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럽게 다가올 통일에 준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정치지도자가 통일 준비의 중요성을 인식해서 각 부처 공무원, 헌신된 연구자들과 함께 ‘그날’을 준비해야 해요. 지금은 당장의 현안처럼 보이지 않지만 준비 없이 통일이 다가오면 엄청난 혼란 속에 빠져들게 됩니다.”

최기식(52·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는 미리미리 체계적으로 통일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남북 교류협력과 함께 통일 준비의 또 다른 핵심인 법제와 정책 준비를 착실히 해야 ‘새로운 시대’를 잘 맞이할 수 있다고 했다. 검사 시절 통일 경험이 있는 독일에서 주독한국대사관 법무협력관으로 파견 근무를 하고 법무부 통일법무과장, 법무부 북한인권기록보존소장 등을 거친 그는 법무·검찰에서 손꼽히던 통일 법무 전문가다.

최 변호사가 법조인으로서 통일과 북한 문제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사법연수원 시절부터다. 그는 사법연수원 26기 때 처음 만들어진 ‘통일법학회’에 가입했다. 최 변호사가 가입할 당시 2년차 신생 학회였다. 그는 “연수원 내에 통일법학회라는 학회가 있는 것도 신기했다”며 “학교 다닐 때도 통일에 대한 생각을 했었지만, 그때 가슴에 꽉 차 들어왔다. 법조인으로 살면서 일생의 비전으로 통일에 기여하는 법률가로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검사 생활을 하면서 그는 우리보다 먼저 통일이 된 독일에서 3년을 보냈다. 뮌헨에서 1년은 연수로, 훗날 2년은 주독한국대사관 법무협력관으로 지냈다.

그는 “인상깊었던 것은 동독 정권이 들어와서 몰수한 땅에 대해 독일 정부가 서독과 통일하면서 기본적으로 원소유자에게 그 땅을 돌려주기로 했었다”며 “독일 통일 후 20년이 더 지났는데도 관련 소송이 이뤄지고 있는 걸 보면서 통일이란 게 정말 쉽게 빨리 정리되는 게 아니란 생각을 했다”고 회고했다.

독일에서 돌아온 후 그는 법무부 통일법무과장을 맡았다. 이 시절 개성공단 상사중재위원회 남측 위원장으로 개성공단에서 북한 법조인들을 만나기도 했다.

그는 “당시 하루종일 회담을 했는데, 북측 대표단으로 와 있던 ‘할아버지 변호사’의 너덜너덜한 개성공단 관련 법전을 보고 인상 깊었다”며 “우리는 이 업무를 맡아서 1~2년 하고 로테이션을 하는데 그 분은 적어도 개성공단이 만들어졌을 때부터 회담을 할 때까지 계속 그 일을 하고 있었던 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공산주의 국가에서조차도 이렇게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 한 곳에서 오래 일을 하는데 우리도 전문가들이 계속 자기 전문성을 발휘하며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했다”고 말했다.

‘통일을 해야 하는 이유’를 묻자 최 변호사는 “북한 주민의 인권과 삶, 민족적 단일성, 경제적 측면의 다양한 관점에서 볼 때 통일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또 통일이 법과 제도, 정책 및 각종 규정과 가장 직접적으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통일 준비를 위한 법률가들의 역할이 더욱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변호사는 20년 가까운 검사 생활을 마무리하고 지난해 9월 법무법인 산지에서 변호사로 둥지를 틀었다. 기독교 가치와 북한 인권에 대한 공감대로 이곳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는 독실한 기독교인이다. 이제 불과 4개월차 변호사지만, 그 사이 사단법인 북한인권정보센터(NKDB) 부설 북한인권기록보존소장으로 취임했다. 북한 인권 개선 단체인 사단법인 물망초 내 탈북민 자녀 지원 기구인 꽃망울의 기관장도 맡았다.

최 변호사는 “북한 인권과 탈북자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역할을 하면서, 나아가 통일정책을 준비하고자 하는 비전과 사명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정책과 제도를 구상하는 일을 해 나갔으면 한다”며 “묵묵히 통일의 시간을 준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경남 밀양고, 고려대 법대 ▷사법연수원 27기 ▷대검 연구관 ▷주 독일 법무협력관 ▷법무부 법무실 통일법무과장 ▷서울중앙지검 총무부장 ▷법무부 북한인권기록보존소장 ▷성남지청 차장검사 ▷서울고검 송무부장 ▷법무법인 산지 변호사

안대용·박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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