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구치소 확진자 760여명으로
요양병원 격리자 사망 계속 늘어
‘격리 아닌 방치 수준’ 비판 비등
의료계 “치료 가능한 시설로 이송
1인실 배정해 추가 확산 막아야”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이어지는 가운데 시설에서 발생한 집단감염의 피해가 커지고 있어 우려된다. 방역당국은 한 시설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할 경우 코호트(동일집단) 격리를 실시하고 있는데, 일부에서는 이런 조치가 사실상 감염자를 방치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정부는 시설 내 확진자를 다른 시설이나 의료기관으로 이송하는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29일 사망자 40명 최다…고위험군 많은 요양시설 집단감염 원인=최근 1주일(12.23∼30)간 신규 확진자는 연일 1000명 안팎을 오가는 가운데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수도 급증하고 있다. 전날 0시 기준으로 집계된 하루 사망자는 40명으로 국내 코로나19 유행 이래 최다를 기록했다. 인공호흡기, 인공심폐장치(에크모·ECMO) 등의 치료가 필요한 위중증 환자도 330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60세 이상 환자는 288명으로 전체의 87.3%를 차지한다.
최근 들어 고령 환자가 급증한 것은 대표적 감염 취약시설인 요양병원이나 요양시설, 의료기관의 집단감염이 속출하는 데 따른 영향으로 보인다. 실제 의료기관이나 요양시설에서 발생한 감염 사례는 11월 말부터 주별로 10건→12건→13건→6건 등 꾸준히 나오고 있다. 집단감염이 발생해 방역당국이 현재 특별관리 중인 요양병원만 해도 수도권 5곳, 비수도권 12곳 등 총 17곳에 달한다.
요양병원 등에서 위·중증환자와 사망자가 많이 나오는 이유는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고령자와 기저질환자들이 한 공간에 모여있기 때문이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거동이 불편하고 면역력이 약한 고령자 등이 모인 시설에서는 한 명의 감염자만 나와도 많은 사람에게 퍼지기 쉬울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더구나 감염이 되더라도 증상 유무를 스스로 자각하기 어려운 분들이 많아 이를 파악했을 때는 이미 다수에게 감염이 전파된 후가 많다”고 말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어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감염 확산을 막을 수 있는 시설이나 장비, 인력이 부족한 요양병원 및 시설의 코호트 격리는 사실상 해당 기관 내에 있는 우리 국민의 소중한 생명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무책임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의료계에서는 자체적으로 치료 장비나 인력이 부족한 요양시설이라면 환자들을 치료가 가능한 다른 의료시설로 옮기거나 1인실로 배정해 추가 감염을 막을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동부구치소발 확진자 762명까지…과밀 수용·늦은 전수검사 원인=요양병원 외에 동부구치소 관련 누적 확진자도 29일 기준 762명까지 늘었다. 이 중 720명(94.5%)이 수감자로 파악됐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시작 후 단일 시설로는 최대 규모다.
동부구치소는 지난달 27일 직원 1명이 처음으로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이달 15일 직원 14명과 출소자 1명 등 15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후 3차례에 걸쳐 전수조사를 진행해 이날까지 총 762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어제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수용자 중 1명이 치료를 받다 사망하기도 했다.
동부구치소에서 이처럼 큰 집단감염이 발생한 이유로는 뒤늦은 전수조사와 과밀한 수용률이 지목되고 있다. 방역당국은 주로 밀접 접촉자 그룹에서 추가 확진자가 나왔으며, 집단생활과 불충분한 환기로 인해 전파가 확산된 것으로 보고 있다.
권준욱 방대본 제2부본부장은 “아직 역학조사가 완료된 게 아니나 통상 이런 밀집도가 높은 시설에서는 종사자 내지 관련자들을 통한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입이 상례”라면서 “이번의 경우 현재까지 알려진 것으로는 신입 수용자를 통한 조용한 감염과 확진 전 전파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법무부의 대응이 미숙했다는 지적이 나오자 법무부는 과밀 수용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2차례 음성 판정을 받은 수용자를 남부교도소(85명), 여주교도소(30명), 강원북부교도소(60명)로 이송했다.
수용자들에게 마스크가 충분히 지급되지 않았다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법무부는 예산 문제상 수용자 전원에게 매일 마스크를 지급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에 구치소 내 수용자들 사이에서 법무부 대응에 불만이 나오고 있다. 이날 동부구치소 내 한 수용자는 ‘확진자 한 방에 8명씩 수용. 서신 외부 발송 금지’라고 쓴 종이를 창문 밖으로 내보이기도 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원래부터 의료 지원 등이 열악한 교정시설에 집단감염이 발생했는데 코호트 격리만 시키고 치료 지원을 제대로 안 하다보니 이런 상황이 발생한 것”이라며 “격리가 아닌 사실상 방치한 것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손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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