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백신 접종 시작되며 팬데믹 종식 기대감 커져

백신 접종 시작보다 중요한건 대규모 예방접종 시점

전문가들 “백신은 위험을 낮출 뿐, 코로나 이전 복귀는 힘들 것”

8일(현지시간) 영국 코번트리 대학 병원에서 마거릿 키넌(90) 할머니가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기 전 간호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이날 영국에서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의 일반 접종이 시작된 가운데 키넌 할머니는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세계 1호' 주인공이 됐다. 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영국 코번트리 대학 병원에서 마거릿 키넌(90) 할머니가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기 전 간호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이날 영국에서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의 일반 접종이 시작된 가운데 키넌 할머니는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세계 1호' 주인공이 됐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가장 좋은 생일 선물을 미리 받은 것 같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잃어버린 1년의 끝자락에 있던 지난해 12월 8일 세계에서 처음으로 코로나 백신을 접종한 영국의 90대 할머니가 한 말이다.

이 할머니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전세계가 백신은 ‘AD(After Disease) 시대’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품고 있다. 통상 10년의 개발 기간을 1년으로 압축한 초스피드 백신이 ‘다시 일상으로’의 기로가 된 셈이다. 외신 등에 따르면, 불과 한 달여 사이(9일 기준)에 전 세계에서 1894만회의 백신 접종이 이뤄졌다. 모두가 코로나 면역에 대한 기대감을 품고 소매를 걷어 부쳤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현실은 그렇게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백신 접종으로 우리는 다시 코로나 이전의 생활로 돌아갈 수 있냐’는 질문에 많은 전문가는 “알 수 없다”와 “당분간은 힘들다”는 다소 우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연합 제공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연합 제공

한국, 2월부터 백신 접종…복불복 된 백신 접종?

한국은 빠르면 2월부터 백신 접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2일 신년사에서 “드디어 어두운 터널의 끝이 보인다”며 “다음 달(2월)부터 접종을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백신 접종은 고위험군인 집단시설 생활 노인과 의료기관 종사자부터 시작해 건강한 성인(19~49세)은 11월 정도가 되어야 접종이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11일 현재까지 국내 도입이 확정된 백신은 4600만명분이다. 아직 구매 계약이 완료되지 않은 코백스퍼실리티(글로벌 백신 공동 구매 프로젝트)와 1000만명분의 계약이 이뤄지면 한국이 확보하는 코로나 백신은 총 5600만명분이 된다. 이는 우리나라 인구가 최소 1번씩은 접종이 가능한 물량이다.

이 가운데 국내에 가장 빠르게 들어올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백신(AZD1222)이다. 지난 5일 식약처가 허가 심사에 착수했는데 식약처는 최대한 빠르게 절차를 진행해 40일 이내 허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는 허가가 나는데로 2월부터 접종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바이러스 벡터’ 방식으로 제조된다. 바이러스 벡터란 일종의 운반체(전달체)로 인체에 해를 끼치지 않는 온순한 바이러스를 말하는데 이 백신은 침팬지에게 감기를 유발하는 아데노바이러스를 운반체로 사용했다. 여기에 코로나바이러스 표면항원 유전자를 넣어 제조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보다는 접종이 늦게 시작됐고 임상에서 예방효과도 70% 정도로 상대적으로 낮게 나왔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국내 상황에 가장 적합한 백신이라는 의견이 많다. 생산과 유통에서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이 초저온의 콜드체인 보관이 필요한 반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2~8℃의 냉장 보관이 가능해 기존 백신 콜드체인으로 유통이 가능하다. 기존에 이 방식으로 제조된 백신이 있어 기존 제조설비로도 생산이 가능하다. 반면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은 이번에 처음 개발된 방식이어서 생산설비가 아직 부족하다. 대랑생산이 어렵다는 의미다.

이어서 들어올 예정인 화이자 백신과 모더나 백신은 mRNA 백신이다. mRNA 백신은 유전자 백신으로 미리 개발한 범용 백신 플랫폼에 유전자를 집어넣어 제조하는 방식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넣으면 코로나 백신이, 지카 바이러스를 넣으면 지카 백신이 되는 개념이다.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은 임상 2상에서 94~95%의 놀라운 예방효과를 보였다. 하지만 이번에 처음 개발돼 대량 생산설비가 부족하고, 아직 임상 2상만의 결과라는 점, 상대적으로 고가라는 점 등이 단점으로 꼽힌다. 한 백신업계 관계자는 “임상에서 아주 높은 예방효과가 나왔지만 실제로도 이런 예방효과가 나오는지, 예방효과가 얼마나 지속될지, 부작용은 어떨지 등 점검할 것이 많다”며 “아직은 불완전한 백신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백신 접종 시작보다 중요한 ‘대규모 예방접종’ 시기

어떤 백신이 가장 적합할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지만 전문가들은 지금은 어떤 백신이 더 좋을지에 대한 고민보다 ‘속도’가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예방의학과 교수는 “지금과 같은 팬데믹 상황에서는 어떤 백신이라도 빨리 맞는 것이 중요하다”며 “예방 효과, 부작용 등은 시간을 두고 봐야겠지만 임상에서 의미있는 결과가 나온 만큼 빠르게 개발되었더라도 백신 접종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전병율 차의과대 예방의학과(전 질병관리본부장) 교수도 “어떤 백신이 좋다는 평가는 나중에 해야 하고 지금은 확보할 수 있는 백신을 가능한 빨리 들여와 접종을 해야 한다”며 “현재로서는 이번에 개발된 백신들이 유일한 방어책”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2월부터 접종을 시작해 3분기까지 집단면역 형성 규모를 완료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는 가능한 시나리오일까. 문제는 백신 접종의 시작 시점이 아니라 집단면역이 형성되는 ‘대규모 예방접종(벡시네이션, Vaccination)’이 언제쯤 이뤄지느냐다. 내가 백신을 맞았다 하더라도 주변 사람 대다수가 백신 접종을 하지 않았다면 의미가 없다. 국민 대다수의 백신 접종 완료 시점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계획은 희망사항일뿐 실제로는 변수가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전 질병관리본부장) 교수는 “집단 면역이 생기려면 전체 인구의 60~70%가 백신 접종을 해야 하는데 백신 공급·유통·접종 장소 등 변수가 많다”며 “첫 접종을 하고 시간이 많이 지나면 항체가가 떨어질텐데 모든 국민이 고르게 가을까지 집단면역을 형성하는건 어려울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집단 면역 생기면 일상 복귀?…“환상일 뿐, 완전 복귀는 어려울 듯”

만약 정부의 계획대로 3분기까지 집단면역이 형성될 만큼 백신 접종이 순조롭게 이뤄진다면 우리는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코로나의 종식은 전 인류가 바라는 바지만 전문가들의 대답이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기 교수는 “사람들이 집단면역에 대해 환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백신을 접종하면 나의 감염 가능성이 줄어 들고 감염되더라도 중증으로 갈 확률이 낮아지는 것 정도”라며 “백신의 역할은 큰 유행을 막아 사망률을 낮춰 현재의 의료체계가 감당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일 뿐 백신이 접종되더라도 감염자는 계속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마스크를 벗고 마음껏 해외여행을 다니는 과거의 생활로 돌아가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독감 주사를 맞더라도 누구는 감기에 걸리는 것처럼 백신이 감염 확률을 낮춰줄 뿐 만능(almighty)일거라는 기대는 갖지 않는게 좋겠다”며 “최소 올 해까지도 마스크를 쓰고 다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 교수도 “지금은 국가 간 교류를 막고 있지만 다시 교류가 시작되면 4차, 5차 재유행이 올 수도 있다. 전 세계가 집단 면역이 생기기 전까지는 해외여행 등은 어려울 것이다”며 “다음 겨울이 와도 과거처럼 아무렇지 않게 돌아다니는 생활은 불가능할 걸로 생각하고 이 상황을 운명처럼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