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과로 산재 인정기준 개정 첫해만 승인율 ‘반짝 상승’
뇌경색 등 뇌심혈관질환 산재 3명중 1명만 인정받아
전체 업무상질병 산재승인율 63.4% 대비 현저히 낮아
“업무시간중심 판단 여전…가중요인 구체 판정기준 시급”
[헤럴드경제=김대우 기자] 정부가 과로로 인한 산업재해 인정기준을 개정한지 3년이 됐지만 산재승인율이 한차례 반짝 상승 후 오히려 내려가는 ‘역주행’을 거듭하고 있다. 택배기사 과로사가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산업현장에서도 과로로 인한 뇌경색 등 뇌심혈관질환 관련 산재가 적잖게 발생하고 있음에도 실제 산재로 인정받아 보호를 받는 경우는 3명 중 1명꼴에 그치는 상황이다.
26일 고용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공단 질병판정위원회의 2020년 3분기 심의현황을 분석한 결과, 과로와 관련이 깊은 뇌심혈관질환의 산재 신청이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산재승인율은 개정 고시가 시행된 직후에만 반짝 상승을 기록하고 이후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
공단의 질병판정위원회에 올라온 뇌심혈관질환의 산재신청 건수는 2107년 1809건, 2018년 2241건, 2019년 3077건, 2020년 3분기까지 1895건 등으로 큰폭의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뇌심혈관질환의 산재승인율을 보면 2017년에는 1809건 가운데 589건이 인정돼 승인율이 32.6%에 머물렀지만 정부의 만성과로 산재 인정기준이 개정된 첫해인 2018년에는 2241건 가운데 925건이 승인돼 승인율이 41.3%로 높아졌다. 2017년 대비 8.7%포인트나 높아진 것이다.
하지만 2019년에는 3077건 가운데 1265건만 인정돼 산재승인율이 41.1%로 주춤하며 0.2%포인트 낮아졌고 2020년(3분기까지)에는 1895건 가운데 737건이 인정돼 인정률 38.9%로 다시 1.2%포인트 밀리며 30%대로 낮아졌다. 전체 업무상질병 산재승인율이 같은 기간 63%, 64.6%, 63.4%를 기록한 것을 감안했을 때 뇌심혈관질환 산재승인율은 거의 절반수준에 불과하다.
고용부가 지난 2017년 12월 만성과로 산재 인정기준을 개편하면서 주당 평균업무시간이 52시간에 미치지 못해도 피로를 가중하는 업무를 복합적으로 했을 경우 산재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되면서 한때 승인율이 올라갔다. 업무부담 가중요인은 ▷ 근무일정 예측이 어려운 업무 ▷ 교대제 업무 ▷ 휴일이 부족한 업무 ▷ 유해한 작업환경(한랭·온도변화·소음)에 노출되는 업무 ▷ 육체적 강도가 높은 업무 ▷ 시차가 큰 출장이 잦은 업무 ▷ 정신적 긴장이 큰 업무 총 일곱 가지다.
하지만 ‘복합적으로 했을 경우’에 대한 기준이 없다보니 산재 승인을 받기가 점점 힘들어졌다. 가중 요인 하나하나에 대한 세밀한 판단이 이뤄져야 하는데도 (관성에 따라) 업무시간만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여전히 강하고, 정신적 긴장이 큰 업무가 명확한 가중요인으로 신설됐음에도 스트레스에 대해 소극적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는 현장의 지적이 나온다. 또 근로복지공단 판정지침에 유형별 인정 사례가 정리돼 있기는 하지만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탓에 질병판정위원의 재량에 기대야 하는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
노동계의 한 전문가는 “업무시간 중심의 판단이 여전한 상황이고, 업무 강도·작업 환경 등이 제대로 반영 안되는등 세부적 기준 자체가 마련돼 있지 않아 질병판정위 인적 구성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가능성이 큰 만큼 가중요인을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판정할 수 있는 기준들을 세워야 한다”며 “소방공무원 등 특정 직종에서 발생한 뇌심혈관계질환은 산재로 인정하는 식의 직종에 따른 추정의 원칙 도입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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