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거주’, ‘입주 정상 매물’에 프리미엄 붙어
전세만기 1년 이상 남은 매물만 시장에 한가득
실거주목적인데도 ‘갭투자’ 오인…취득세 면제 제외돼
저렴한 주택 찾아 경기·인천 가도 보금자리 대출 ‘불가’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3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저가 아파트 위주로 실거주할 주택 구입에 나섰지만 즉시 입주할 수 있는 매물을 찾을 수 없었다. 비인기 1층과 꼭대기층 외에는 찾아볼 수 없었고, 세 낀 매물에 비해 가격도 5000만원 이상 더 비쌌다. A씨는 결국 전세 만기가 1년9개월이 남은(2022년 10월) 3억원대 소형 아파트를 매수했다.
그런데 당장 독립할 수 없는 것은 차치하고, 생애최초 주택구입 혜택에서 제외된다는 답변을 들었다.
무주택자라도 ‘갭투자’는 취득세 면제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게다가 6억원 이하 아파트를 매수하면서 저리의 보금자리대출을 받으려고 했지만 3개월 내 실입주가 아니면 받을 수 없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21일 공인중개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택매매시장에는 세 낀 매물 외에 주인이 거주하다 매도하는 아파트는 매우 희귀해졌다.
고양시 덕양구 행신동 소만마을 성원6단지는 1602세대 대단지 아파트인데 나와 있는 매물은 31개다. 이 중에서도 7곳만 실입주가 가능하고 나머지는 모두 전세와 월세 세입자를 승계하는 조건으로 매수해야 한다.
무주택자가 자신이 살 집을 미리 전세를 안고 사 두는 것은 갭투자와 구분해 보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A씨는 “생애최초 주택구입인데도 취득세 면제 혜택을 못 받았다”며 “갭투자를 하려고 한 게 아니라, 매물 자체가 세 낀 집밖에 없는데 어쩌라는 거냐”고 말했다.
A씨에게 남은 방법은 세입자 만기에 맞춰 시중은행 전세퇴거자금대출을 받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 아파트 시세의 50%(조정대상지역)만큼 밖에 나오지 않는다. 전세가율이 80%에 근접한 상태라 30%에 해당하는 수천만원은 현금으로 조달해야만 한다.
요건이 맞아 전세퇴거자금대출 용도의 보금자리 대출받을 수 있다면 시세의 60%와 전세보증금 중 금액이 더 적은 쪽에 맞춰 받을 수 있지만 만약 A씨의 소득이 7000만원을 넘어가면 이마저도 받을 수 없다.
인천 서구에 집을 산 20대 B씨도 “청약은 애초에 포기했고, 전셋값이 너무 올라 이럴 바에야 집을 사기로 했다”면서 “구축 중심으로 집을 사려는데 믿을 건 보금자리론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런데 아무리 저렴한 아파트로 눈을 낮춰도 즉시 입주할 매물이 없었다”고 호소했다.
다수의 전문가는 양도세 최고세율이 65%(85%로 중과될 예정)로 높기 때문에 정부가 기대한 만큼 주택 매도 물량이 나오지 않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대신, 세입자의 계약갱신권 청구가 위험요인으로 남아있거나(만기 6개월 전) 대출이 안 되는(만기 6개월 이상) 세 낀 매물만 시장에 풀리는 중이라고 봤다.
B씨는 “정부에서 청년층 집 사는데 도움되라고 40년짜리 모기지를 도입하겠다고 하던데, 지금 당장 있는 보금자리론 혜택마저 못 받는 건 왜 해결할 의지가 없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9일 ‘2021년 금융위 업무계획’을 발표했는데, 이 자리에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외국에서 하듯 30년, 40년짜리 모기지를 도입해 매달 월세를 내면 30~40년이 지나 자기 집을 마련하는 방식을 검토할 시기가 됐다”고 밝혔다. 은 위원장은 또 “젊은 사람들이 지금의 소득으로 집을 갖고 주거 안정을 이룰 수 있도록 금융권 차원에서 고민하고 제도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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