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SBS 월화드라마 ‘펜트하우스’시즌1이 지난 5일 끝났다. 시즌1에선 악(惡)의 승리다. 헤라팰리스 전쟁에서 승리한 주단태(엄기준) 천서진(김소연)은 파티를 열고 있다. 중증 마마보이 남편 이규진(봉태규)과 강마리(신은경) 고상아(윤주희) 등 등장인물들은 속물성과 천박성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가진 자들의 잔혹한 이중적 민낯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시청률은 중반이후 20%대를 유지하다 최종회는 28.8%를 기록, 시청률만으로는 대성공이다. 하지만 전개 방식에서는 동의하지 못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

기자는 첫주 1~2회를 본 후 자극성은 줄이고 개연성을 높여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부질없는 부탁이었다. 개연성을 유지하면 김순옥 드라마가 아니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드라마를 보면서 재미에 빠지기도 했다. 일종의 '길티 플레저'(guilty pleasure,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즐기는 행동)가 작용한다. 매운 마라탕 맛에 중독되는 현상이기도 하다. 이런 게 막장드라마의 특징이다.

김순옥 작가는 기획의도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책임과 정의, 양심은 뒤로 한 채 상층만을 바라보며 위로 올라가고자 애쓰는 인간의 끝없는 욕망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상위 1%만 입주 가능한 헤라팰리스와 명문 청아예고를 배경으로 기득권의 만행, 가진 자들의 그릇된 욕망과 허영을 마음껏 표현했다.

기획의도를 달성하기 위해 매운 마라탕맛 전개가 필요하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되는 바다. 치솟은 100층 해라팰리스의 높이는 끝이 없는 욕망의 높이를 상징하니까. 욕망의 롤러코스터를 탄 사람들이 어떤 결말을 맞을지를 보는 드라마이기도 하다.

세 여성의 서사가 중심이었다. 친딸 민설아(조수민)의 인생을 짓밟은 사람들을 향해 처절한 복수를 펼친 심수련(이지아), 더 많은 것을 탐하며 딸에게는 어긋난 모성애를 보인 천서진(김소연), 딸에게 가난을 물려주지 않으려 욕망을 분출하다가 괴물이 된 오윤희(유진)다. 계속 극단적이고 강하게 몰아붙여서인지 비정상이 일상화되는 느낌이었다.

심수련은 죽었고, 오윤희는 죽은 것 같다. 이렇게 시즌1은 끝났다. 하지만 이들을 살리는 건 김순옥 작가라면 어렵지 않다. 개연성을 중시하는 드라마가 아니기 때문. 작가의 의도대로 하면 된다.

시즌1에서 오윤희가 복수의 대상인 주단태(엄기준)에게 접근해 키스를 하고, 주단태는 천서진, 오윤희 등 세 명의 여성과 관계를 맺는 것은 불쾌하고 더러웠다. 개연성이 의심스러웠다.

배로나(김현수)를 왕따시키고 철저히 괴롭히던 강마리의 딸 유제니(진지희)는 마지막회에서 살인자 딸로 몰려 만신창이 상태로 귀가한 배로나에게 “밥은 먹었냐. 힘이 있어야 싸우지”라고 말하며 샌드위치를 건넨다. 배로나는 울며 혼자 이 빵을 먹는다. 이 무슨 개연성인지? 너무 쉽게 바뀐다.

드라마가 꼭 개연성을 지켜야 하냐고 묻는다면, 극적 개연성은 가급적 지켜져야 한다고 말하고싶다. 개연성을 위반할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때다. 그렇게 해서 작가의 의도와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경우는 있다. 하지만 ‘펜트하우스’의 무(無)개연성은 그런 경우에 해당되지 않는 것 같다.

‘펜트하우스’가 시즌2에서는 복수와 응징이라는 이름으로 또 어떤 전개를 보여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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