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의존 중소기업 수주감소로 경영난 우려

안전 책임자 규정도 모호해 현장 혼란 가중

외국기업도 국내 투자기피…산업 공동화 유발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우리나라 근로자 사망시 처벌강도가 이미 세계적으로 강력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전경련 제공]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우리나라 근로자 사망시 처벌강도가 이미 세계적으로 강력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전경련 제공]

[헤럴드경제 김현일 기자] 여야가 오는 8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을 처리하기로 합의한 가운데 법안 통과 시 국내 기업들의 해외 이전이 크게 증가하는 등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6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초래할 수 있는 5가지 문제점'이란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전경련에 따르면 중대재해법 정부안은 하청에서 중대 재해가 발생하더라도 원청까지 함께 처벌받도록 했다. 사업주 또는 법인이 제3자에게 용역이나 도급을 한 경우에도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제3자와 공동으로 부담하도록 규정했기 때문이다.

5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은 법안 공포 후 2년간 적용을 유예해 규모가 작은 하청은 중대 재해가 발생해도 책임을 면할 수 있다. 전경련은 "중대 재해 발생의 직접 당사자인 하청은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면책이 되는 반면 간접 당사자인 원청만 처벌 받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경련은 또 중대재해법으로 하청에 의존하는 중소기업들의 수주가 큰 폭으로 감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원청이 안전관리 비용 부담 때문에 사업 확장을 주저하거나 도급을 축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19년 국내 중소기업 중 수급을 받는 기업 비중은 42.1%로, 수급기업의 매출액 83.3%는 위탁기업 납품에서 나오는 것으로 집계됐다.

중대재해법 정부안이 사업주, 경영책임자 등의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모호하게 규정해 현장 혼란을 더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경련은 "소유자, 운영자, 관리자 등이 복수로 존재하는 사업장이 적지 않기 때문에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누가, 어느 정도까지 이행해야 하는지 가늠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현행 산업안전보건법과 비교할 때 안전·보건 조치 의무 위반을 수사하는 인력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산업안전보건법은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근로감독관이 특별사법경찰관으로서 전담하지만 중대재해법 위반 수사는 일반 경찰이 담당해 전문성이 퇴보한다고 전경련은 주장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산업재해 처벌을 강화한 특별법을 제정한 영국보다 우리나라의 처벌 범위가 넓고 수위가 높다고 주장했다. [전경련 제공]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산업재해 처벌을 강화한 특별법을 제정한 영국보다 우리나라의 처벌 범위가 넓고 수위가 높다고 주장했다. [전경련 제공]

마지막으로 산업현장 사고는 대부분 근로자의 안전 지침을 준수하지 않아 발생하지만 한국은 중대재해법 등으로 사업주에 대한 처벌만 지속해서 강화하고 있다고 전경련은 꼬집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2018년 국내 산업재해 발생 원인 중 가장 큰 원인은 근로자 안전지침 미준수(47.9%)였다.

추광호 전경련 상무는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의 처벌강도가 이미 세계적으로 강력한 수준"이라며 "기업규제3법, 노조법 등에 이어 중대재해법마저 제정되면 국내 기업 환경은 최악으로 치달아 생산기지의 해외이전 유인이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