는 브랜드로 대체육을 치킨너겟, 떡갈비, 양념순살 후라이드 치킨 등 다양한 간편식으로 선보이고 있다. 대체육 외에도 ‘설탕대신 스테비아’, ‘설탕대신 자일리톨’, ‘밀가루대신 타피오카’ 등 다양한 대체식을 내놨다. 칼로리가 높거나 글루텐으로 소화가 어려운 점 등 기존 식품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을 자연에서 찾은 것이다.
“육식 위주의 서구 식단이 보편화되면서 소아비만, 성조숙증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요. 우리나라에서 당뇨로 고생하는 이들의 수는 1000만명에 이를 정도입니다. 기존 식품들로 인해 발생하는 건강 문제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어요. 결국 소비자들이 기존 식품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대체식품을 찾는 속도도 빨라질 겁니다.”
그는 비건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손쉽게 찾을 수 있는 구체적인 상품을 다양하게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비건소시지와 비건육포, 동물성유지를 쓰지 않은 식물성 우유인 ‘빌크’(vegan+milk) 등을 개발 완료한 상태다. 미국과 중국, 중동 등 해외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이제 식품도 건강과 환경에 기여해야 합니다. 단순히 맛이나 환경을 위해 식품을 만드는게 아니라 모든 조건을 충족시키는 ‘착한 식품’을 만드는 것이 우리 회사의 의무라고 생각해요. 몸에 좋은 음식이 맛도 좋고, 영양도 뛰어나고, 지구의 건강까지 챙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도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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