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 자산 1년새 1/3 늘고

저소득층 부양 재원은 부족

바이든 증세시 시장영향 커

자본이탈 부작용 대응 관건

‘위기는 부자에겐 기회’ 공식이 코로나19 팬데믹에도 입증되면서, 각국 정부가 자산가의 재산에 직접 세금을 매기는 ‘부유세’ 부과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 과거 선진국에서만 추진되던 부유세가, 부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재정이 어려워진 신흥국에서도 고려될 정도다. 과거 이미 실패했던 부유세 정책이 코로나19 국면에서 어떻게 실행될 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늘어난 부호 자산에 ‘백만장자세’ 부과=11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세계 500대 부자의 자산 총계는 지난해 말 기준, 7조6000억 달러로 집계됐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직전 년도 5조9000억 달러 비교하면 1조7000억 달러나 늘었다. 기존 재산의 3분의 1이 늘어난 것이다.

국가 재정상황이 악화된 곳은 공격적으로 ‘백만장자세’ 부과에 나섰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최근 2억페소(약 26억원)가 넘는 재산에 일회성 부유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전체 납세자의 0.8%인 1만2000명이 부유세를 내야 하는데, 아르헨티나 정부는 이를 통해 모두 3000억 페소의 재정을 마련해,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의료 장비나 중소기업 사업 지원에 쓸 계획이다. 볼리비아도 지난해 연말 거액의 재산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인디애나대학 데이비드 고메즈(David Gamage)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부와 소득에 대한 불평등 인식이 증가하고 있다”며 “현재 세금 제도가 이런 인식에 대응하는데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들이 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하원 장악한 美 민주당, 증세 카드 만지작=미국도 조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되고 민주당이 상원과 하원 모두를 장악하면서, 부자들의 늘어난 자산에 대한 증세가 예고되고 있다.

문제는 소급 여부와 세율이다. 현재 거론되는 안으로는 주식 매도 시 초과 이득에 대해 현행법상 최고금리인 23.8% 적용이 언급되고 있으나, 이보다 더 높은 세율 과세도 이뤄질 수 있다. 특히 법이 소급될 경우는 증세 규모가 예측이 어려울 정도로 커진다.

민주당은 꾸준히 부유세를 추진해았다. 공화당이 지난 2017년 상속세 면세 범위를 늘리는 법안 추진 시, 민주당은 단 한 명도 찬성하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상속세 면세 법을 폐지하고 재산세와 증여세의 면제 한도도 낮추겠다고 밝혔다.

▶부유세, 자본이탈 부추겨...효과는 의문=국내에도 부유세 논의가 본격화될 지 관심이 모아진다. 앞서 정부도 부동산 자산 뿐 아니라 주식 자산에 대한 증세를 추진했었다.

전문가들은 부유세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에도 실행됐지만 성공을 거둔 사례를 찾기 힘들다. 부유세 도입 역사가 길었던 스웨덴은 자본이탈과 실질적인 세수 확보 문제가 지속돼 지난 2007년 제도를 없앴다. 1994년 오스트리아, 1997년 덴마크와 독일, 2001년 네덜란드, 2006년 핀란드, 아이슬란드 등 역시 스웨덴과 비슷한 문제로 부유세가 폐지됐다.

연세대 성태윤 경제학부 교수는 “부유세를 도입하는 방식은 자본이탈을 유도하고 실제 세수 확보는 크지 않을 수 있다”며 “불평등 해소를 위해 중요한 요소는 궁극적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환·박자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